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택시 폭행 뒤 57명과 통화···"공수처장 후보 바뀌었나"

중앙일보

입력 2021.06.11 05:00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모습이 영상에 담겨 있다. 사진 SBS 캡쳐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모습이 영상에 담겨 있다. 사진 SBS 캡쳐

지난해 11월 6일 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음주 후 귀갓길에 택시기사를 폭행했다. 택시기사의 신고로 서초경찰서에 사건이 접수된 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비롯한 전·현직 법조인, 정부부처 관계자 등 주요 인사 57명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놓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추 전 장관을 비롯한 여권이 당시 폭행 사건을 보고 받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를 서둘러 교체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던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與 초대 공수처장 추천에 무슨 일이

이 전 차관은 결국 사건 사흘 뒤 마감한 공수처장 추천 후보에선 빠졌지만 사건 약 한 달 후 법무부 차관에 기용됐다. 이어 6개월 동안 차관직을 수행하게 한 청와대에 대한 비판도 들끓는다.

李 사건 뒤 秋 보좌관 포함 정·관계·법조계 57명과 통화했다

서울경찰청은 전날 '이용구 사건 진상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전 차관의 11월 6일(사건 당일)~16일까지 이 전 차관의 통화 내역에서 법조인과 정부 관계자 57명을 선별해 통화 경위를 확인한 결과 “전원 수사 외압이나 청탁 등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고 밝혔다.

이 57명 가운데 당시 추미애 전 장관의 정책보좌관 A씨와 통화가 포함됐다. 추 전 장관을 포함한 여권이 당시 이 전 차관을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할지 검토하던 상황이어서 본인 스스로 사건 발생 및 처리 과정을 보고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 공수처장 후보 추천권자인 추 장관은 폭행 사건 사흘 뒤인 공수처장 후보 추천 마감일(11월 9일)에 당시로썬 전혀 거론되지 않던 인물을 추천했다. 다만 추 전 장관은 이 전 차관 폭행 사실을 언제 파악했는지, 이 전 차관 폭행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 인선에도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본지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 전 차관이 사건 발생 후 통화한 유력 인사 57명 가운데 청와대 관계자가 포함됐는지에 관해선 “참고인 신분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누구와 통화했는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역시 직·간접적으로 이 전 차관 폭행 사건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이용구 법무부 차관. 공동취재사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이용구 법무부 차관. 공동취재사진

이 전 차관이 청와대가 연내 출범에 주력했던 초대 공수처장 유력 후보였던 만큼 폭행 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 ‘후속 대책’을 논의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공수처장 추천에 관여한 법조계 인사는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사건 사흘 뒤 이 전 차관 대신 전현정 변호사(55·연수원 22기)를 추천했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그 해 12월 말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에서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여당 측 추천위원들조차 대한변협 추천 후보였던 김진욱 현재 공수처장에게 몰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추 전 장관도 추천위 심사 과정에서 전 변호사보다 김진욱 현 공수처장을 지지했다고 한다.

이를 놓고 한 법조계 원로는 “당초 예상에서 한참 비껴나간 결론에 다다른 데에는 이용구 전 차관의 폭행 사건이 복병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靑 인사 난맥, ‘폭행’ 알았는데 임명 강행했나  

이용구 사건 일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용구 사건 일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문제는 청와대가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도 이 전 차관의 법무부 차관 임명을 강행했다는 점이다. 이 전 차관은 지난해 4월 법무실장으로 공직을 마쳤으나, 고기영 당시 차관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에 반대하는 의미로 직을 내려놓자 이를 채우기 위해 고 전 차관이 사퇴한지 하루 만인 지난해 12월 2일 차관에 지명됐다.

심지어 이 전 차관은 내정자 신분일 때도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의 정점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변호인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당시 검찰 내부에서는 “원전 사건 핵심 인물의 변호사를 법무부 2인자로 임명하는 것은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들끓었다.

이 전 차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판사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법률자문을 맡았고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부터 법무부 법무실장에 발탁됐다. 이후 박상기·조국·추미애 등 3명의 장관 아래서 법무·검찰 개혁에 앞장섰다. 공수처법 통과 이후에는 공수처 출범 준비팀장도 맡았다.

강일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이 서울경찰청에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강일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이 서울경찰청에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핵심은 ‘수사 외압’…검찰 가려낼까  

관심은 남은 검찰 수사로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이동언)는 이 전 차관의 특가법상 폭행 혐의는 물론 경찰이 송치한 증거인멸교사, 담당 수사관의 특수직무유기 등 사건 전반을 종합해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차관의 특가법상 운전자폭행 혐의 기소는 확실시 되는 만큼 서초경찰서의 ‘내사종결’ 처리 과정에서 윗선의 개입이 없었는지가 앞으로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주에도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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