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나 못 팔게 해도 되나"…위헌 논란 키운 노형욱·오세훈 만남

중앙일보

입력 2021.06.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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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욱(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국토교통부-서울특별시 주택정책 협력 간담회'에서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 양도를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공동취재사진]

노형욱(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국토교통부-서울특별시 주택정책 협력 간담회'에서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 양도를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공동취재사진]

“동의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10년 넘게 재산권 행사를 못 하게 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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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서울시, 조합원 조합원 지위 제한
규제 범위 넓고 재산권 제약 기간 길어
과도한 침해, 사업 참여 결정권 박탈 우려
정비사업 활성화에 찬물 끼얹을 수도

지난 9일 국토부와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발표에 재건축 조합 관계자가 목청을 높였다.

그는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오세훈 시장에 표를 줬는데 오히려 더 심하다며 주민들이 끓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노형욱 국토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택정책 협력 간담회’를 갖고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을 사업 초기로 앞당기기로 했다. 시장 불안을 차단하겠다는 이유다.

구체적인 기준일은 재건축이 안전진단 통과 이후, 재개발의 경우 정비구역 지정 이후부터 별도로 정한다. 안전진단과 정비구역 지정은 각각 재건축·재개발 사업 초입에 해당한다. 재개발은 안전진단 절차가 없어 정비구역 지정이 첫 관문이다.

현재는 재건축이 조합설립 인가 이후, 재개발에선 착공 직전인 관리처분계획(분양계획) 인가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를 양도하지 못한다.

조합원 지위가 양도되지 않으면 집을 사더라도 조합원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 재건축·재개발로 짓는 새 아파트를 분양받지 못한다. 감정평가에 따른 현금 청산 대상자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원 자격이 없는 집을 누가 사겠느냐”며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예외 없어 

이는 토지거래허가제보다 더 강력한 거래 규제다. 토지거래허가제에선 거주할 목적이면 허가가 난다. 조합원 지위 양도는 실수요 거래도 막는 셈이다.

자료: 국토부

자료: 국토부

국토부와 서울시가 2년 이상 사업 정체 등에 예외를 두기로 했지만 틈이 없을 것 같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예외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오세훈 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 지나친 재산권 침해라는 반발을 사며 위헌 논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재건축 조합 설립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도입할 때도 재산권 침해 우려가 있었다. 입법 과정에서 투기 억제라는 목적에 비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만을 대상으로 해 규제 범위가 적고 재산권 침해 피해가 크지 않다는 주장에 묻혔다.

이번에는 투기과열지구라 하더라도 사업 단계가 앞당겨지면서 규제 범위가 넓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안전진단 이후 조합설립 이전 단계 재건축 사업장이 24곳 2만2000가구다. 구역지정 이후 관리처분계획 인가 전 재개발 사업장이 200여곳이고 총 사업면적이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보다 좀 작은 700만㎡에 달한다.

재산권 행사 제약 기간도 4~5년 당겨져 확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구역지정 이후부터 이주 시작까지 사업 기간을 평균 13년으로 잡고 있다. 입주 이후 팔 수 있기 때문에 이주·철거·공사 기간을 포함하면 20년 정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셈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는 2010년 안전진단 통과 후 11년이 지나도록 조합 설립도 하지 못하고 있다.

자료: 국토부

자료: 국토부

주민 동의 없이 안전진단·구역지정 가능

주민 의사에 상관없이 재산권이 묶일 수 있다. 안전진단과 정비구역 지정은 자치단체가 직접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비구역 지정 대부분 자치단체의 입안으로 이뤄진다. 안전진단이나 구역지정을 주민이 원해서 추진할 경우 각각 10%, 60%의 주민 동의가 필요하다.

강북 재개발 지역에 사는 최모씨는 “주민이 원하지 않더라도 구청이나 시에서 결정하면 집을 팔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사업에 끌려가야 하느냐”고 따졌다.

조합원 지위 규제가 일찍 시작돼 주민은 사업 참가 여부 결정권을 박탈당하는 셈이다. 현재 재건축이 조합설립 인가 이후로 제한하는 것은 조합 설립이 주민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거쳐 사업 주체를 만들어 공식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조합설립 때 예상 추가분담금 등을 바탕으로 주민은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조합설립 이전 단계에선 구역지정 때 정해지는 대략적인 건립 규모 외에 사업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는 구역지정 전이어서 건립 규모도 알 수 없을 때다.

2010년 안전진단을 통과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는 조합 설립 전이다. 현재는 거래 제한을 받지 않지만 앞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 강화되면 대상이 될 수 있다. 연합뉴스

2010년 안전진단을 통과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는 조합 설립 전이다. 현재는 거래 제한을 받지 않지만 앞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 강화되면 대상이 될 수 있다. 연합뉴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는 “사업 윤곽이 드러나기도 전부터 장기간 재산권을 제약하는 것이어서 위헌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 자격 강화가 의도한 대로 집값 안정에 기여할지는 회의적이다. 2004년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를 제한한 재건축은 지금도 여전히 집값 불안 불씨가 강하게 살아있다. 오세훈 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했지만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

희소가치 높이고 풍선효과 예상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예외적으로 거래 가능한 매물에 수요가 몰려 가격이 더 뛸 수 있다”며 “거래 제한은 해당 구역의 희소가치를 높이고 풍선효과로 주변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수요를 차단하는 것보다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고 공급량을 확대하는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분양가상한제 등 재건축·재개발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그대로 두고 거래 제한만으로 사업이 순항하기 힘들다.

재산권 제약 불안감에 주민들이 사업에 나서길 꺼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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