극장 와야 제대로 들린다, 오싹한 ‘사운드버스터’

중앙일보

입력 2021.06.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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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관객의 귀를 전율케 하는 ‘귀르가즘’(귀+오르가즘)의 시대가 도래한 걸까. 코로나19 침체에서 부활을 꾀하는 극장가에 극적인 음향효과를 앞세운 영화들이 잇따라 등장한다. SF·판타지 블록버스터만큼의 대규모 예산이나 스타 파워 없이 사운드로 힘을 발휘하는, 말하자면 ‘사운드버스터’들이다.

청각 공포 ‘콰이어트 플레이스2’
미국 박스오피스 1억 달러 돌파
국내 ‘발신제한’‘여고괴담’도 출격

극도의 음향 효과를 강조한 서스펜스·스릴러 개봉이 줄 잇는다. 팬데믹 이후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처음으로 매출 1억 달러를 돌파한 ‘콰이어트 플레이스2’. [사진 파라마운트 픽쳐스]

극도의 음향 효과를 강조한 서스펜스·스릴러 개봉이 줄 잇는다. 팬데믹 이후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처음으로 매출 1억 달러를 돌파한 ‘콰이어트 플레이스2’. [사진 파라마운트 픽쳐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16일 개봉하는 ‘콰이어트 플레이스2’(감독 존 크래신스키). 2018년 ‘소리 내면 죽는다’라는 기발한 설정으로 전 세계 3억4000만 달러의 흥행(제작비 대비 20배)을 거둔 1편의 속편이다. 고도의 청각 능력으로 먹이를 찾는 괴생명체에 대항해 극적으로 살아남은 엄마 에블린(에밀리 블런트)과 딸 레건(밀리센트 시몬스), 아들 마커스(노아 주프)의 소리 없는 사투를 그린다. 코로나19로 닫혔던 극장들이 1년여 만에 다시 문을 연 미국에선 지난달 28일 개봉 이래 3주 차에도 1위를 고수하며 지난 주말까지 1억899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1억 달러는 돌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자, 지난해 2월 ‘수퍼 소닉’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2편에선 주 무대를 낙후한 공업지대(러스트벨트)의 폐공장으로 옮기면서 음산하고 위협적인 금속 철강 음의 효과도 배가됐다. “찻잔에도 마이크를 설치하는 등 현장음에 신경 썼다”는 제작진 말처럼 모든 일상의 소리, 즉 수퍼마켓에서 물건 집는 소리, 개 짖는 소리, 하다못해 신발 끄는 소리까지 긴장을 더한다.

특히 실제 청각장애를 가진 배우 밀리센트 시몬스가 연기하는 딸 레건의 시점일 땐 전체 음을 소거하며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2002)과 ‘킹콩’(2005)으로 두 차례 아카데미 음향편집상을 받은 에단 반 더 린, 그와 ‘트랜스포머’ 시리즈 등을 함께 한 에릭 아달이 전편에 이어 공동으로 음향작업을 맡았다. ‘스크림’ 시리즈에서 혁신적인 공포 영화 곡들을 선보인 마르코 벨트라미 음악감독이 영화의 주요 키워드가 되는 ‘비욘드 더 시(Beyond the Sea)’를 비롯한 복고풍 음악 선곡으로 쫄깃해진 심장을 어루만진다.

이 같은 사운드 위력을 강조하려 영화사 측은 아이맥스, 4DX, 수퍼4D, 돌비시네마 등 특수관을 비롯한 극장 관람을 권하고 있다. 존 크래신스키 감독은 외신 인터뷰에서 “1편보다 훨씬 음향 효과가 뛰어나 관객이 영화에 들어가 공포를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만들었다”며 “영화관을 위한 영화다. 꼭 영화관에서 봐달라”고 강조했다.

조우진 주연의 도심추격스릴러 ‘발신제한’. [사진 CJ ENM]

조우진 주연의 도심추격스릴러 ‘발신제한’. [사진 CJ ENM]

특수효과를 강조하는 개봉작은 또 있다. 지난 3일 개봉 후 60만 관객을 부른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는 특히 4DX관에서 호평이 나온다. 엑소시즘과 악령에 빙의된 이들의 액션을 휘몰아치는 바람 효과 속 덜컹대는 모션 체어로 실감 나게 전달한다. 메가박스는 7월 18일까지 ‘돌비 시네마 매니아’ 이벤트로 영화 관람 편수에 따라 다채로운 혜택을 제공한다. 제이슨 스타뎀 주연 ‘캐시트럭’을 비롯, ‘콰이어트 플레이스2’,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루카’, 뮤지컬 영화 ‘인 더 하이츠’ 등이 대상이다.

12년 만에 돌아온 학원 공포물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모교’. [사진 ktf]

12년 만에 돌아온 학원 공포물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모교’. [사진 ktf]

한국영화도 서스펜스·스릴러 몰이에 나선다. 17일 개봉하는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모교’(감독 이미영)는 12년 만에 돌아온 공포 시리즈 신작. ‘스카이캐슬’의 김서형이 기억을 잃고 모교 교감으로 부임한 은희를, 신예 김현수가 학교 내 문제아 취급받는 하영을 맡아 세대를 넘어 교차하는 성(性)의 공포를 다룬다. 조우진 주연의 도심 추격 스릴러 ‘발신제한’(감독 김창주, 23일 개봉)과 ‘층간 소음’ ‘엘리베이터’ 등 아파트 괴담 옴니버스 호러물 ‘괴기맨숀’(감독 조바른, 30일 개봉)도 뒤따른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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