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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안경 판매’ 암초…안경사협회 “끝까지 싸운다” 반발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추진하는 안경 온라인 판매가 벌써 암초를 만났다. 기존 안경점들이 크게 반발하면서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도수 있는 안경을 오프라인에서만 판매하는 규제를 풀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현행법상 도수가 있는 안경은 의료기기에 해당한다. 국가전문자격시험을 통과한 안경사가 있는 오프라인 안경점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제도를 고쳐 소비자들이 안경점에 가지 않아도 쉽고 저렴하게 온라인으로 안경을 살 수 있게 진입장벽을 허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신사업자가 안경 가상 피팅 후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 배송하는 사업에 대해 지난 2019년 3월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로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안경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전문가의 보정작업이 없을 경우 부작용이 우려되고, 영세 안경업체의 영업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안경사협회는 이와 관련한 입장문에서 “국민의 안(眼)보건을 해치는 정부의 보건복지정책에 반대하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무모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으며, 필요시 대정부 항의 시위를 검토하는 등 다방면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또 “정부의 온라인 판매 정책에 대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2014년에도 안경과 콘택트렌즈의 인터넷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대한안경사협회가 반대해 무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온라인 안경 판매를 계획 중인 신사업자는 안전성 문제가 없고 소비자 편의와 업계의 새로운 판로개척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온라인 안경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 와비파커의 ‘버추얼 트라이 온’ 서비스. 소비자가 자신의 얼굴 사진에 안경을 가상으로 씌어볼 수 있게끔 구현했다. [자료: 와비파커]

미국 와비파커의 ‘버추얼 트라이 온’ 서비스. 소비자가 자신의 얼굴 사진에 안경을 가상으로 씌어볼 수 있게끔 구현했다. [자료: 와비파커]

2010년 창업한 ‘와비파커’는 미국의 안경 독점 시장을 무너뜨리면서 2015년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 회사)으로 발돋움하기도 했다. 소비자가 안경 처방전을 인터넷에 올리고 맘에 드는 안경테를 최대 5개까지 신청하면 이를 집으로 보내 준다. 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안경 하나를 고른 뒤 나머지는 반송하는 식이다.

정부는 ‘한걸음 모델’을 가동해 안경점들과 합의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걸음 모델’은 신사업 허용을 둘러싸고 갈등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중재해 갈등을 해소하고 규제를 푸는 제도다. 정부는 이를 통해 농어촌 빈집활용 숙박, 산림관광(하동 알프스 프로젝트)에 이어 올해 1월 도심 내국인 대상 공유숙박에 대한 합의 도출에 성공한 바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드론ㆍ로봇 같은 신기술을 활용한 소화물 택배 배송도 추진한다. 배송 인프라가 미흡한 섬이나 산간 오지에서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컨대 인천항에서 덕적도까지 배편으로는 1시간 30분이 걸리지만, 드론을 활용하면 20분 남짓한 시간에 소화물 배송을 마칠 수 있다. 정부는 이 역시 한걸음 모델을 통해 상생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10일 오후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대학교에서 해양드론기술 관계자들이 드론을 이용해 해상에 있는 선박으로 물품을 배송하고 있다. 2021.6.10/뉴스1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10일 오후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대학교에서 해양드론기술 관계자들이 드론을 이용해 해상에 있는 선박으로 물품을 배송하고 있다. 2021.6.10/뉴스1

용달화물업계는 생존 위협 우려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고, 새로운 운송수단을 활용한 물류업계는 신산업 발전을 위해 향후 등장 가능한 운송수단까지 포괄할 법적 근거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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