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생ㆍ36세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대표를 바라보는 일부 올드보이들은 머쓱하다. ‘이준석 돌풍’이 거세게 불었던 당시 ‘경륜 부족’을 이유로 이 대표를 깎아내렸기 때문이다. 헌정사를 새로 썼다는 이번 전당대회 후, 이들의 입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①정세균(1950년생ㆍ71세)=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2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준석 현상을 두고, ‘장유유서(長幼有序ㆍ어른과 어린아이 사이에는 순서가 있다)’를 언급했다.
“옛날에 영국(노동당)에 에드 밀리밴드라고 하는 39세짜리 당대표가 나온 적이 있다. 근데 그 당이 정권을 잡는 데 실패했다”라며 “거기다가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문화가 있지 않습니까? 장유유서 이런 문화도 있고…”라고 했다.
이 말은 당내에서조차 “민주당이 어쩌다가 장유유서를 말하는 정당이 되었나. 자칫 꼰대 정당으로 낙인찍힐까 걱정스럽다”(박용진 의원)라는 비판을 불렀다. 이 대표는 당시 “제가 말하는 공정한 경쟁은 시험과목에서 ‘장유유서’를 빼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런 정 전 총리는 11일 이 대표 당선 후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이준석 후보의 당선을 축하드린다. 함께 고정관념을 깨자. 대한민국의 모든 차별도 함께 깨고, 정략적이고 낡은 진영논리와 증오와 분열 좌우 이념의 관성도 함께 깨자.”
②홍준표(1953년생ㆍ68세)=야권 대선 주자인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이 대표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었다. 그는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이준석 돌풍’을 두고 “한때 지나가는 바람”이라며 “대선을 불과 10개월 앞둔 이 중차대한 시점에 또다시 실험 정당이 될 수는 없다”고 썼다. 이튿날(26일)에도 “당 대표 선거를 세대교체로 몰고 가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썼다.
하지만 홍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엔 “당원과 국민의 뜻으로 선출되신 이준석 당 대표님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썼다. 이어 “당원과 국민들이 여러분들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정권교체의 열망이 컸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정권교체의 선봉장이 되어 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③정진석(1960년생ㆍ61세)=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4일 페이스북에 “19살 더 많은 필 미켈슨(50)이 브룩스 켑카(31)보다 드라이버 거리를 더 내면서 PGA(미국 프로 골프 협회) 메이저 대회에서 최고령(50세 11개월)으로 우승했다. 경륜이 패기를 이겼다. 노장들이여 기죽지 마라”라고 썼다.
정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국민의힘의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 그리고 당원들의 정권교체 갈망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실로 오랜만에 혁신(革新)의 순간을 맞았다”고 썼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