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원인 오리무중···감리일지 행방 열쇠 쥔 소장 입 다물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6.13 05:00

17명의 사상자가 나온 광주광역시의 붕괴 건물 철거 공사에서 안전규정 관리·감독을 맡았던 감리업체 소장이 경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해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경찰은 굴착기 기사로부터 철거 당일 중장비가 건물 내부까지 진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굴착기 기사는 “붕괴 당일 중장비 건물 내부 진입”

감리소장 일부 진술 묵비권

지난 10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건축 건물 붕괴사고 현장에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0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건축 건물 붕괴사고 현장에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2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하루 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광주 동구 학동 주택재개발 건물 철거 관련 감리업체 A 소장을 소환 조사했다.

감리업체는 철거계획서대로 공사가 진행되는지 관리·감독하고 안전점검까지 해야 할 의무가 있다. A 소장은 지난 9일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직후인 지난 10일 오전 3시께 자신의 사무실에 들른 뒤 잠적한 수상한 행적을 보였다. 경찰은 A 소장과 연락이 닿질 않아 지난 11일 피의자로 입건할 때까지 소환조사도 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소장은 철거 공사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과 임무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 중”이라며 “A 소장이 사무실에 들렀을 때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를 일부 반출했을 것으로 추정”이라고 말했다.

사라진 감리일지 어디에?

지난 9일 철거건물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부지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9일 철거건물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부지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경찰은 동구 학동 주택재개발 현장에서 5층 건물이 무너질 당일, 철거업체 등이 안전관리규정을 지키면서 철거작업을 했는지 기록했을 ‘9일자 감리일지’를 포함해 공사 전반에 관한 감리일지 문건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감리일지는 감리업체가 자신이 공사 과정에서 관리·감독 의무를 다했는지 매일 기록하는 문서로 관할 지자체에 보고·제출해야 한다. 붕괴가 발생한 9일자 감리일지에는 이날 철거 공사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담겨있어야 한다.

A 소장이 일부 진술에 입을 닫으면서 사고원인 규명을 위한 핵심자료인 감리일지 등의 행방 파악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경찰은 “붕괴 사고와 관련 있는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했다.

굴착기 기사 “붕괴 전 건물 내부 진입”

지난 11일 광주광역시 동구청에 마련된 건물 붕괴 사망자 합동분향소에 학동 주택재개발 철거 공사에 참여한 철거업체 대표가 조문차 방문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1일 광주광역시 동구청에 마련된 건물 붕괴 사망자 합동분향소에 학동 주택재개발 철거 공사에 참여한 철거업체 대표가 조문차 방문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경찰은 붕괴 당일 철거작업에 투입된 굴착기 기사 B 씨도 소환 조사했다. 경찰은 B씨로부터 “붕괴 전 굴착기로 건물 내부까지 진입해 작업하던 도중 건물에 쌓은 흙더미가 무너졌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철거업체는 건물 뒤편에 쌓인 토사체 위에 중장비를 올려 건물을 부숴나갔는데 최상층부에 굴착기 팔이 닿질 않자 건물 내부까지 들어가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B씨는 “철거 도중 비산먼지를 막기 위해 평소 작업보다 많은 양의 물을 뿌렸다”고도 했다.

B씨의 진술대로라면 토사체가 중장비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졌고 일부 철거가 진행된 건물 외벽이 도로로 무너지는 과정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11일 광주광역시 동구청에 마련된 건물 붕괴 사망자 합동분향소에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사업 조합장 A씨와 조합원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1일 광주광역시 동구청에 마련된 건물 붕괴 사망자 합동분향소에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사업 조합장 A씨와 조합원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경찰은 “건물 내부 진입이나 살수차가 뿌린 물이 붕괴에 작용했을 가능성은 전문가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지난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기관과 공동으로 진행한 현장감식 결과까지 포함해 붕괴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따져볼 계획이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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