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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행기 재밌네…이용남 北대사 첫 출장지 '中 경제실험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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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남 주중 북한대사(오른쪽)가 지난 8일 오후 저장(浙江)성 동부 닝보(寧波)에서 열린 제2회 중국-중·동유럽국가 박람회장에서슬로베니아의 피피스트렐 경비행기에 앉았다. 그는 8일부터 10일까지 취임 후 첫 지방 방문으로 저장성을 찾았다. 사진=신경진 기자

이용남 주중 북한대사(오른쪽)가 지난 8일 오후 저장(浙江)성 동부 닝보(寧波)에서 열린 제2회 중국-중·동유럽국가 박람회장에서슬로베니아의 피피스트렐 경비행기에 앉았다. 그는 8일부터 10일까지 취임 후 첫 지방 방문으로 저장성을 찾았다. 사진=신경진 기자

지난 8일 오후 제2회 중국-중·동유럽 국가 박람회가 열린 저장(浙江)성 동부 닝보(寧波) 국제무역전람중심에 이용남(61) 주중 북한대사가 들어섰다. 중국이 중·동부 유럽 국가와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지난달 리투아니아의 탈퇴에도 17+1로 불리는 중국의 유럽 공략 교두보는 건장했다.

[신경진의차이나는차이나] #베이징 부임 이용남, 저장성 방문 #박람회장 찾아 마스크 벗고 시승 #저장성은 시진핑식 성장 모델

이용남 주중 북한대사가 지난 8일 오후 저장(浙江)성 동부 닝보(寧波)에서 열린 제2회 중국-중·동유럽 국가 박람회장에서 전시 부스의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작동해 보고 있다. 사진=신경진 기자

이용남 주중 북한대사가 지난 8일 오후 저장(浙江)성 동부 닝보(寧波)에서 열린 제2회 중국-중·동유럽 국가 박람회장에서 전시 부스의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작동해 보고 있다. 사진=신경진 기자

이용남 대사는 먼저 슬로베니아와 중국의 합작 회사의 2인승 경비행기에 앉아봤다. 마스크를 벗고 포즈도 취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직접 조작하는가 하면, 동유럽 상품을 라이브방송으로 판매하는 부스를 자세히 주시했다. 중국산 경비행기 부스에서는 휴대폰을 꺼내 연신 사진을 찍었다. 9일에는 12년 연속 세계 최대 물동량 1위를 기록한 닝보·저우산(舟山) 항구 중 촨산(穿山) 컨테이너항을 찾아 중국의 물류망을 살피는 등 경제 행보를 이어갔다.

이용남 주중 북한대사(오른쪽 세번째)가 지난 9일 오후가 저장(浙江)성 동부 닝보·저우산(寧波·舟山) 항구 중 촨산(穿山) 컨테이너항을 찾아 동행한 베이징 주재 대사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경진 기자

이용남 주중 북한대사(오른쪽 세번째)가 지난 9일 오후가 저장(浙江)성 동부 닝보·저우산(寧波·舟山) 항구 중 촨산(穿山) 컨테이너항을 찾아 동행한 베이징 주재 대사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경진 기자

대외무역상·부총리를 역임한 ‘경제통’ 이용남 대사는 지난 2월 부임 후 첫 지방 방문지로 저장을 선택했다. “세계가 이 창문을 주목하게 하라 - 주중 대사 저장 투어”에 31개국 대사들과 함께다. 이 대사는 내년 9월 열릴 항저우(杭州) 아시안 게임 주경기장과 저장대학 연구개발(R&D) 센터, 태양광 패널 업체 정타이(正泰) 그룹을 시찰하는 등 2박 3일 빽빽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 대사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이었고, 수행비서는 “그런거 얘기하는거 아닙니다”라며 접근을 차단했다.

저장성 개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저장성 개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용남 대사는 왜 저장부터 찾았을까? 중국에선 최근 “중국이 가는 길을 묻거든 저장을 보게 하라”는 말이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고향이자, 알리바바 등 민영기업의 요람인 경제 강성(強省)이어서다. 11일에는 저장성을 공동부유 시범구로 만들겠다는 당과 정부의 공식 ‘의견’(이하 의견)이 인민일보에 게재됐다.

시진핑 주석의 대표 업적인 빈곤 척결과 덩샤오핑(鄧小平)의 선부론(先富論)을 지나 더불어 잘살자는 사회주의 공동부유의 실험실로 저장성이 선정됐다.

지난 8일 오후 저장(浙江)성 동부 닝보(寧波)의 팬퍼시픽 호텔에서 열린 제2회 중국-중·동유럽 국가 박람회 개막식장에 후춘화(胡春華·58, 오른쪽 두번째) 부총리와 위안자쥔(袁家軍·59, 오른쪽) 저장성 당서기가 나란히 들어서고 있다. 사진=신경진 기자

지난 8일 오후 저장(浙江)성 동부 닝보(寧波)의 팬퍼시픽 호텔에서 열린 제2회 중국-중·동유럽 국가 박람회 개막식장에 후춘화(胡春華·58, 오른쪽 두번째) 부총리와 위안자쥔(袁家軍·59, 오른쪽) 저장성 당서기가 나란히 들어서고 있다. 사진=신경진 기자

프리미엄 플러스 ‘88전략’ 전도사 위안자쥔

“저장성은 지금 ‘88전략’을 세우고, 중요한 대외 창구를 만들며, 사회주의 현대화의 선행자로서 공동부유 시범구를 건설하고 있다.”

8일 후춘화(胡春華·58) 부총리와 박람회 개막식에 나란히 입장한 위안자쥔(袁家軍·59) 저장성 당서기가 시 주석을 불러냈다. 지역의 강점을 배가(倍加)시키는 프리미엄 플러스 정책인 ‘88전략’을 언급하면서다. 저장의 일인자 위안자쥔은 5월 16일자 인민일보 기고문에서도 “저장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중요한 발상지”라며 “시진핑 총서기가 저장 근무 기간 창조적으로 ‘88전략’을 만들었다”고 찬양했다.

88전략은 저장성이 갖춘 ‘8대 프리미엄’을 위한 ‘8대 조치’를 줄인 이름이다. 시장 시스템, 지리적 위치, 산업 클러스터, 도시·농촌 조화 발전, 생태 환경, 산림과 해양의 조화, 사회 환경, 인문 등 8대 장점에 각각의 맞춤형 정책을 내놨다. 2003년 저장성의 시정방침으로 탄생했다.

위안자쥔은 88정책의 충실한 전도사다. 그는 “88전략의 지도 아래 저장을 개방 대성에서 글로벌 경제에 깊이 녹아 들어가도록 비약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위안자쥔은 후춘화 부총리와 함께 차세대 선두 주자군에 속하는 정치가다. 선저우(神舟) 유인 우주선 프로젝트를 총지휘해 우주방(幫)으로 불린다. 여기에 저장성 경력을 보탰다. 시 주석의 저장 근무 기간(2002~2007)은 푸젠(1985~2002)보다 짧지만 일인자였기에위안자쥔 등 충성스런 ‘킹스맨’의 사관학교가 됐다.

분배보다 성장 앞세운 ‘공동부유 시범구’

“함께 부유해지는 것은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이자 인민 대중의 공통 바람이다.”

11일 발표된 ‘의견’은 서두에서 선부론의 종결을 선언했다. 대신 “발전의 불균형·불충분 문제는 여전히 두드러지고 도농 및 지역 간 발전과 수입·분배 격차가 커졌다. 공동 부유는 경제 문제일 뿐만 아니라 당의 집권 기반이 달린 중대한 정치 문제”라며 공부론(共富論)의 시대를 알렸다.

‘의견’은 공동부유의 실현 방법을 담았다. 혁신·경쟁·효율·시장이다. 분배는 다음이다. 총 8개 장 28개 조항으로 이뤄진 ‘의견’은 성장을 다룬 2장을 분배를 다룬 3장에 앞세웠다. 분배보다 성장이 우선임을 명확히 한 셈이다.

성장을 위해 5조는 항저우·닝보·원저우(溫州)의 자주 혁신 시범구를 건설해 인터넷 플러스, 바이오 헬스, 신소재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8조는 “시장 주체의 활력을 격발시키겠다”며 “민영 기업의 발전을 막는 각종 장벽을 부수고, 기업의 부담 절감 시스템을 만들며, 시장 진입 네거티브 리스트 제도를 시행하고, 반(反)독점과 불공정 경쟁을 막을 사법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친시장 정책을 제시했다.

2025년 1인당 GDP 2만 달러 목표

중앙 정부의 발표에 저장성도 바로 화답했다. 11일 저장성 정부는 ‘고질량 발전 공동부유 시범구 건설 실시 방안(2021~2025년)’을 통과시켰다. 2025년까지 1인당 GDP 13만 위안(2265만원) 달성이 목표다. 미화 2만348달러다. 중국은 지난 3월 2035년 장기 목표로 GDP 2만 달러를 제시했다. 저장성은 이 목표를 10년 앞당겼다.

저장성 주민 평균 가처분 소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저장성 주민 평균 가처분 소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여기에 디지털 경제 기여 비율 60%, 1인당 GDP 격차를 2.1 이내로 줄이겠다고 다짐했다. 중산층 확대를 위해 가구당 연평균 가처분 소득 10만~50만 위안(1742~8710만원) 그룹의 비율을 80% 이상으로, 20만~60만 위안(3484~1억453만원) 그룹은 45% 달성을 내세웠다. 중산층을 두껍게 키워 사회를 안정시키겠다는 노림수다.

홍창표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은 “저장의 경제 규모는 4위지만 가처분 소득과 저축은 전국 1위”라며 “저장은 한국의 대중국 투자의 3.5%에 불과한 미지의 시장이지만 소비 잠재력을 고려할 때 보다 많은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자싱·닝보·항저우=신경진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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