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도서 잡는 '흑산도 홍어'…자연산 광어 '3㎏의 비밀'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6.12 05:00

업데이트 2021.06.1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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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레저팀장의 픽- 여행기자가 생선회 먹는 법①

온갖 종류의 해산물이 나와있는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중앙포토

온갖 종류의 해산물이 나와있는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중앙포토

여행기자 생활 십수 년째.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은 “어디가 제일 좋으냐?”입니다. 다음으로 많이 받는 질문이라면 “어디로 여행 가는데 뭘 먹는 게 좋으냐?”일 겁니다. 특히 해산물에 관한 질문이 많습니다. 지역마다 나는 생선이 다르거니와 너무 많이 속았기 때문일 터입니다.

하여 세 차례에 걸쳐 제 취재 경험을 늘어놓겠습니다. 이름하여 여행기자가 생선회 먹는 법. 현장에서 확인한 내용이니 쏠쏠한 정보가 되리라 믿습니다. 다만 100% 정답이라고 자신할 수는 없습니다. 취재로 얻은 팩트라 해도 어느 상황에서나 다 맞는 건 아니니까요. 하나의 참고자료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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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 광어 어떻게 구분하나

광어는 국민 생선이라 할 만하다. 대량 양식에 성공하면서 어디서든 싸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중앙포토

광어는 국민 생선이라 할 만하다. 대량 양식에 성공하면서 어디서든 싸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중앙포토

자연산 광어를 사려면 흔히 배를 보라고 합니다. 배가 깨끗하게 하야면 자연산이고, 지저분한 얼룩이 있으면 양식산이라고 하지요. 양식업자에 물어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랍니다. 횟집 수족관 바닥에 붙어있는 광어를 뒤집어서 보기도 쉽지 않고요.

대신 이 방법이 있습니다. 무게를 다는 겁니다. 무게가 3㎏이 넘으면 90% 이상 자연산이라고 봐도 됩니다. 실제로 수산시장에서 광어 무게를 재 보세요. 3㎏이 넘어가는 광어는 거의 없습니다(저는 딱 한 번 봤습니다). 아무리 커도 2.8㎏ 이상 안 넘어갑니다. 자연산과 양식산 광어를 구분하는 기준은 의외로 무게 3㎏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양식업자가 광어를 3㎏ 이상 키우면 되레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양식업자는 보통 2㎏이 넘으면 시장에 팝니다. 그래야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합니다.

자연산 광어가 더 맛있나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자연산 광어를 먹어봤을까요? 자신이 없습니다. 광어가 국민 생선의 반열에 오른 건, 대량 양식에 성공해서입니다. 원래 광어는 고급 어종이지요. 비린내도 없고 고기 맛이 달아 가격도 셌습니다. 일본에서 먹는 광어의 절반가량이 한국산 양식 광어라고 합니다. 하물며 한국은 어떻겠습니까.

경남 거제도에서 촬영한 대구탕. 거제 앞바다에서 대구 양식이 성공하면서 고급 어종 대구도 쉽게 먹을 수 있게 됐다. '중앙포토

경남 거제도에서 촬영한 대구탕. 거제 앞바다에서 대구 양식이 성공하면서 고급 어종 대구도 쉽게 먹을 수 있게 됐다. '중앙포토

이젠 굳이 자연산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귀했던 전복이 양식에 성공하면서 횟집마다 기본 반찬이 되었지요. 고급 어종이었던 대구도 흔해졌고요. 낚시꾼이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참돔도 양식됩니다. 남도 별미 매생이도 서울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요즘 시장에 가리비가 갑자기 많아졌지요. 대량 양식의 결과입니다. 굴보다 수익이 좋아 가리비로 바꾸는 양식업자가 늘고 있답니다. 참치도 양식하는 세상입니다. 어느 포구마을에 갔어도 내가 직접 잡은 생선이 아니면 양식이라고 생각하고 먹는 게 차라리 속 편합니다. 예외가 있다면 외딴 섬입니다. 외딴 섬은 수송 경비가 더 들기 때문입니다.

제주도 은갈치와 거문도 은갈치는 어떻게 다른가요

전남 여수 거문도 어판장에 나온 은갈치. 손민호 기자

전남 여수 거문도 어판장에 나온 은갈치. 손민호 기자

같은 갈치입니다. 전남 여수 앞바다 거문도와 제주도 사이 바다가 국내 최대 갈치 어장입니다. 제주도 배가 이 바다에서 갈치를 잡아 제주도에서 팔면 제주도 은갈치고, 거문도 배가 잡아 와서 여수에서 팔면 거문도 은갈치입니다. 거문도 은갈치도 비싸지만, 제주도 은갈치가 더 비쌉니다.

은갈치와 먹갈치도 한 종류입니다. 잡는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 은갈치는 낚시로 잡아서 은빛 비늘이 살아 있고, 먹갈치는 그물로 잡아서 비늘이 떨어져 나가 거무튀튀합니다. 신선도도 차이가 납니다. 갈치회는 낚시로 잡은 것만 가능합니다. 그물로 잡은 건, 그물 안에서 이미 죽는 경우가 많아 회로 먹기 어렵습니다. 목포의 유명한 갈치조림은 대부분 먹갈치로 만든 것입니다. 은갈치가 먹갈치보다 훨씬 비쌉니다.

홍어는 흑산도 바다에서만 잡히나요? 

전남 신안군 흑산도의 홍어 잡이 장면. 중앙포토

전남 신안군 흑산도의 홍어 잡이 장면. 중앙포토

홍어 하면 전남 신안의 흑산도이지요. 그러나 현재 시장에 나오는 흑산도 홍어의 상당량이 인천 앞바다 대청도에서 잡은 것입니다. 대청도 홍어가 흑산도 홍어보다 브랜드에서 밀리다 보니 대청도 어민들이 목포를 비롯한 전남의 수산물 생산·유통업자에게 홍어를 넘깁니다. 우리는 흑산도 홍어로 알고 먹는 것이고요. 홍어는 한 자리에서만 사는 물고기가 아닙니다. 흑산도 앞바다에서 사는 홍어가 대청도 지나 NLL 넘어 황해도 바다도 수시로 넘나듭니다.

제주 방어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방어는 원래 제주도 남쪽 바다에서만 잡혔습니다. 모슬포 앞바다가 유명한 방어 어장이지요. 겨울이 되면 산란을 위해 올라오는 방어를 제주 어민들이 잡았습니다. 요즘엔 동해에서도 방어가 많이 잡힙니다. 온난화로 해류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동해 방어도 제주 방어에 브랜드가 밀립니다. 제주 방어 상당량이 동해에서 잡은 것입니다. 동해 방어를 모슬포 앞바다에서 얼마간 키우다 겨울이 되면 제주 방어로 시장에 내다 팝니다.

제가 말씀드리려는 건, 은갈치처럼 다른 생선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원산지가 달라지고 나아가 가격도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대청도에서 잡은 홍어와 흑산도에서 잡은 홍어가 뭐가 얼마나 다를까요. 동해 방어와 제주 방어는 또 어떻게 다를까요. 거래 방식이 다양해진 요즘은 예전과 달리 원산지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의미가 있다면, 흑산도 홍어와 제주 방어가 오랜 세월에 걸쳐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국산과 수입산은 다른 문제입니다.

수산시장엔 통영산이 왜 이리 많은가요  

경남 통영 중앙시장의 활어시장. 백종현 기자

경남 통영 중앙시장의 활어시장. 백종현 기자

수산시장에서 “이 생선 어디에서 온 거예요?”라고 물으면 열에 아홉 “통영”이라고 답합니다. 대체로 사실입니다. 통영항은 물론이고 통영선단이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통영선단 어선들이 우리나라 온 바다를 헤집으며 물고기를 잡아 옵니다.

여기서도 종종 편법이 동원됩니다. 통영산이라고 하면 값을 더 쳐주기 때문입니다. 다른 지역의 생선을 통영선단이 사서 통영산으로 파는 경우가 있습니다.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터졌습니다. 한두 해 지나 바다가 예전처럼 깨끗해졌어도 사람들이 태안산 생선을 꺼렸습니다. 그때 태안의 어민들이 통영선단에 고기를 넘겼습니다. 그 고기들은 통영으로 내려가 통영산이 된 뒤 서울의 수산시장으로 올라왔습니다. 십여 년 전 태안 어부들에게 직접 들은 얘기입니다. 물론 지금은 아닙니다.

도움이 되셨습니까. 결론은 굳이 자연산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원산지의 의미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고요.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활어회는 수산시장에서 뜬 회가 제일 실속 있습니다. 숙성 회는 다른 얘기입니다. 활어와 선어 얘기는 다음 편에서 다루겠습니다.

레저팀장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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