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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뷰 범’ 말고도 더 있었다, 역대급 ‘도른자’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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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 조회수를 기록한 '범내려온다'를 비롯해 수궁가 11곡 전체를 공연한 이날치 밴드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11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사진 LG아트센터]

6억 조회수를 기록한 '범내려온다'를 비롯해 수궁가 11곡 전체를 공연한 이날치 밴드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11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사진 LG아트센터]

대표곡은 ‘범 내려온다’다. 소리꾼, 베이스, 드럼이 모인 '이날치 밴드'의 노래다. 여기에 이름 그대로 애매모호한 춤을 추는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가 함께 한 영상은 그야말로 터졌다. 2019년 네이버 온스테이지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1400만을 기록했고, 지난해 7월 한국관광공사의 홍보영상은 유튜브, SNS에서 도합 6억 뷰다. 급기야 앰비규어스는 지난달 밴드 콜드플레이의 신곡 ‘하이어 파워(Higher Power)’ 뮤직비디오에 출연했고, 브릿어워즈 오프닝 무대에서 홀로그램으로 등장했다.

'범 내려온다'로 히트친 이날치×앰비규어스 1년만의 무대

그러나 ‘6억 범’ 말고도 더 있다. 지난 11ㆍ12일 이날치와 앰비규어스는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랐다. ‘범 내려온다’를 비롯한 ‘수궁가’의 전체 음악 11곡을 부르고 춤췄다. 기가 쇠한 용왕을 진맥하는 ‘약성가’로 시작해 토끼가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 둘러대는 ‘말을 허라니, 허오리다’, 별주부가 용왕에게 충언하는 ‘별주부가 울며 여짜오되’까지 이날치가 지난해 5월 발매한 앨범의 전체 수록곡이었다.

음악은 정확하게 두 박으로, 춤출 수 있는 리듬이었다. 여기에 두 박이 아닌 판소리 대목들이 얹혀 일어나는 충돌을 소리꾼들은 나서서 즐기며 소리를 뻗어냈다. 현대무용계 이단아인 김보람 안무가의 앰비규어스는 마치 아무렇게나 추는 것처럼 즉흥을 가장한 춤으로 잠시도 쉬지 않고 무대를 휘저었다. 이날치의 소리꾼 안이호는 “자, 좀 더 놀아볼까”를 외치며 뛰어다녔다. 기진맥진한 무용수 몇몇은 바닥에 아예 드러누워 숨을 골라야 했다. 히트작 '범 내려온다'를 둘러싼 이야기 전체가 강렬하게 전해졌다.

무대도 가관이었다. 바다 이야기인 수궁가에 난데없이 과일이었다. 설치미술가 최정화가 맡은 무대 위에 그의 대표작인 ‘과일여행 프로젝트’가 올라왔다. 공연 초반에 쭈그러져있던 천쪼가리들은 무대 위 열기가 고조되면서 서서히 부풀어 2~3m의 대형 딸기ㆍ호박ㆍ파인애플ㆍ석류가 됐다. 뜬금없는 과일 풍선을 놓고도 소리꾼과 춤꾼들은 또 잘 놀았다. 댄서들은 수영복을 갈아입고 나와 과일 사이로 숨바꼭질을 하고, 소리꾼들은 지치지 않는 에너지로 '춤이 가능한 수궁가'를 불러제꼈다. 금기도 규칙도 없이 마구 놀아보는, 신조어 '도른자(돌은자)'가 딱 맞는 공연이었다.

모호하고 파격적인 무대였다. ‘범 내려온다’로 이름을 알린 이들이 전곡을 모두 부른 공연은 꼭 1년 만이다. 지난해 6월 11ㆍ12일에도 같은 곳에서 11곡을 부르고 춤췄다. 이후 전곡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청중은 전석 매진으로 1년동안의 변화를 증명했다. 이틀간 총 3회 공연에서 거리두기 원칙에 따라 판매된 객석 2300석이 꽉 찼다. 객석의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LG아트센터의 신호경 홍보마케팅팀장은 “외국인 관객이 3회 공연 내내 주목할만한 수준으로 찾아왔다”며 “음악과 안무 모두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했다.

이날치와 앰비규어스의 이번 공연은 LG아트센터의 역삼동 고별 시리즈 중 하나다. 2000년 개관한 LG아트센터는 내년 하반기 서울 강서구 마곡동으로 이전한다. 연극 ‘코리올라누스’(다음 달 3~15일)로 기획 공연을 끝내고 8월부터 내년 2월까지 뮤지컬 ‘하데스 타운’의 대관 공연을 마친 후 역삼동 공연장의 문을 닫는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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