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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 아무거나 걸리라는 기소"···조국, 유재수 감찰 무마 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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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57)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조국(56) 전 법무부 장관(당시 민정수석)이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여 만에 피고인석에 섰다. 공동 피고인인 백원우(55)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11일 재개된 재판에 출석했다.

‘유재수 감찰 무마’ 재판 피고인석에 선 조국

11일 오전 9시 40분쯤 법원에 도착한 조 전 장관은 재판 재개에 대한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더욱 겸허한 자세로 성실히 공판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관여한 의혹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고 법원으로 들어갔다.

재판이 멈춘 반년여 시간 동안 재판부 인사가 있었고, 전임 재판장인 김미리 부장판사의 휴직으로 재판부 전원이 교체됐다. 이에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마성영·김상연·장용범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검찰의 기소 요지를 듣고 피고인들의 혐의 인정 여부 및 변론 취지를 간략히 정리하는 공판갱신절차를 진행했다.

피고인석에 선 조 전 장관은 직업을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대학교수”라고 답했다. 백 전 비서관은 “정당인”이라고 말했다. 함께 기소된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자가격리 상태임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공판에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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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 감찰 중단” vs. “검찰 해석일 뿐”

검찰은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과 관련해 조 전 장관에 대해 크게 두 가지 공소사실을 문제 삼는다. 검찰은 2017년 10월 유재수 전 부시장(당시 금융위 국장)에 대한 비위 첩보를 입수한 청와대 특감반 보고서가 박 전 비서관을 거쳐 조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본다. 이어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사실이 확인됐지만 조 전 장관과 두 전 비서관이 공모해 직권을 남용해 특감반의 감찰활동을 중단시키고, 유 전 부시장에 대한 후속 조치 등에 대한 특감반원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조 전 장관과 백 전 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의 감찰을 중단한 다음 금융위에 구체적인 비위 사실을 알려주지 않아 금융위 관계자들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및 인사권을 정상적으로 행사하지 못하게 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덧붙여 이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예비적으로는 직무유기죄가 성립하는지도 판단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조 전 장관을 대리하는 김종근 변호사(LKB)는 검찰의 공소 내용에 대해 “간단한 사실관계에 검찰이 다양한 해석을 하고 의미를 붙인 것”이라며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공소장을 여러 차례 변경했는데, 투망식 공소사실로 A 아니면 B, B도 아니면 C로 '아무거나 걸려라'는 식의 기소는 방어하기도 힘들다”고 반박했다.

“특감반원들 증언 일치” vs. “특감반 역할 수사 아냐”

재판부의 이해를 돕기 위해 검찰이 지난 공판 경과와 내용을 요약해 제출한 것을 두고도 양측의 신경전이 이어졌다. 지난해 1월 기소 이후 감찰 무마 사건은 9차례 재판이 열렸고 총 13명의 증인 신문을 거쳤다. 검찰은 증인 신문 내용에 대해 “증인들이 대체로 공소 사실에 부합하는 증언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특감반원 증인이 대부분이었고, 이들은 검사나 검찰 수사관으로 모든 것을 수사로 바라보는 이들”이라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청와대 특감반은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이던 시절 법을 바꿔 수사가 아닌 사실 확인과 정보 활동만 하도록 했다”며 특감반의 역할에 대해 증인들의 진술과는 다른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 재판에서 감찰 무마 부분을 분리해서 먼저 선고하는 것에 “아직 재판부 논의 전이지만 분리선고는 좋지 않다는 의견”이라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조 전 장관과 정경심 교수가 함께 기소된 입시 비리 등 혐의 재판을 먼저 진행하는 것으로 절차를 정리했다. 11일 오후에는 조 전 장관 부부의 입시 비리 등 혐의에 대한 재판이 이어진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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