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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시위 이끈 '홍콩 뮬란' 24세 아그네스, 7개월 만에 석방

중앙일보

입력

홍콩의 민주화운동가 아그네스 차우가 구금 7개월 만에 석방됐다. AP=연합뉴스

홍콩의 민주화운동가 아그네스 차우가 구금 7개월 만에 석방됐다. AP=연합뉴스

조슈아 웡(黃之鋒)과 함께 ‘우산 혁명’을 주도한 홍콩 민주화 운동가 아그네스 차우(周庭·24)가 ‘반중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금된 지 7개월 만에 석방됐다. 동방일보(東方日報)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차우는 살인 등 중범죄자들이 모인 타이람(大欖) 여자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은 2019년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류 처분을 받았던 차우가 석방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전 교도소 밖으로 나온 차우는 별다른 말 없이 자동차를 타고 떠났다. 현장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고, 10여 명의 지지자가 노란색 우산 등을 들고 격려의 구호를 외쳤다고 한다.

12일(현지시간) 아그네스 차우가 풀려난 교도소 앞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하지만 지지자들은 국가보안법 위협 때문에 소수만 모였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A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아그네스 차우가 풀려난 교도소 앞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하지만 지지자들은 국가보안법 위협 때문에 소수만 모였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AP=연합뉴스

AP는 “(지지자가 많이 모이지 않은 건) 중국이 통과시킨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수감될 수 있다는 위협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날 차우는 자신의 SNS에 “고통스러운 6개월 20일이 드디어 지났다”며 “푹 쉬면서 약해진 몸을 추스르겠다”는 글을 올렸다.

차우는 홍콩 학생 민주화 운동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의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열린 ‘우산 혁명’ 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홍콩 대학생들은 동맹 휴업을 선언하고 집회를 열었는데, 홍콩 경찰이 최루탄 등을 이용해 진압하자 시민들이 우산을 사용해 최루탄을 막으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아그네스 차우는 2014년 '우산 혁명'으로 이름을 알렸다. '학민여신' 등의 별명이 붙기도 했다. AP=연합뉴스

아그네스 차우는 2014년 '우산 혁명'으로 이름을 알렸다. '학민여신' 등의 별명이 붙기도 했다. AP=연합뉴스

이때 전면에 나서 시위를 이끌었던 차우는 ‘학민여신(學民女神·학생민주화운동의 여신)’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비록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79일 만에 끝났지만, 97년 홍콩 반환 이후 첫 장기적·조직적 민주화 시위로 평가받았다. 이후 차우는 2016년 조슈아 웡, 네이선 로(羅冠聰)와 함께 ‘데모시스토당’을 창당하고 반중 노선을 주장해왔다.

차우는 1996년 홍콩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부모가 신청해 영국 국적도 가지고 있었지만 2018년 홍콩 입법회 선거에 나가기 위해 국적을 포기했다. 15세가 되던 해 조슈아 웡과 학생운동 단체 ‘학민사조(學民思潮)’를 결성하면서 민주화 운동을 시작했고, 중국 공산당에 대한 충성 사상을 교육하려던 당국의 시도를 대중 운동으로 막아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영국 BBC는 ‘올해의 여성 100인’ 중 한 명으로 차우를 선정했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 아그네스 차우와, 영화 '뮬란'의 주연 배우이자 홍콩 경찰의 시위 진압을 지지한 유역비를 비교하는 사진. [트위터 캡쳐]

홍콩 민주화 운동가 아그네스 차우와, 영화 '뮬란'의 주연 배우이자 홍콩 경찰의 시위 진압을 지지한 유역비를 비교하는 사진. [트위터 캡쳐]

BBC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그가 체포됐을 당시 홍콩·일본·영국을 중심으로 SNS에서 ‘아그네스 차우를 석방하라(#FreeAgnes)’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특히 홍콩에서는 ‘진짜 뮬란(#RealMulan)’이란 태그를 다는 이도 많았다. 차우를 당시 개봉한 디즈니 영화 ‘뮬란’의 주인공에 빗댄 것으로, 이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중국 배우 유역비(劉亦菲)가 홍콩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한 반발이기도 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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