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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한반도 정세"...G7 직전 '중요한 과업' 지시한 김정은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한국 등이 참석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직전에 주재한 회의에서 '한반도 정세'와 '대내외적 환경' 등을 논의했다. 내치에 집중하며 외부로 눈을 돌리지 않았던 최근 태도와 달리 주변 정세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조만간 개최될 당 전원회의에서 대외 메시지를 낼지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1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1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12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며 군이 '고도의 격동태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신은 또 "최근 급변하는 조선반도 주변 정세와 우리 혁명의 대내외적 환경의 요구에 맞게 혁명무력의 전투력을 더욱 높이고 국가방위사업 전반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키기 위한 중요한 과업들이 제시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11일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주재 #"대내외 환경 요구 맞게 전투력 높여야"

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시한 '중요한 과업'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전하지 않았다. 다만 한반도 정세 급변을 언급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새 대북 정책 방향을 정하고, 지난달 21일 한·미 정상이 관여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등의 원칙을 밝힌 것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미국의 새로운 대북 정책에 맞설 국방 분야의 대응책 마련을 위한 사전 준비 차원일 가능성도 있다.

동시에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제시했던 핵기술 고도화 등 국방 건설 관련 과제의 중요성을 원론적으로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회의를 통해 국방 분야의 상반기 과제 수행 실태를 중간 점검하고 국가방위사업전반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군을 향해 '고도의 격동태세 견지'를 주문한 것 역시 당장의 군사 행동 재개를 시사했다기 보다는 내부적으로 경계 태세를 유지하자는 당부에 가깝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고도의 경계 태세'는 앞선 군사위 회의와 김 위원장의 현지 시찰 등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표현으로, 이번 회의에 대한 영문판 보도에서도 'keep a high alert posture' 정도로 번역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 앞에서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 앞에서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기적으로는 12~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직전에 회의 결과가 보도됐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 회의 개최 자체는 내부의 정치 일정에 따른 것이지만 북한 매체가 회의 내용과 김 위원장의 발언을 선별해 소개하는 일련의 과정에는 대외 정세에 대한 북한의 인식이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G7 정상회의의 공동성명은 13일(현지시간) 공개될 전망인데, 예년처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내용도 포함될 전망이다. 이를 앞두고 회의 개최 사실을 밝힌 건 북한 또한 이를 주시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일 수 있다. 지난달 4∼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G7 외교·개발장관회의 공동성명에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포기'(CVIA)라는 용어가 제시된 바 있다.

G7 정상회의 결과 발표에 더해 조만간 미국의 새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할 경우 '한반도 정세'와 '대내외적 환경'에 대한 북한의 보다 구체적인 입장이 나올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은 이달 초 당 전원회의 개최를 예고한 뒤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인데 개최 시 김 위원장이 직접 대남ㆍ대미 메시지를 밝힐 가능성도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1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조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2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12일 방영했다.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1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조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2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12일 방영했다.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6월 김 위원장이 같은 손목시계를 착용하고 나온 모습. 조선중앙통신 캡쳐. NK 뉴스.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6월 김 위원장이 같은 손목시계를 착용하고 나온 모습. 조선중앙통신 캡쳐. NK 뉴스.

한편 최근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다시 불거지는 가운데 이날 회의를 주재하는 김 위원장의 외모에도 관심이 쏠렸다. 앞서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지난 8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손목시계의 시곗줄 길이 변화를 근거로 체중이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해 특이 동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날 김 위원장이 등장한 사진에서도 과거와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이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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