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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 소환한 특전사 출신 文 "軍 일벌백계로 변하지 않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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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의 전역을 재가했다. 이 총장의 사의를 수용한지 엿새만이다. 사의 수용도 이 총장이 사의를 밝힌지 1시간 20분만에 이뤄졌고, 공군 성추행 보도가 나온지 닷새만이기도 했다. 관련 보도가 나온지 채 2주가 지나기 전에 공군참모총장 전역이 이뤄진 것이다.

이런 조처는 군 비위 사건에 대한 문 대통령의 평소 생각과 맞닿아 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비위 사건이 발생했을 때 높은 지위의 지휘관이 책임을 져야 병영문화가 바뀐다고 봤다. 이런 생각은 문 대통령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회의록을 보면 잘 드러난다.

“대책만으로 병영문화 안 바뀌어”

[2014년 6월 23일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마차진리 야산에서 육군 22사단 GOP(일반전초) 총기 난사 탈영병 임모 병장이 군병력과 대치하다 자살을 시도한 가운데 임 병장을 태운 군 구급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2014년 6월 23일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마차진리 야산에서 육군 22사단 GOP(일반전초) 총기 난사 탈영병 임모 병장이 군병력과 대치하다 자살을 시도한 가운데 임 병장을 태운 군 구급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문 대통령은 2014년 10월 “특전사(육군특수전사령부)에서 근무를 해서 여러분들을 뵙는 마음이 아주 각별하다. 그래도 지금 군대 상황이 이렇게 좋은 얼굴로만 대할 수는 없는 상황인 것 같다”며 육군본부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를 시작했다. 그 해는 GOP(일반전초) 내 총기난사 사건인 ‘임 병장 사건’과 선임 병사의 가혹행위로 후임이 사망하는 ‘윤 일병 사건’이 벌어진 해였다.

문 대통령은 “이런 사건들이 있을 때마다 구타 근절 대책, 병영문화 개선을 이야기하고 일벌백계를 말하는데 그런 대책만으로 정말로 군대의 문화가 달라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건들이 한 40년 전 제가 군대 복무할 때에도 있었던 일들”이라며 자신이 특전사로 복무하던 당시의 일화를 소개했다.

문 대통령이 특전사에 복무할 때 구타 근절대책으로 상급부대의 불시점검이 있었다고 한다. 상급부대에서 밤에 내무반을 불시에 찾아 병사들 내의를 들춰보는 방식이었다. 구타 흔적이 있는지 눈으로 확인해본다는 차원이다. 문 대통령은 “빠지지 않는 것이 엉덩이를 까 보는 것이었는데, 그런 식으로 하니까 실제로 엉덩이를 때리는 ‘빠따’가 당분간은 많이 없어졌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전사 복무 당시 모습.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의 특전사 복무 당시 모습. 중앙포토

하지만 구타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그 대신 어디를 때리는 줄 아냐? 발바닥을 때린다”며 “(발바닥을) 몇 대 맞으면 그 다음날 신발도 잘 신기가 어렵고 걷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구타 근절대책 이런 것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고 정말 지휘계통의 높은 사람들이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자신의 직을 거는 자세로 구타를 근절하겠다, 성추행을 막겠다,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나서야만 비로소 군대문화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절반 이상은 외부인사가 참여해야”

문 대통령은 당시 높은 지휘관일 수록 낮은 징계를 받는 문제도 지적했다. ‘임 병장 사건’ 같은 경우, 사고 부대의 지휘관 6명이 감봉 징계를 받았는데 장군인 사단장이 가장 감봉 일수가 적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밑으로 내려갈수록 감봉 일수가 늘어나 중사인 부소대장은 감봉 3개월을 받았다”며 “더 책임져야 될 높은 사람은 가벼운 책임을 지고 오히려 밑의 하급 지휘관에게는 무거운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6.25전쟁 65주년을 하루 앞둔 2015년 6월 24일 자신이 40년전 복무했던 경기도 김포 제1공수특전여단을 방문했다. 연병장에서 장병들과 함께 타이어 끌기 체험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6.25전쟁 65주년을 하루 앞둔 2015년 6월 24일 자신이 40년전 복무했던 경기도 김포 제1공수특전여단을 방문했다. 연병장에서 장병들과 함께 타이어 끌기 체험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러면서 징계위원회 구성의 문제를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징계위는 징계 대상자보다 선임인 장교 3명 이상으로 구성된다. 그러니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엄정한 징계가 안 되는 것”이라며 “징계위 구성도 적어도 절반 이상은 외부 인사가 참여하도록 군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군 내부 인사로만은 군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봤던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공군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서도 지난 7일 “종합적으로 병영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하여 근본적인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 기구에 민간위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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