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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리셋 코리아

집단 면역때까진 백신 접종자 ‘노 마스크’ 신중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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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성용 강남대 교수(인구학)·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이성용 강남대 교수(인구학)·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얼마 전 해운대에서 2000여 명의 외국인이 ‘노(No) 마스크’ 술판을 벌였다. 아마 이들 상당수는 자신이 코로나 백신을 맞았기에 코로나 위험에서 벗어났고 그런 자유를 만끽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런데 부산 시민들은 그들의 축제 행위를 방역수칙 위반으로 신고했고, 노 마스크로 인한 코로나 전파를 우려했다.

서구 침략에 면역 없는 원주민 희생 #개인 자유보단 약자 배려 더 필요

백신 접종은 접종자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 생성을 의미하지 바이러스 전파 절대 불가를 보장하지 않는다. 만일 백신 접종자들이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면 이들의 노 마스크는 비접종자의 코로나 감염 위험성에 개의치 않고 마스크 해방의 자유와 특권을 누리면 된다는 이기심과 다름없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노 마스크 자유와 권리 행사는 타인에게 코로나 전파라는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놀랍게도 우리 정부는 7월부터 백신 접종자는 마스크 없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음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노 마스크의 위험을 경고하는 전염병의 역사가 있다. 그것은 면역력이 있는 유럽인이 전파한 전염병으로 거의 인종 말살의 수준에 이르렀던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다.

‘맥닐(McNeill)의 법칙’은 전염병 면역성을 보유한 문명인이 면역성이 없는 야만인을 정복하는 효과를 말한다. 『총, 균, 쇠』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불과 수백 명의 스페인 군대가 수백만 혹은 수천만 명의 인디오 제국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것은 가축 전염병 면역성이 있었던 유럽 민족이, 면역성이 없는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퍼트린 질병(천연두)에 있었다. 동물을 가축화하는 사람들은 가축 병균의 1차 희생자가 되지만, 결국에는 그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갖게 된다고 그는 주장한다. 동·식물의 가축화는 풍부한 식량과 인구 증가에 따른 경제 발달을 의미했기에 다이아몬드를 포함한 근대화론자에게 신대륙 인디오의 희생은 어쩌면 문명사회 건설을 위한 필요악으로 당연시되었다.

그러나 필요악으로 보기에 원주민의 희생은 너무나 컸다. 쿡과 보아의 연구에 따르면 멕시코 아즈텍의 인디오 인구는 유럽인과의 접촉 이전엔 2500만 명에 달했지만, 접촉 후 불과 100년 사이에 그 인구는 75만 명(3%)으로 감소했다. 특히 접촉 초기인 1519~1523년 4년 동안 800만 명이 사망했다. 1492년 콜럼버스가 최초로 접촉했던 카리브해 지역의 원주민 타이노족(인구가 최소 수십만에서 최대 800만 명으로 추정)은 접촉 후 10년도 지나지 않은 1500년에 10만 명으로 감소했고 종국에는 지구 위에서 사라졌다. 이처럼 막대한 아메리카 원주민의 사망을 경제 발전, 특히 유럽인의 부유한 삶을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가정하는 맥닐의 법칙은 아메리카 원주민에겐 너무나 잔혹하다.

해운대 노 마스크 축제에 대해 많은 사람이 커다란 우려를 보이고 노 마스크가 초래할 위험을 지적할 수 있는 역사적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노 마스크 위험 목소리가 주류 세계 입장에 대치되는 것은 분명하다. 국제적으로도 이스라엘의 사례에서 보듯 백신 접종 후 노 마스크의 거리 활보가 적극적으로 홍보되고 있다. 사람들은 백신 접종으로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얻었다. 이런 자유는 세계 경제를 다시 일으킬 것이다. 국내적으로도 노 마스크 위험 목소리는 정부의 백신 홍보 정책을 저해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런데도 백신 접종자의 노 마스크가, 가축 면역력을 갖추지 못했던 신대륙의 인디오처럼, 그리고 맥닐의 법칙에 근거하면 코로나 면역체계를 갖추지 못한 백신 비접종자들의 대참사로 종결될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란 어렵다.

이성용 강남대 교수(인구학)·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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