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기차는 온실가스 제로? 그건 오해···차종별 배출량 보니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뉴스 ONESHOT’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30 무공해차 전환100 제3차 선언식에 참석해 현대 전기차 아이오닉5에 탑승해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30 무공해차 전환100 제3차 선언식에 참석해 현대 전기차 아이오닉5에 탑승해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요즘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화석연료로 전력 생산할 때 배출 #한국에선 1kWh당 CO₂457g 꼴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 위해 #교통수요 줄이는 데 노력해야"

기후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이를 걱정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겠다 생각하시는 분들이 늘어났기 때문이겠죠.
여기에 지난해 그린뉴딜과 탄소 중립을 선언한 정부가 보조금 지급도 늘린 것도 원인일 겁니다.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제로(0)'라고 표시된 일부 자료를 보면서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우리가 생산하는 전력 가운데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낮은데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과연 제로일까요?

전기차도 온실가스 간접 배출

전기차 선두 주자 테슬라가 선보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 [사진 테슬라]

전기차 선두 주자 테슬라가 선보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 [사진 테슬라]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대표는 "자동차의 경우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간접적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휘발유나 경유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경우 내연기관에서 직접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만, 전기차나 수소차의 경우 간접적으로 배출합니다.
연료인 전기나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전력을 생산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의 양이 궁금해 환경부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문의했습니다.

국내에서 전력 1kWh를 생산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 즉 이산화탄소의 양이 457g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2018년 정부가 고시한 수치입니다.

충남 지역의 한 화력발전소. [중앙포토]

충남 지역의 한 화력발전소. [중앙포토]

이 수치와 이런저런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해봤습니다.

인기 있는 테슬라 전기차 모델 Y의 경우 1kWh 전기로 평균 5㎞를 주행한다고 하네요.
보통 기름을 사용하는 자동차의 연비에 빗대 전기 자동차의 경우 전비(電比)라는 걸 사용하는데요, 테슬라의 전비가 5㎞/kWh입니다.

1kWh 전력을 생산할 때 CO₂ 457g이 배출되니까 테슬라가 1㎞를 주행할 때는 91.4g, 100㎞를 주행할 때는 9140g(9.14㎏)이 배출되는 셈입니다.

마찬가지로 쉐보레 볼트EV 전기차는 전비가 5.4㎞/kWh라고 하면, 100㎞를 주행할 때 8400g이 배출됩니다.

현대 아이오닉5는 전비가 4.5㎞/㎾이고, 100㎞ 주행 때 1만54g을 배출합니다.

현대 제네시스 G80 전기차는 전비가 4.3㎞/kWh로 알려져서 역시 100㎞를 주행할 때는 1만511g을 배출하게 됩니다.

수소 생산 고려하면 수소차도 CO₂ 배출

현대차 수소전기차 넥쏘. [사진 현대차]

현대차 수소전기차 넥쏘. [사진 현대차]

그럼 다른 차들과 비교하면,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어느 정도일까요?
휘발유를 쓰는 현대 그랜저의 경우 전기차보다 훨씬 많은 100㎞당 1만5000g을 배출합니다.
경차인 기아 모닝은 100㎞ 주행할 때 9987g을 배출합니다.

경유차의 경우 휘발유차보다 연비가 높아 온실가스 배출은 적지만, 대신 미세먼지 원인인 질소산화물 배출이 많습니다.
현대 쏘나타 경유차는 전기차보다 약간 많은 수준인 100㎞당 1만1500g을 배출합니다.

LPG 차는 미세먼지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연비가 낮은 편이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습니다.
기아 K5 LPG는 100㎞를 달릴 때 1만3200g이나 배출합니다.

수소전기차인 현대 넥쏘의 경우 주행 자체에서는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연료인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많은 CO₂가 배출됩니다.

현재 전 세계 수소의 95% 이상이 천연가스 성분인 메탄과 수증기를 반응시켜 메탄에서 수소를 떼어내는 메탄 개질 공정(SMR)을 통해 생산됩니다.
이때 수소 1㎏을 생산할 때 9.3㎏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셈입니다.

넥쏘가 100㎞ 주행하는 데 수소 1.05㎏을 소비하므로, 결국 100㎞ 주행에 9765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계산입니다.

다만 앞으로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이용해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얻는 경우는 수소차의 온실가스 배출은 제로에 가깝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이브리드는 차종에 따라 차이 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그렇다면 하이브리드 차는 어떨까요?

하이브리드 가운데서도 토요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는 100㎞당 9400g,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100㎞ 주행당 1만1700g을 배출해 전기차보다는 약간 많이 배출합니다.

국산 하이브리드차인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이보다 많은 9700g을 배출합니다.

대신 지금은 단종된 현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전기차보다도 적은 100㎞당 7000g을 배출하는 것으로 계산이 됩니다.
이는 ㎞당 70g의 CO₂를 배출한다는 자료를 바탕으로 한 계산입니다만 아이오닉의 배출량이 100㎞당 1만g 이상이라는 자료도 있습니다.

이처럼 같은 하이브리드라도 큰 차는 더 많이 배출하는 등 차종에 따라 차이가 큰 편입니다.

앞에 계산한 수치들은 자동차 제작사들이 발표한 수치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좀 더 정밀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석탄·석유·가스 등 에너지를 채굴하고, 국내로 운반하고, 정제하고, 다시 운반·공급하는 과정까지 포함해야 차종별로 전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이 산출됩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이런전과정 배출량을 비교해야겠죠.
지난 2015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그런 분석 결과를 내놓았는데, 시간이 지났으니 지금 상황에 맞는 새로운 연구 결과도 기대합니다.

당시에도 전기차는 100㎞ 주행당 9400g의 CO₂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어쨌든 현재 국내 전력 생산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다면 전기차가 온실가스를 꽤 많이 배출하는 편입니다.

국가에 따라 전기차 배출량 달라져 

서울 시내의 한 대형쇼핑몰 주차장에서 운영 중인 전기 자동차 충전소.[뉴스1]

서울 시내의 한 대형쇼핑몰 주차장에서 운영 중인 전기 자동차 충전소.[뉴스1]

한편, 전기차의 경우 어느 나라에서 운행하느냐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도 차이가 있습니다.

독일연방 환경청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2019년 기준으로 전력 1kWh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401g까지 줄였습니다.
독일은 전체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습니다.

전력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는 프랑스의 경우 지난해 전력 1kWh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57.3g을 기록했습니다.

아이오닉5 전기차도 한국이 아닌 독일에서 운행할 경우 배출량이 12% 줄어든 100㎞당 8900g을, 프랑스에서 운행할 경우 1270g을 배출하게 됩니다.

전기자동차의 온실가스 간접 배출량을 줄이려면 전기 생산에서 재생에너지나 원자력 비중을 높여야 하는 셈입니다.

지난달 24일 명동성당에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개막 미사를 마친 신부와 수녀, 천주교 신자들이 기후위기 극복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은 교황청의 제안에 따라 전세계 가톨릭교회가 동참하는 환경 캠페인이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명동성당에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개막 미사를 마친 신부와 수녀, 천주교 신자들이 기후위기 극복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은 교황청의 제안에 따라 전세계 가톨릭교회가 동참하는 환경 캠페인이다. [연합뉴스]

민만기 대표는 "정부가 마련한 2030년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따르면 수송부문은 배출전망치(BAU) 대비 29.3%를 줄이는 것으로 돼 있고, 그 대부분은 친환경차 보급확대를 통해 해결하려 하지만 현재의 에너지 공급 체계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친환경차를 385만대 공급해도 에너지 믹스 때문에 385만대 전체 배출량이 제로로 줄지는 않고, 30% 정도 줄어드는 데 그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환경차 385만대라고 해도 전체 차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5%에 불과하고, 그나마 작은 승용차 위주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사항을 다 고려하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전기자동차를 보급해도 수송부문 배출량을 5% 줄이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민 대표는 "주차장을 없애는 프랑스 파리처럼 외국에서는 교통 수요를 줄이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우리도 대중교통에 투자를 확대하는 등 교통수요 관리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기 자동차를 보급을 늘린다고 온실가스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 시민도 정부도 잘 알아둬야겠습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