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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 “포퓰리즘은 자본주의 고장난 결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40호 21면

사회주의 시급하다

사회주의 시급하다

사회주의 시급하다
토마 피케티 지음
이민주 옮김
은행나무

『21세기 자본』으로 유명한 토마 피케티가 이번엔 『사회주의 시급하다』 한글판을 선보였다. 2016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프랑스 일간 르 몽드에 기고한 칼럼 50여 편을 엮어 펴낸 책이다. 다른 저서들처럼 육중한 이론서라기보다는 가벼운 터치의 이해하기 쉽고 다분히 현실적인 글이다. 극한으로 치닫는 소득분배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로 나타나는 공정하지 않은  하이퍼자본주의가 낳은 각종 사회·경제 문제 등 기존 저서들이 짚어 왔던 주제들을 훨씬 피부에 와 닿게 시사적으로 다뤘다.

제목만 보면 조금은 과격한 이데올로기 서적으로 비칠 수도 있다. 피케티는 ‘사회주의’라는 용어를 쓴 데 대해 보충설명을 곁들였다. 1971년생인 그는 과격한 사회주의의 유혹을 받을 일이 없었으며 소비에트 방식의 이념이 완전히 실패로 끝난 걸 목격한 세대라고 자신을 규정한다. 90년대만 하더라도 그는 사회주의자보다는 자유주의자에 가까웠다고 한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하이퍼자본주의를 극복할 대안은 새로운 형태의 사회주의일 수밖에 없어 그 용어를 재활용하게 됐다고 했다.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현재의 자본주의에 더는 미래가 없다는 확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젠 참여적이고 지방분권화된, 연방제 방식이며 민주적이고 또 환경친화적이며 다양한 문화가 혼종되어 있으며 여성 존중의 사상을 담은 사회주의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빈부 격차가 뚜렷해 보이는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로의 모습. [EPA=연합뉴스]

빈부 격차가 뚜렷해 보이는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로의 모습. [EPA=연합뉴스]

“유럽과 미국 출신의 다국적 기업들의 이윤에 대해 적어도 25~30%를 과세하는 방도를 고민해야 한다”는 피케티의 제안(2016년 9월)은 지난 5일 G7 재무장관들의 글로벌 최저법인세율(15% 이상) 도입 합의로 가시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프랑스에서 논란이 됐던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피케티는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속적이고 공정한 발전은 무역뿐 아니라 공공서비스, 인프라, 교육 및 보건 체계를 필요로 한다. 이 모든 것은 공정한 세금제도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한때 세계적으로 폭발했던 포퓰리즘에 대해서는 “세계화와 불평등의 확대라는 상황 속에서 소외된 선진국 내 서민들의 막연하지만 정당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부유세 폐지와 법인세 인하, 최상위 구간 소득세 대폭 감면, 배당금과 이자소득의 과세율 인하 등 최상위 부유층에게 유리한 ‘세금덤핑’을 시행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깜짝 놀랄 정도로 비슷하다고 싸잡아 비판한다.

여전히 외형적으로는 공산주의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과 국가자본주의 성향을 띠는 러시아에서 불평등과 불투명성이 깊어지고 있는 데 대해서도 준엄한 비판을 내렸다. 피케티는 “탈공산주의는 하이퍼자본주의와 함께 최악의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마르크스라면 이러한 아이러니를 흥미로워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황을 잠자코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국 사회 또한 프랑스 못지않게 빈부 격차와 불평등이 심각한 문제가 된 지 오래됐다. 이를 무방비로 방치한다면 더욱 심각한 상황이 찾아올 수 있다. 꼭 피케티가 제시한 사회주의 방식이 아니라도 하이퍼자본주의의 잘못된 모습을 바로잡는 데 이 책은 좋은 힌트가 될 수 있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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