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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양키스도 반했다…삼성 대신 선택한 ‘똑똑한 깔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전자는 국내 대기업 연봉 1위다. 지난해 이 회사 직원 10만9000여 명은 평균 1억27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삼성전자 내에서도 반도체(DS) 부문은 실적 호조에 따른 성과급 덕에 호주머니가 더 두둑하다. 올 초엔 성과급으로 연봉의 47%를 받았다.

스마트 인솔(깔창) 업체인 솔티드의 조형진(36‧사진) 대표는 입사 4년 만인 지난 2015년 ‘그 좋다’는 삼성전자에서 퇴사했다. 조 대표가 반도체 설계도 대신 손에 든 것은 스마트 깔창이었다. 올해 창업 7년차다.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안에 있는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서 만난 조 대표는 “요새 일할 맛이 난다”며 첫인사를 했다. 지난해 미국·유럽 업체와 350만 달러(약 39억원) 공급 계약을 했고, 40억원이 넘는 투자 유치도 받았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 안에 있는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서 솔티드 조형진 대표(왼쪽)와 김대성 이사가 스마트 인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 삼성전자]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 안에 있는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서 솔티드 조형진 대표(왼쪽)와 김대성 이사가 스마트 인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창의적인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2012년 말 사내 벤처프로그램인 C랩(Creative Lab)을 도입했다. 매년 직원들에게 창업 아이디어를 받은 뒤 4단계 심사를 거쳐 최종 아이템을 선정한다. 아이디어를 낸 직원은 1년간 현업에서 떠나 독립된 근무공간에서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로 만들면서 창업 기회를 얻는다. 삼성 측은 “한 해 평균 1000여 건의 아이디어가 쏟아진다”고 말했다.

사내 벤처프로그램 ‘C랩’으로 창업  

2015년부터는 직접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사업에 대한 확신이 선 직원에게 5억원 안팎의 창업 지원금을 제공한다. 스타트업을 꾸려 퇴사했어도 5년 안에 재입사할 수 있다. 창업에 나섰다가 여의치 않으면 회사에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인국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 센터장(상무)은 “우수한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도록 스타트업으로 독립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창업가정신이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재입사 제도도 추가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2015년 창업한 C랩 1기다. 지난해까지 재입사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솔티드에 남았다. 조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주어진 일을 하며 살았다면 정년까지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겠지만, ‘내 일’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며 창업을 망설일 때 ‘넓은 세상을 보고 오라’며 지원해준 회사에 고맙다”고 말했다.

솔티드가 만든 스마트 인솔은 운동화나 구두 등 어느 신발에나 깔 수 있는 깔창이다. 깔창에 센서를 넣어 걷거나 서 있을 때 발바닥의 압력 분포를 측정하고, 걸음걸이의 문제점 등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사가 깔창에 집중하는 것은 창업 초기의 실패 경험 때문이다. 조 대표는 처음에는 스마트 인솔을 부착한 ‘스마트 신발’를 내놨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는 “신발을 선택할 때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이나 브랜드가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털어놨다.

이후에 스마트 인솔 사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번엔 타깃 소비자 선정에 애를 먹었다. 고심 끝에 조 대표는 골프를 즐기는 일반 수요자를 공략했다. 골프 스윙을 할 때 체중 이동이 중요하다는 점을 활용해, 아예 스윙 전체를 분석해주는 앱과 연동했다.

예컨대 스마트 인솔을 깐 골프화를 신고 스윙을 하면 앱을 통해 발바닥 모양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발바닥에서 힘을 주고 있는 부분이 진한 색으로 표시돼 백스윙 때 체중이 반대편으로 이동하는지, 발뒤꿈치에 체중이 실리는지 등을 정확히 알 수 있다.

개당 24만9000원이나 고가인데 현재까지 1만 개 이상 팔렸다. 아마존·네이버 등 온라인을 통해 일반인에게 판매 중이다. 조 대표는 “프로골프 선수들은 바닥 전체에 센서가 있는 패드를 깔고 연습하기도 한다”며 “이 제품은 2000만원이 넘는데 스마트 인솔은 24만원대”라며 “세상에 없는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한다는 것이 솔티드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골프 스윙 분석에서 헬스케어로 확대”

지난해 아마존에서 하루에만 600개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선수 훈련용으로 쓰겠다며 뉴욕 양키스 등 미국 프로야구단에서 공급 계약을 하자는 연락이 왔다. 야구 스윙을 할 때도 체중 이동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솔티드는 이제 헬스케어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처음 스마트 인솔로 창업 아이디어를 냈을 때 목표로 했던 분야다. 조 대표는 “국내에서 한 해에 관절 수술을 하고 재활 치료를 받는 사람이 30만 명에 이른다”며 “재활 치료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어떻게 시정해야 하는지 등을 스마트 인솔로 손쉽게 파악해 이들이 건강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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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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