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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정치사에 남을 큰 일, 우리나라 변화 조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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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0호 05면

[36세 제1야당 대표 시대] 청와대·여당 반응

G7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1일 서울공항에서 환송 인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G7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1일 서울공항에서 환송 인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을 축하했다. 문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서울공항을 출발하기 직전인 이날 오후 1시20분쯤 이 대표에게 직접 전화해 “아주 큰일을 하셨다. 훌륭하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G7 정상회의 참가 출국 전 전화 #국정 현안 논의 자리 마련 관측 #이재명 “야당 합리적 변모 기대” #이낙연·정세균도 축하 메시지 #여, 세대교체 주도권 빼앗겨 난감 #송영길, 23살 어린 카운터파트 직면

문 대통령은 특히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의 ‘30대 대표’가 탄생한 것과 관련해 “우리 정치사에 길이 남을 일”이라며 “정치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변화하는 조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임 이 대표는 36세로 68세인 문 대통령과 32년의 나이 차가 난다.

문 대통령은 “대선 국면이라 당 차원이나 여의도 정치에서는 대립이 불가피하더라도 코로나 위기가 계속되는 만큼 정부와는 협조해 나가면 좋겠다”며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당부했다. 이에 이 대표도 “협치의 모델을 잘 구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 특히 방역 문제에서는 국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같이 가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진심을 담아 통화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문 대통령도 평소 정치 개혁과 쇄신을 강조해온 만큼 여야를 떠나 이 대표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도 이 대표와 관련된 언급이 적지 않았을 만큼 문 대통령도 야당 전당대회를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왔다”고 덧붙였다.

2012년 5월 이준석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당시 이 위원은 문 고문의 목을 베는 내용의 패러디 만화를 페이스북에 링크해 논란을 빚었다. [뉴스1]

2012년 5월 이준석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당시 이 위원은 문 고문의 목을 베는 내용의 패러디 만화를 페이스북에 링크해 논란을 빚었다. [뉴스1]

문 대통령이 조만간 이 대표와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여야 5당 대표들과 간담회에서도 ‘여·야·정 협의체’를 3개월 단위로 정례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도 다음주 초 국회를 방문해 이 대표에게 직접 당선 축하 인사를 건넬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협치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구체적 메시지가 전달될 가능성도 있다. 이 수석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이 대표에 대해 “단단히 준비된 사람으로, 저렇게까지 성장하는 것에 놀랐다”며 “다른 정당에도 자극이 되는 좋은 일”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의 축하 전화를 바로 받지 못했다가 뒤늦게 통화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당선 이후 전화가 너무 많이 오다 보니 (문 대통령 전화를) 못 보고 지나쳤다”며 “이철희 정무수석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문 대통령과 통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런 가운데 세대교체 주도권을 확실하게 빼앗긴 더불어민주당은 난감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더불어꼰대당 프레임을 받아드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감지됐다. 자성과 변화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불과 한 달여 전 “쇄신”을 외치며 대표직에 오른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자신보다 23살 어린 카운터파트와 직면하게 됐다. 81학번(송영길)과 85년생(이준석)의 구도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미 ‘이준석 돌풍’이 시작된 예비 경선 때부터 불안감이 팽배했다. 한 친문 중진 의원은 “이준석 당선에 따른 변수 10중 8은 우리에게 불리한 것”이라며 “쇄신과 변혁, 새바람, 세대교체 등의 상징성을 야당에 완전히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4·7 재·보선 패배 후 쇄신을 도모했던 민주당 입장에선 “오히려 이긴 쪽(국민의힘)이 더 크게 변화했다”는 여론과도 직면하게 됐다. 배종찬 인사이트K 연구소장은 “원래 MZ세대의 기대는 민주당에 더 집중돼 있었다”며 “하지만 오만·방심에 따른 재·보선 패배 후에도 민주당은 별로 달라진 것 없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번 이준석 돌풍은 엄중한 제2차 경고”라고 분석했다.

반면 “오히려 송 대표가 당내 이견을 딛고 보다 파격적으로 쇄신 행보를 걷는 게 가능해졌다. 본격적인 여야 혁신 경쟁이 시작될 것”이란 긍정적 해석도 나왔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야당의 파격적인 세대교체로) 민주당 대선후보들도 중도층으로 지지세를 넓히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며 “정부·여당에 실망해 떠나는 유권자의 마음을 어떻게 잡을지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축하 메시지를 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 “30대 0선 대표가 제1야당을 합리적 정치 세력으로 변모시키길 기대한다”며 “기성 정치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다. 민심의 두려움을 다시 한 번 절감한다”고 썼다. 이낙연 전 대표도 “이 대표 수락 연설 중 ‘다른 생각과 공존하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대목에 매우 공감한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모든 정당과 정치인에 필요한 덕목일 것”이란 덕담을 남겼다. 이준석 돌풍에 대해 “우리나라엔 ‘장유유서’ 문화가 있어서…”라고 했던 정세균 전 총리도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말씀에 적극 공감한다. 함께 고정관념을 깨자”고 밝혔다.

강태화·심새롬·남수현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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