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중금리대출 시장…첫 달 이자까지 은행이 대신 내준다

중앙일보

입력 2021.06.12 08:00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이 대출을 받으면, 은행이 첫 달 치 이자를 대신 내준다.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간의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경쟁과 금융당국의 압박이 불러온 새로운 풍경이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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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는 7월 9일까지 신규 대출을 받는 KCB 신용점수 820점 이하 중·저신용 고객의 한달 치 대출 이자를 대신 내주기로 했다. 한 달 이자를 고객 명의의 카카오뱅크 계좌에 지급한다. 중·저신용자의 유입을 늘리기 위해 26주 적금 상품은 이자를 두 배 지급한다.

이와함께 카카오뱅크는 중신용 대출을 늘리기 위해 중신용 대출상품의 최대 한도를 1억원으로 늘리고, 가산금리도 최대 1.52%포인트 내렸다.

중신용자 대상 대출 못 늘리면, 신사업 진출 제한 

카카오뱅크가 대출 이자까지 대신 내주며 중신용자 대상 대출을 늘리는 건 금융당국과의 약속 때문이다. 카카오뱅크가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확대계획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 10.2%였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올해 말까지 20.8%로 늘려야 한다. 대출액수로는 3조1982억원으로 전년(1조4380억원)의 2배가 넘는다.

이런 계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카카오뱅크뿐 아니라 최대주주인 카카오도 다른 금융업 진출을 위한 인·허가를 신청할 때 불이익을 받게 된다.

다른 인터넷 전문은행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케이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비중을 지난해(21.4%)와 비슷한 21.5%로 유지해야 한다. 대출액은 지난해 5852억원에서 올해 1조2084억원으로 늘려야 한다. 올해 출범하는 토스뱅크는 전체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자 비중을 35%로 설정했다. 2023년까지 이 비중을 44%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확대계획.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확대계획.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P2P 업체들도 중금리 대출 늘리겠다

제도권에 진입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도 중금리대출 시장 경쟁에 뛰어든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렌딧과 에잇퍼센트, 피플펀드컴퍼니 등 3개사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로 최초 등록했다.

3개 업체 모두 금융위에 등록 신청을 하며 영업 특징으로 중금리 신용대출을 강조했다. 그동안 쌓인 데이터와 신용평가 모델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치열한 경쟁 속에 소비자 편익이 커지고 좀 더 많은 사람이 중금리 혜택을 볼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활용 신용평가시스템 구축 영향도 

중ㆍ저신용자 대상 대출 경쟁에 불이 붙은 건 금융당국의 압박과 신용평가기술(CSS)의 발달 등이 맞물린 결과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등에 고신용자 대상 대출을 줄이고 대신, 중금리 대출을 늘리도록 압박하고 있다. 중금리 대출을 늘려 금리단층 현상이 해소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말 기준 신용등급별 평균 대출금리는 고신용층(1~3등급) 연 6.6%, 중신용층 (4~6등급) 연 15.4%, 저신용층(7~10등급) 연 18.3%이다. 연 6~14% 구간이 텅 비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연 24%→20%)로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이 제도권 대출 시장에서 이탈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도 중금리 대출 시장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턱없이 작은 중금리 시장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NICE평가정보]

턱없이 작은 중금리 시장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NICE평가정보]

대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구매 이력 등 각종 비금융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구축해 상환 능력 등을 과거보다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있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지난 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시중은행은 중·저신용자가 만족할 만한 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며 “토스 플랫폼에는 1금융권뿐 아니라 전 금융권에서 대출을 신청하고 심사를 받은 고객 데이터가 쌓여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금리대출 경쟁이 가계부채 급증이나 금융회사의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남재현 국민대 교수(경제학)가 한국은행에 제출한 ‘중금리 대출 시장 경쟁 심화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중금리대출 이용자 중 3개 이상의 대출을 한 경우가 대출 건수 기준으로 50.9%였다. 반대로 고신용자 대상 대출의 경우 1개의 대출만 보유한 경우가 44.4%로 가장 많았다.

여러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다중채무자는 부실이 다른 금융기관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크다. 남 교수는 “중금리 차주 가운데 과거 저금리 대출 또는 고금리 대출을 이용한 이력이 있는 경우에는 부실화 가능성이 상대적 높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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