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찰·검새·꽁수처 비아냥 떨쳐낼까, 시금석이 된 ‘이용구 사건’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6.12 05:00

업데이트 2021.06.12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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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사회2팀장의 픽 : 견제의 시간

“31년 전 오늘, 22세 청년 박종철이 물고문을 받고 죽임을 당했습니다.”

벌써 3년 5개월 전 일입니다. 2018년 1월 14일 문재인 정부 2년차 초입, 청와대는 야심차게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때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한 조국 당시 대통령 민정수석의 일성은 고(故) 박종철 열사였습니다. 기일을 회견 날짜로 잡은 것은 청와대의 각오가 그만큼 비장하다는 의미였습니다. 조 전 수석의 발언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당시 검찰, 경찰, 안기부는 합심해서 진실을 은폐하려 했습니다. 영화 1987에 나오는 것처럼 검사 개인은 진실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검찰 전체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8년 1월 14일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8년 1월 14일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과 조국의 메시지 ‘견제’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수석 등이 던진 권력기관 개혁 메시지는 명쾌했습니다.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이 상호 견제하면서 권력 남용을 통제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조직의 이익과 권력의 편의를 위해 국민 반대편에 서왔던 ‘권력 우선의 시대’를 끊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2년 뒤인 2020년 1월, 패스트트랙과 필리버스터 등 우여곡절을 거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생기고 검ㆍ경 수사권이 조정됩니다.

입법에 의해 권력기관이 개편된 지금은 ‘견제의 시간’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성공을 위해서도,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자정(自淨)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마침 그 시금석이 될 만한 사건이 최근 논란이 됐습니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입니다. 그의 혐의를 경찰이 왜 내사 종결했는지, 그 과정에 권력의 외압이 있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경찰 진상조사단은 지난 9일 경찰관 개인의 직무유기를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그러나, ‘외압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청와대ㆍ법무부 관계자들과 이 전 차관이 통화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사건과 무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모습. SBS 캡쳐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모습. SBS 캡쳐

이용구 사건 자초지종 검찰이 더 따져야

그러나, 이대로 의혹을 접기엔 찜찜합니다. CCTV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건 경찰의 잘못이라고 칩시다. 그런데, 국민적 공분을 일으킬만한 사건을 저지른 당사자가 주요 공직에 오르는 게 방치되는 상황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이 엉망진창의 검증시스템은 누가 고쳐야 하나요? 청와대와 법무부 관계자가 혹시나 직권남용(외압)이나 직무유기(함구)를 했는지 자초지종을 따지지 않은채 넘어가야 하나요?

아직 실망하기엔 이릅니다. 검찰 수사가 남아 있습니다. 경찰이 송치한 이 전 차관의 증거인멸 등의 혐의를 마무리하면서 경찰의 조사 내용을 견제하고 권력의 남용을 통제할 기회가 아직 있는 겁니다. 게다가 지금은 조 전 수석이 말했던 ‘검찰과 경찰이 합심해서 진실을 은폐하는’ 시대도 아니니까요.

다만,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7일 취임 인사차 김창룡 경찰청장을 만난 뒤에 한 발언이 좀 걸리긴 합니다. 김 총장은 “두 기관 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는 데 뜻을 모았다.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국민의 편리와 개혁의 완성을 위한다면, ‘추상같은 견제’가 우선이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요?

김오수 검찰총장(가운데)이 8일 오후 김진욱 공수처장과 만나기 위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도착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김경록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가운데)이 8일 오후 김진욱 공수처장과 만나기 위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도착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김경록 기자

견제 안 하면 부메랑으로 돌아와

그 경쟁 구도에 새로 뛰어든 공수처도 길을 잃고 헤매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검사와 판사 등 권력기관을 견제하는 일보다 정치권력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며 필요 이상의 계산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견찰, 검새, 꽁수처라는 비아냥을 떨쳐내지 못할까 걱정입니다. 세 권력 기관이 ‘견제의 시간’을 제대로 천착하길 희망합니다. 본질을 망각한 꼼수는 반드시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뒤통수를 치기에, 조직의 안녕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 성적표는 그렇게 점점 드러날 겁니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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