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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에 5명분 놓거나 절반 용량만 놓거나…백신 접종 요지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명 중 1명꼴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한 차례 맞는 등 접종에 속도가 붙은 가운데 오접종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내달부터 대규모 접종이 시작되면 이런 사고가 추가로 있을 수 있는 만큼 속도전도 중요하지만 안전한 접종을 최우선으로 해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상 등 거쳐 용량 결정...임의로 바꿔선 안돼" #오접종에 불신감 커질 수도..."주사기 눈금봐라" 글도 #당국 3분기 대규모 접종 앞두고 교육 등 강화계획

13일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는 위탁의료기관에서 백신을 정해진 양보다 적게 투여하거나 많게 주사한 경우가 확인됐다. 예약한 백신이 아닌 다른 백신을 접종한 곳도 나왔다.

10일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중앙포토

10일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중앙포토

인천 남동구 한 병원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을 정량(0.5㎖)의 절반 정도인 0.25~0.3㎖ 정도만 투여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남동구청에 따르면 이 기관에서 접종을 한 인원은 60세 이상 고령층과 우선돌봄 종사자 등 645명으로, 이중 40여명에게 지침과 다른 용량이 투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원은 해외 연구 등을 근거로 기저질환자 등에게 이상 반응을 줄이기 위해 백신을 정량 투여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해당 의료기관의 잔여백신은 회수됐고, 접종 업무는 중지됐다. 당국은 이곳에서 1차 접종한 이들의 2차 접종을 다른 의료기관으로 옮겨 진행하고, 해당 병원의 위탁계약을 해지할 예정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임상 시험에서 몇 가지 용량을 통해 효능을 극대화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한 적정 용량을 찾아 표준으로 허가한 것인 만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AZ를 절반 투여할 때 예방효과가 더 좋다는 임상 결과가 나온 바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연구진 실수에 따른 것이었다”며 “절반 용량으로 투여한 대상자 수가 적었기 때문에 결과를 일반화화할 수 없다. 나름의 자료를 토대로 용량이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임의로 용량을 바꿔 투여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의원에서 의료진이 얀센 백신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의원에서 의료진이 얀센 백신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전북 부안에서는 얀센 백신을 정량보다 5배로 접종한 사례가 발생해 당국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해당 병원에서는 30대 남성 5명에게 얀센 백신 1바이알(한 병)을 나눠 투약하지 않고 1병을 1명에 모두 투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한 명은 40도 가량 고열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국은 5명 전원에 대해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추진단이 밝힌 예방접종 실시기준에 따르면 임상시험 시 과용량 접종자의 경우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지만 접종 부위의 통증 등 보고 빈도가 높았다고 한다. AZ와 얀센은 0.5㎖, 화이자는 0.3㎖를 초과한 경우 과용량으로 본다. 지침에선 과용량 접종 시에 보건소 또는 의료기관은 피접종자에게 이를 알리고 이상반응을 모니터링 해야 하며, 예방접종등록시스템을 통해 과용량 접종 내역을 보고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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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고된 용량보다 적응 용량으로 접종할 경우 접종량에 따라 재접종 여부를 결정하는데, 절반 이상 접종됐다면 재접종하지 않고 절반 미만으로 접종하거나 용량 비율을 추정할 수 없을 때는 허가된 용량으로 반대쪽 팔에 접종한다. 인천의 경우 투여량이 절반 이상이라 재접종은 하지 않는다고 추진단은 설명했다.

경남 진주의 한 의원에서는 얀센 백신 예약자에게 AZ 백신을 투여하는 일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3분기부터 대규모 접종이 이뤄지면서 접종자가 몰릴 경우 이 같은 사고가 잇따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3분기에 국민 70% 이상에 1차 접종을 완료하겠다고 했다. 이달까지 1300만명 이상에 접종하고, 앞으로 3개월간 2300만명 가량에 추가 접종해야 한다. 김우주 교수는 “단기간에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의료기관에서 접종 방법이 제대로 숙지 안 됐다면 문제가 계속 생길 것”이라며 “가을이 되면 독감 백신과 코로나 접종이 겹쳐 혼선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전문과목 제한 없이 종합병원과 병원, 의원 등 의료법상 의료기관이면 예방접종기관 계약을 맺고 있는데 평소 백신에 익숙한 내과,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등이 아닌 곳에선 접종에 더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1000만명을 돌파한 10일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 받은 시민들이 귀가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1000만명을 돌파한 10일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 받은 시민들이 귀가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런 일이 이어질 경우 백신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인터넷에는 벌써 접종 직전의 주사기 사진을 올려, “AZ를 맞았는데 불안하다”며 눈금 볼 줄 안다면 정량인지 봐달라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당국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할 수 있는 건 추가 안내와 교육 정도다.

추진단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백신 종류가 더 다양해지고 대규모 접종이 시행되는 만큼 경각심을 갖고 대응하겠다”며 “실시간 점검은 어렵더라도 시도 보건소를 통해 의료기관에 안내하고, 이달 중 교육자료를 업데이트해 제대로 이수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사고 난 뒤 지정 취소 등의 사후약방문식 대처는 안 된다. 안전한 접종이 이뤄지도록 일제 점검해야 한다”며 “보건소에서 관내 의료기관에 문제가 있는지 미리 점검해야 하는데 방역에 접종으로 이중고에 처해 있다. 인력을 늘려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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