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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전세대란 계속돼도 정부는 마이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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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7일 KB주택가격동향 월간 시계열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당시 서울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2619만원이었지만, 지난달에는 6억1451만원으로 4년 동안 1억8832만원(44.2%) 올랐다. 구별로는 강동구(54.4%)가 가장 많이 올랐으며 강남구(51.1%), 송파구(50.1%) 등이 뒤를 이으면서 강남권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사진은 8일 롯데월드타워전망대서울스카이에서 본 송파지역 아파트 모습. [뉴스1]

지난 7일 KB주택가격동향 월간 시계열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당시 서울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2619만원이었지만, 지난달에는 6억1451만원으로 4년 동안 1억8832만원(44.2%) 올랐다. 구별로는 강동구(54.4%)가 가장 많이 올랐으며 강남구(51.1%), 송파구(50.1%) 등이 뒤를 이으면서 강남권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사진은 8일 롯데월드타워전망대서울스카이에서 본 송파지역 아파트 모습. [뉴스1]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02주째 올랐다. 2019년 7월 첫째 주부터 이달 첫째 주까지 2년째 변함없는 오름세다.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이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임대차 3법’ 시행을 비롯해 공시가격 인상과 부동산 세금 강화, 수요 억제에 따른 신규 물량 부족이 계속되는 한 전세대란은 피하기 어렵다. 안타깝게도 그 피해는 현 정부가 “아파트의 환상은 버려라”면서 집값을 안정시켜주겠다고 약속한 서민과 젊은층의 몫이 되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꾸기는커녕 전·월세값 폭등으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전셋값 상승은 매매값을 밀어올릴 우려도 있다.

정책 실패 탓 전셋값 102주째 상승 #당장 정책 바꿔야 서민 고통 멈춘다

왜 이렇게 됐는지 그 원인을 모르는 국민은 거의 없다. 요컨대 현 정부는 수요 억제라는 반(反)시장 정책을 들고나와 세금 부담을 강화하고, 재개발·재건축을 틀어막았다. 박원순 시장 시절 재건축·재개발을 억제한 도시재생과 맞물리면서 위축된 주택 공급 부족은 즉각 집값에 기름을 붓고 말았다.

여기에 더해 취득세·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부터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까지 주택 관련 세금을 줄기차게 끌어올렸다. 정부는 이 정책을 통해 주택 수요를 억제하고 다주택자가 주택을 내놓도록 압박했다. 하지만 평생 한곳에 사는 1주택자까지도 그 충격을 피할 수 없었다. 아파트값 상승을 억제한다면서 2018년부터 해마다 공시가격을 급격히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올해는 서울 강북 지역과 지방에서도 공시가격이 30% 넘게 오른 곳이 속출했다.

1주택자는 세금 때문에 갑자기 집을 옮길 수 없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상당수 다주택자는 자녀에게 양도하거나 버티기에 들어갔다. 결국 집값만 뛰면서 그 여파가 전·월세로 파급된 결과가 서울 아파트 전셋값 102주 연속 상승이다. 그야말로 정책 실패가 빚어낸 인재(人災)가 아닐 수 없다. 저금리 기조의 여파로 가만히 놔둬도 집값이 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장의 가격을 통제하겠다는 반시장 논리의 정책 폭주가 집값과 전·월세값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한마디로 지금의 전세대란은 25차례나 강행된 일방적 수요 억제 정책 실험의 필연적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기념사에서 “부동산 문제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정책 실패를 자인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민생의 고통이 102주째 눈앞에 펼쳐져도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마이웨이다. 정책 실패의 부작용이 너무 커서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방향감을 잃은 탓인가.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일방적 부동산 정책을 중단하기 바란다. 경제적 약자들이 도심권에서 통근시간이 먼 곳으로 계속 밀려나고 있다. 전세대란을 여기서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