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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20시간' 과테말라 초등 교과서에 '흥부놀부' 실린 사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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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국정교과서에 소개된 한국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 내용. 사진 경북교육청

과테말라 국정교과서에 소개된 한국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 내용. 사진 경북교육청

스페인어판 ‘토끼와 거북이’ ‘햇님 달님’

“한 마을에 두 형제가 살았다. 맏형인 놀부는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웠다. 아우인 흥부는 반대로 황금 같은 마음을 가졌다.”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욕심을 부리는 사람은 불행해진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 얘기다. 한국인이라면 이 얘기를 모르는 이가 거의 없다.

하지만 ‘흥부와 놀부’가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인구 1800여만 명의 나라 과테말라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다. 과테말라 초등학교 5학년용 국어 국정교과서 64~67쪽에는 흥부와 놀부 얘기가 에스파냐어로 적혀 있다.

과테말라 국정 교과서에는 흥부와 놀부뿐 아니라 ‘토끼와 거북이(2학년 교과서 39~40쪽)’, ‘의좋은 형제(3학년 교과서 37~38쪽)’, ‘햇님달님(4학년 교과서 64~66쪽)’, ‘단군신화(6학년 교과서 40~41쪽)’도 실려 있다. 중학교 3학년 자연과학 교과서에는 한국에 대한 소개와 한글·한복·한국음식·한국경제에 대한 내용도 기재돼 있다.

비행기를 타고 20시간 넘게 날아가야 도착할 수 있는 ‘머나먼 타국’ 과테말라 국정 교과서에 한국에 대한 내용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과테말라 국정교과서에 한국에 대한 소개가 실린 모습. 사진 경북교육청

과테말라 국정교과서에 한국에 대한 소개가 실린 모습. 사진 경북교육청

과테말라 초등학교 교과서 수록 

과테말라가 국정 교과서에 따로 코너를 만들면서까지 한국을 소개하고 나선 것은 지난 15년간 경북교육청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북교육청이 2006년 과테말라와 교육정보화 지원 업무협약을 맺고 교육정보화 지원 사업을 해온 결과다. 반면 과테말라 국정 교과서에는 미국이나 중국, 영국 같은 나라도 한 문단 정도로 간단하게 소개돼 있다.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2006년부터 최근까지 과테말라 교육당국에 데스크탑 컴퓨터 2180대, 과테말라 교원 251명 초청 연수, 추수 지도 방문 63명 등을 지원했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원격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e러닝세계화교사단(LEAD)이 제작한 콘텐트로 교원 39명에게 정보화 활용 연수를 진행했다. 올해도 과테말라 교원 온라인 연수와 컴퓨터·노트북·빔프로젝터 지원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경북교육청이 지원하는 교원 연수에 2017년에 참여한 한 교원은 “과테말라는 디지털 양극화가 매우 커 교사 중에서도 컴퓨터를 한 번도 사용해 보지 못한 사람도 있다. 이 연수는 그런 교사에게도 기회를 주고 정보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준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지원 사업 13년 만인 2019년부터 과테말라 초·중등 국정 교과서에 한국에 대한 소개와 전래동화 등이 실리기 시작했다. 과테말라는 전체 초등학교의 85%, 중학교의 40%가 국정 교과서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 7일 경북 안동시 경북교육청에서 임종식 경북교육감(오른쪽)과 주한 과테말라대사가 과테말라 국정교과서 기증식을 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경북교육청

지난 7일 경북 안동시 경북교육청에서 임종식 경북교육감(오른쪽)과 주한 과테말라대사가 과테말라 국정교과서 기증식을 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경북교육청

이와 관련해 지난 7일 마르코 툴리오 치카스 소사(Marco Tulio Chicas Sosa) 주한 과테말라 대사가 경북교육청을 방문했다. 과테말라 국정 교과서를 경북교육청에 기증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 ICT(정보통신기술) 정보화와 원격 교육 환경을 선도하고 있는 경북교육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글로벌 지식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임종식 교육감은 “한국을 더 이해하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내용을 수록한 과테말라 국정교과서를 과테말라 대사가 기증해 더욱 의미 있고 기쁘다”며 감사를 표시하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미래 교육으로 더욱 진일보한 교류협력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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