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대출 확대 압박에, 첫달 이자 내주며 고객 유치

중앙일보

입력 2021.06.1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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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성수 금융위원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카카오뱅크는 다음달 9일까지 신용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고객(820점 이하)이 대출을 받으면 첫 달 치 이자를 대신 내주기로 했다.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늘리겠다는 금융당국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카카오뱅크가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계획(중·저신용자 신용대출 확대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말 10.2%였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올해 말까지 20.8%로 늘려야 한다. 대출 금액으로는 3조1982억원이다. 지난해 말 대출 잔액(1조4380억원)과 비교하면 120% 이상 증가하는 규모다.

금융위, 저신용자 대출 늘리려
인터넷은행에 비중 확대 요구
제도권 진입한 P2P업체도 가세

케이뱅크는 올해 말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지난해 말(21.4%)과 비슷한 21.5%로 유지해야 한다. 대출액은 지난해 말 5852억원에서 올해 말 1조2084억원으로 늘려야 한다. 이르면 오는 9월 출범하는 토스뱅크는 전체 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자 비중을 35%로 설정했다. 2023년까지 이 비중을 44%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지난 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시중은행은 중·저신용자가 만족할 만한 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도권에 진입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들도 중금리 대출 경쟁에 뛰어든다. 금융위는 지난 10일 렌딧·에잇퍼센트·피플펀드컴퍼니 등 세 곳을 P2P 사업자로 등록했다. 세 곳 모두 금융위에 P2P 사업자 등록을 신청하면서 중금리 신용대출을 강조했다.

금융위는 은행권에 고신용자 대출을 줄이고 대신 중금리 대출을 늘리도록 압박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고신용층(신용등급 1~3등급)의 평균 대출 금리는 연 6.6%였다. 반면 중신용층(4~6등급)의 평균 대출 금리는 연 15.4%, 저신용층(7~10등급)은 연 18.3%라고 분석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연 24%→20%)로 일부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회사의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는 부작용을 덜기 위해서도 중금리 대출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금융위는 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여러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 채무자가 금융회사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재현 국민대 교수(경제학)는 한국은행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금리 차주 가운데 과거 저금리 대출 또는 고금리 대출을 이용한 이력이 있는 경우에는 부실화 가능성이 상대적 높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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