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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여사와 인사한 스가 총리부인, 남의 집에 살았던 까닭[G7 배우자 열전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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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스가 총리(왼쪽)의 부인 마리코(가운데) 여사가 영국 총리 부인 캐리 시먼즈(오른쪽)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가 총리(왼쪽)의 부인 마리코(가운데) 여사가 영국 총리 부인 캐리 시먼즈(오른쪽)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의 회담은 불발됐지만, 양국 정상 부인들의 조우는 성공적이었다. 영국 콘월에서 11~13일(현지시간) 성료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다. 청와대는 14일 김정숙 여사가 스가마리코(菅真理子) 여사에게 먼저 다가가 “이렇게 처음 만나게 돼서 반갑다”고 인사를 나눴다고 전했다. 때론 양국 정상간의 서먹한 관계를 배우자들이 도모해주는 경우도 있다. 둘 사이 합이 맞을 경우다. 스가 총리 부인은 어떤 사람일까.

G7 정상회의 배우자 프로그램. 김정숙 여사(왼쪽 두번째 흰색 정장)와 스가 여사(맨 오른쪽 남색 정장)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G7 정상회의 배우자 프로그램. 김정숙 여사(왼쪽 두번째 흰색 정장)와 스가 여사(맨 오른쪽 남색 정장)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일본의 퍼스트레이디, 스가 여사를 두고 일본 언론에서 자주 등장시키는 표현은 “그늘(陰)의 조력자”다. 니시니혼(西日本)신문은 지난해 9월 스가 총리 취임 당시 “새 퍼스트레이디는 무대에 나서는 것을 극력을 다해 피한다”며 “나서지 않고 그늘에 서서, 내조로만 일관해왔다”고 전했다. 일본 영어신문 저팬 타임스 역시 “막후의 조력자로 남고 (여사가 주인공이 되는) 행사는 최소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임 총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와는 180도 다르다는 게 일본 내부의 평가다. 일본 유명 기업으로, 캐러멜 등이 한국에서도 인기인 모리나가(森永)제과의 딸인 아키에 여사는 바를 운영하는 등 세간의 시선을 비교적 덜 의식하는 자유로운 행보를 보였다.

공식 행사 석상에선 항상 스가 총리의 뒤에 서있는 여사. 지난해 10월 총리 취임 직후다. AP=연합뉴스

공식 행사 석상에선 항상 스가 총리의 뒤에 서있는 여사. 지난해 10월 총리 취임 직후다. AP=연합뉴스

스가 여사는 다르다. 지난해 취임 이후 그는 퍼스트레이디로서 반드시 등장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절대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했다. 공식 행사 이외에 찾을 수 있는 최근 사진도 한정적이다. 남편의 총리 취임 다음 달인 지난해 10월, 걸어가는 남편의 양복 재킷 뒷단이말려 올라가 있자 슬쩍 매만져 주는 사진 정도다.

그러나 가부장제에 어울리는 순응적인 여인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일본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본인의 뜻을 똑 부러지게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라는 증언이 꽤 나온다. 아사히(朝日)신문이 발행하는 주간지 AERA가 인터뷰한 스가 여사의 중학교 시절 교사는 “검소하면서도 성격이 맑고 밝은 아이였고, 사람들과 교제하는 것에 있어서 조금 서툰 면이 있었지만 자기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할 줄 알았다”며 “특히, 웃는 얼굴이 멋진 소녀였다”고 말했다.

스가 마리코 여사가 남편의 총리 취임 확정 직후 요코하마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가 마리코 여사가 남편의 총리 취임 확정 직후 요코하마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가 여사는 남편의 정계 진출을 강력히 반대했었다고 한다. 아에라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정계 진출을 결심할 때 가장 반대했던 게 부인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막상 남편의 뜻을 수용한 뒤엔 선거 유세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저팬 타임스에 따르면 스가 여사는 지난해 9월 남편의 총리 취임 확정 뒤 지역구인 요코하마(橫浜)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키타(秋田)현 출신인 남편이 33년 전, 지인도 거의 없었던 요코하마에서 (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러분 덕택입니다. 그날이 있었기에 남편이 오늘 이 (총리)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스가 총리의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방문 중 사진. EPA=연합뉴스

스가 총리의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방문 중 사진. EPA=연합뉴스

아에라에 따르면 스가 여사는 결혼 전엔 고향인 시즈오카(靜岡)에서 농업에 종사하던 남자와 교제한 적이 있으나 파국을 맞았다고 한다. 시즈오카는 도쿄 인근 지역으로, 후지산과 고추냉이(와사비) 등이 유명하다. 스가 여사의 여동생은 오코노기(小此木) 가문의 비서로 일했는데, 이를 계기로 오코노기 가에 함께 살며 범절을 몸에 익혔다고 한다. 아에라는 이를 두고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이 아니라) 당시 일부의 관습인 ‘예의범절 익히기(行儀見習い)’를 행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스가 여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일본 밖에서도 뜨겁다. 중국 환구시보 역시 지난해 그에 대한 특집 기사를 대대적으로 다룬 적이 있다. 그러나 스가 여사 본인은 이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대신 이번 G7이나 인도네시아 국빈 방문 등, 남편의 공무에선 곁을 철저히 지킨다. 남편보다 5살 연하인 67세로, 남편과 슬하에 아들 셋을 두고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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