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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투자자 없으면 쌍용차 자구안은 만사 휴지 조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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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회장. 산업은행 제공.

이동걸 회장. 산업은행 제공.

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가 최근 자구 계획안을 마련했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금융 지원을 끌어오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자구안에 대해 “투자자가 없으면 만사휴의, 만사가 휴지(조각)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자 유치로 쌍용차가 생존 가능한 사업계획서를 쥐고 있어야만 산업은행이 지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1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은 경영능력을 갖춘 투자자 유치와 지속 가능한 사업 계획이 있어야 (쌍용차에 대한) 금융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 7~8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해 52.1% 찬성으로 자구안을 확정했다. 최대 2년간 생산직 근로자 절반가량이 무급 휴직을 한다는 게 자구안의 핵심이다. 자구안에는 산업은행이 올해 초 요구한 단체협약 3년 단위 연장과 쟁의 행위 중단도 포함됐다.

이 회장은 “자구안이 가결되며 일부 고정비 절감 방안을 마련한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사업계획 없이 자구 계획만으로 경영 정상화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산은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모습. 연합뉴스.

특히 쌍용차가 회생 법원에서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 단계를 밟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가 중요하다는 게 산은 입장이다. 이 회장은 “현재 쌍용차는 인가 전 인수합병 과정에 있기 때문에 인수의향자가 있어야 결론이 난다”며 “투자자(인수의향자)가 없으면 만사가 휴지(조각)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자구안에 대한 평가도 “쌍용차 노사가 만든 자구안은 법원 회생 계획안에 포함돼 잠재 인수후보자가 평가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쌍용차 노사가 정부의 시각이 아닌 투자자의 관점에서 자구안이나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는 쓴소리는 덧붙였다.

이 회장은 “2년 무급 휴직을 포함해 노조가 상당히 희생한 것은 맞지만, 쌍용차가 2년 만에 회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며 “내가 투자자라면 (회사가) 정상화되기 전에 인건비가 올라서 부실화할 수 있다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가 메워야 할 공익채권도 부담 요인으로 짚었다. 쌍용차는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미지급 인건비 등 채무로 인해 공익채권이 7000억원 규모로 불어난 상황이다.

쌍용차를 품을 마땅한 후보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회생법원은 이달 말 경영권 매각 입찰 공고를 하고, 투자자 찾기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미국 HAAH오토모티브를 비롯해 전기버스제조업체 에디슨모터스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대부분 매출 1000억원 미만의 벤처기업들로 쌍용차 인수 자금을 유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 회장은 “현재 잠재적인 인수 후보자는 다수 거론되지만, 진정한 후보자는 매우 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산은, 이달 말 현대상선 CB 주식으로 전환  

한편 이 회장은 산은이 보유한 3000억원 규모의 HMM(구 현대상선)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계획도 밝혔다. 산은은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3000억원 규모의 HMM CB를 주식 6000만주(주당 5000원)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현 주가(14일 종가 4만6250원)를 기준으로 하면 주식 전환에 따른 이익이 2조원을 넘는다.

이 회장은 “이익 낼 기회가 있는데 포기하면 배임”이라며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렇게 얻은 이익은 정책 금융의 중요 재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HMM 매각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며 “시장 상황과 정책적 판단, 유관기관과 협의를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사항”이라고 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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