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벗어나는 주요국 “재정 안정화” 한국은 “확장재정”

중앙일보

입력 2021.06.13 15:55

주요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펼친 확정 재정 정책을 안정 기조로 돌리고 있다. 위기에 대응하면서 악화한 재정 건전성을 회복해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한국이 올해와 내년까지 확장 재정 기조를 강조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13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지출분석센터가 최근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 6월호’에 기고한 주요국 예산안 및 중기 재정운용방향 보고서를 보면 독일ㆍ프랑스ㆍ미국ㆍ영국ㆍ캐나다 등 주요국이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내놓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정책을 펴지만, 경제가 회복하면 그동안의 재정 지원을 중단하고 적자와 빚을 줄이는 데 무게를 두는 방향이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났다. 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났다. 연합뉴스

앞서 독일은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확정하는 한편 ‘2021 안정화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정부의 구조적 적자 상한선을 국내총생산(GDP)의 0.5% 수준으로 설정하는 것을 중기 목표로 세웠다. 2023년에는 ‘채무제한법’ 규정도 다시 적용한다. 채무제한법은 차입 없이 재정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대원칙으로, 구조적 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0.35% 안으로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GDP 대비 9%까지 커진 재정 적자 비율을 내년에 3%로 줄인다는 게 독일의 목표다. 2023년 1.5%, 2024년 0.5%에 이어 2025년에는 0%를 달성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세웠다.

프랑스도 4월 ‘2021~2027 재정 안정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경기가 회복하면 2027년까지 연간 공공지출 증가율을 0.7%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이 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3년 뒤인 2024년부터는 3%대로 낮출 계획이다.

미국 역시 장기적으로는 보건ㆍ은퇴 프로그램 관련 지출 등의 재정 압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재정적자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내년 재정적자를 전년 추정치 대비 약 50% 감소한 1조8370억 달러(GDP 대비 7.8%)로 전망했다.

영국은 2023년에 법인세율을 19%에서 25%로 인상하며 세금 수입을 늘리겠다고 예고했다. 캐나다는 당장 올해 9월까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대부분의 경제적 지원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앞으로 5년 동안 연방채무를 1547억 캐나다달러 수준에서 307억 캐나다달러까지 줄일 계획이다.

국가채무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가채무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국 정부는 2025년부터 국가채무가 GDP의 60%를 웃돌거나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이 3%를 하회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내용의 ‘한국형 재정준칙’을 마련했지만, 올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을 지급하기 위한 2차 추경을 검토하면서 이마저도 지키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올해 초 14조9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을 편성했다. 2차 추경은 30조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본예산을 짜면서도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확장 재정을 요구하는 의견과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면서도 “적어도 내년까지는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재정동향 기고문을 통해 “당분간 확장적 재정 기조를 유지하여 코로나 경제위기를 완전하게 극복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중기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 등 재정 여건을 고려해 지속가능한 재정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재정이 일정 기간 확대된 이후에 이를 다시 억제할 수 있는 역량이 재정 운용의 틀에 내재돼 있지 않을 경우, 재정이 회복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지난 30년 동안 일본에서 벌어져 왔다는 점이 타산지석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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