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조 들여 中 막는다" 美 압박에 중국이 선택한 반격

중앙일보

입력 2021.06.11 17:34

# 장면1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실현해야 하며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거듭 강조했다. 중국과학원, 중국과학기술협회 등에서 나온 과학자들과 연구원이 대거 참석한 자리였다. “과학기술이 주요 전장이 됐다”며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몇몇 분야를 콕 짚기도 했다.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시진핑 주석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주석 [신화=연합뉴스]

# 장면2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미국의 시대는 끝날 수도 있다.” (척 슈머 美 민주당 상원의원)

8일 미국 상원이 첨단 기술 분야에 약 2440억 달러(약 272조 원)를 투자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특히 반도체 분야 연구를 위한 예산을 따로 승인한다는 내용이 주목을 받았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승부수인 것은 물론이다.

한 기술자가 허베이성 3D프린팅 산업단지에서 3D프린팅 설비를 조립·테스트하고 있다. 허베이성 싱타이시는 최근 민영기업의 과학기술 혁신을 돕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한 기술자가 허베이성 3D프린팅 산업단지에서 3D프린팅 설비를 조립·테스트하고 있다. 허베이성 싱타이시는 최근 민영기업의 과학기술 혁신을 돕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 미국-중국 치열한 싸움, 인재 키우기에 공들이는 中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기술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자 이를 견제하는 미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각종 제재로 중국의 손발을 묶는 동시에 자국 기술 발전에는 아낌없이 투자를 하겠단 전략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의 반격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과학기술 기초연구 분야에 대한 막대한 투자다. 중국 과학기술부(과기부)는 2021~2025년 기간 중국의 기초연구비 지출이 전체 연구개발비의 8%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의 기초연구비 지출은 이미 지난 2019년 1336억 위안(약 23조 3000억 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1500억 위안(약 26조 1300억 원)을 돌파했다.

'제35회 윈난성 청소년과학기술혁신대회'가 29일 윈난성 취징시 문화체육공원에서 열렸다 [신화=연합뉴스]

'제35회 윈난성 청소년과학기술혁신대회'가 29일 윈난성 취징시 문화체육공원에서 열렸다 [신화=연합뉴스]

기초연구에 어마어마한 돈을 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한 혁신ㆍ산업 응용 분야의 결합이 미래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신화통신)이다. 중국 정부는 각 연구기관과 대학ㆍ기업들에 ‘혁신’과 ‘효율’을 강조하며 돈을 쏟아붓고 있다.

핵심은 ‘사람’이다.

최근 중국 교육부가 베이징대ㆍ칭화대ㆍ중국과학기술대 등 내로라하는 대학 12곳에 미래 기술 대학을 설치한 일이 대표적이다. 미래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것으로 수학ㆍ물리 등 기초과학뿐 아니라 융복합 기술 등 미래 기술 분야의 인재를 길러낸다는 게 목표다. 각 대학마다 주력하는 과목을 달리하며 각종 연구기관과 협업을 진행한단 점도 특징이다.

중국 베이징대 [사진 SCMP 홈페이지 캡처]

중국 베이징대 [사진 SCMP 홈페이지 캡처]

칭화대가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 2017년 베이징과 여러 학술기관이 공동으로 세운 R&D 기관 ‘베이징 양자정보과학연구원’ 설립에 참여하기도 했던 칭화대 하이테크연구소 부소장 덩닝 교수는 요즘 인공지능(AI) 연구기관 일에 분주하다. 그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고급 엔지니어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무역ㆍ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중국은 2035년까지 세계 최고의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며 “미래 기술 대학을 설립한 것도 이 목표를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국의 견제가 심해지며 ‘우리 스스로 영향력 있는 교육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중국의 야심이 커졌다”며 “미국 MIT, 스탠포드대와 같은 최고의 대학과 경쟁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중국 칭화대 [사진 셔터스톡]

중국 칭화대 [사진 셔터스톡]

바로 이웃 국가인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백서인 박사는 “중국은 기술 자립을 강조하며 앞으로 10~15년 안에 주요 핵심 과학, 기술 분야의 근원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재 육성에 올인하고 있다”며 “우리 역시 국가 과학기술역량 강화 방안을 다시 한번 제대로 점검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수립ㆍ추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편에 서야 하나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스스로 실력이 없으면, 스윙 스테이트가 아니라 팽이가 되기 십상”이라고 짚었다. 외교 정책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강력한 실력을 갖추는 것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게 해야 할 때란 얘기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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