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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한마디에 김두관 文에 9년 전 일 사과…野 "공당 맞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큰형님 죄송하고 앞으로 잘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김두관 의원(재선ㆍ경남 양산을)은 12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사과문을 올렸다. 지난 9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촬영에서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 영상 메시지라며, 다시금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지난 9일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자서전 『꽃길은 없었다』 출판기념회에서 김두관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 9일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자서전 『꽃길은 없었다』 출판기념회에서 김두관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2012년 김두관, 文 향해 “盧 죽음에 책임 있다”

김 의원 글에 따르면, 사과의 이유는 2012년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대선 경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선 과정에서 원팀의 시너지를 만들기는커녕, 유력 주자였던 문 대통령을 공격했던 사실”에 대한 사과란 거다.

2012년 9월 4일 민주통합당 김두관 대선 경선 후보가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18대 대통령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남 경선'에서 정견발표를 마친 뒤 문재인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2년 9월 4일 민주통합당 김두관 대선 경선 후보가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18대 대통령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남 경선'에서 정견발표를 마친 뒤 문재인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김 의원은 당시 문 대통령을 거칠게 비판했었다. 경남지사 재임 2년 차에 지사직을 던지고 경선에 뛰어든 그는 ‘문재인 필패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노무현 정신을 망각하고 기득권과 패권에 빠진 당내 세력”, “비서실장으로서 노 전 대통령 죽음에 책임이 있다”, “패인을 모르는 패장” 등의 말이 쏟아졌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렸던 그는 이 일을 계기로 친문(親文ㆍ친문재인)과 급격히 사이가 멀어지게 됐다.

9년 만에 사과 왜?…“김어준이 권유해서”

9년 전 일을 사과하는 이유론, 경선을 앞두고 친문표 끌어안기로 보는 해석이 많다. 실제 지난 9일 출판기념회를 연 자서전 『꽃길은 없었다』에서도 그는 2012년 경선에서의 문 대통령을 비판을 ‘오판’이란 대목의 주요 사례로 꼽았다.

김 의원은 그러나 페이스북에선 방송인 김어준씨를 특별히 언급했다. “(지난 9일) 출판기념회 후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촬영차 벙커에 들렀는데, 김어준 총수가 집요하게 이 부분을 물고 늘어졌다. ‘왜 소주 한잔하면서 털어버리지 못하고 지금까지 왔느냐’는 거다”라고 말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이어 “문 대통령께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근 10년간 이에 대해 말씀을 드리지 못했지만, 결국 김어준 총수의 권유로 영상으로나마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과를 하고 나니 조금은 후련하다. (2010년) 경남지사 당선 시에 노 대통령을 대신해 누구보다 축하하고 격려해주셨던 것을 다시금 기억한다”라고도 했다.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뉴스1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뉴스1

그는 또 “9년 전의 일이 동지들에게도 여전히 기억되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제가 부족했다. 이 업보를 어찌 풀어야 할지, 이 족쇄를 풀지 못하고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천천히 단단하게 발걸음 내딛겠다”고 덧붙였다.

野 “김어준 영향력 얼마나 크면…공당 맞나?”

김어준씨의 권유로 김 의원이 사과한 것을 두고 야권에선 “공당의 모습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는 말이 나왔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12일 통화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일개 방송인인 김어준씨의 영향력이 민주당에서 얼마나 크면, 대선 주자라고 나오신 분이 그 말을 듣고 따르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김어준씨가 여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면 할수록, TBS 라디오의 진행자로서의 정치적 중립성은 더욱 의심받을 수밖에없다”라고도 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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