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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들 맞은 백신 알고보니 '식염수'…"누가 맞았는지도 몰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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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백신을 맞고 장병. 연합뉴스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장병. 연합뉴스

30세 미만 장병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과정에서 백신이 아닌 식염수를 접종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14일 201신속대응여단에 복무하고 있다는 장병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육대전)’ 페이스북에 “지난 10일 국군대구병원에서 단체접종을 실시했지만 일부인원이 식염수만 들어간 주사를 맞았다”며 “국군대구병원에서 재접종 통보가 왔지만 누가 식염수만 들어간 접종을 받았는지 몰라 전원 재접종하라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 장병은 “당일 21명의 장병이 접종을 완료했는데 15명은 정상적으로 백신을 접종받았고, 6명은 식염수 주사를 맞았는데 현재 국군대구병원에서 정상적인 백신 접종자와 식염수 접종자를 구분할 수 없는 상태”라며 “용사들의 의견을 피력해줄 지휘관도 현장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가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사태 책임이 있는 병원 측은 일언반구 사과도 없이 너무 많은 인원을 접종하다 보니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말과 2번 맞아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병원 측의 논리가 과연 민간인을 상대하는 곳이었어도 통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국군대구병원에서 지난 10일 진행된 30세 미만 장병에 대한 화이자 백신 단체접종 과정에서 6명이 백신 원액이 거의 섞이지 않은 사실상 ‘맹물 백신’을 맞은 것이다.

화이자 백신은 통상 1바이알(병)당 6∼7명에게 투약할 수 있다. 백신 원액이 담긴 병에 식염수를 주사기로 주입해 희석한 뒤 투약하는 방식으로 접종이 이뤄진다. 그런데 접종 담당자가 이미 용법대로 사용을 마쳐 원액 잔량만 남은 백신 병을 치우지 않고, 새 병으로 착각해 6명에게 재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병원 측은 당일 투약 실수를 인지하긴 했으나, 재접종이 필요한 장병 6명이 누구인지까지는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 관계자는 보건당국 지침에 따라 동시간대에 접종한 장병 21명을 재접종이 필요한 인원으로 분류했고, 21명 가운데 재접종을 희망한 10명만 다시 백신을 맞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국군의무사령부 측은 “재접종자들에게 일일 3회 이상 반응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특이 증상을 보이는 인원은 없다”며 “동일사례의 재발방지를 위해 군 접종기관 및 의료진을 대상으로 백신 조제 절차에 대한 재교육과 절차 준수를 강조하고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에 14일 올라온 글 일부. 페이스북 캡처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에 14일 올라온 글 일부. 페이스북 캡처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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