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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악수결례' 해리스 사고쳤다, 대선필패론 나온 굴욕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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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달 문 대통령과 악수한 직후 바지에 손을 닦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달 문 대통령과 악수한 직후 바지에 손을 닦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단임으로 권좌에서 내려오고,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로 2024년 다시 대선을 치러 승리한다?

중미 순방 가서 ‘반이민’ 잘라 말해 #민주당서도 비판, 자질 문제로 #문 대통령 만나선 ‘악수 결례’도

미국 민주당 내부에서 은연중 돌고 있는 시나리오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임을 위해 출마한다면 80대의 고령이라는 데 대한 우려와, 해리스를 지지하는 층에서 주로 나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주 상황만 본다면,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일은 쉽지 않을 듯하다. 해리스 부통령 본인의 말실수 때문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방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악수한 직후 손을 바지에 닦으면서 ‘악수 결례’ 논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친(親) 공화당 매체인 폭스뉴스를 중심으로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 논란은 결이 좀 다르다. 미국 내에서 휘발성이 더 강한 이민자 이슈를 두고 일어났기에 해리스의 자질 문제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발단은 기자회견이었다. 해리스 부통령이 첫 단독 중미 순방 중에 불법 이민자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국에 오지 말라”고 잘라 답하면서다. 해리스 부통령은 7일(현지시간) 과테말라 기자회견 중  관련 질문을 받고 “미국행 여정은 (불법인 경우) 위험하고, 그들에겐 ‘오지 말라, 오지 말라’고 분명히 말한다”고 답했다. 이어 “미국은 계속 (불법 이민을 단속하는) 법을 집행하고, 우리의 국경을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AF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AFP=연합뉴스

기자회견 직후 해리스 부통령을 단독으로 인터뷰한 NBC 방송의 인기 앵커 레스터 홀트가 이 이슈를 놓칠 리 없었다. 홀트 앵커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중미) 사람들이 계속 국경을 넘는데, 당신 말이 효과가 있겠느냐”며 “국경 지역을 방문한 적은 있느냐”고 물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한 채 “어느 시점에...국경에 갈 거다”며 “가봤다”고 중언부언했다. 검사 출신으로 똑부러진 어법을 구사해왔던 그로서는 예외적이었다.

홀트 앵커가 던진 질문인 “국경 지역을 방문한 적은 있느냐”는 공화당이 민주당을 비판할 때 하는 단골 질문이다. 공화당은 국경을 봉쇄해서 불법 이민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민주당은 이민자도 포용해야 한다는 엇갈린 기조를 갖고 있다. 홀트 앵커는 인터뷰 말미에 같은 질문을 또다시 던졌고, 해리스 부통령은 “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국에) 유럽에도 가질 않았다”며 “당신 질문의 요지가 뭐냐”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을 불렀다. 국경을 지키겠다는 그의 단언이 공화당, 그중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그림자와 겹쳤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젊은 피인 중미 출신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은 “미국은 중남미의 정국을 수십 년 동안 불안정하게 만들었다”며 “누군가의 집에 불을 지른 뒤에 (그 불을 피하기 위해) 뛰쳐나오는 사람을 비난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해리스를 우회적으로 그러나 강도 높게 비판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검사 출신으로 달변이다. 방송 인터뷰는 그의 강점이었지만 이번주는 예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검사 출신으로 달변이다. 방송 인터뷰는 그의 강점이었지만 이번주는 예외.

해리스에게 우호적이었던 매체들도 우려를 표했다. CNN은 9일 해리스에 대해 ”이번 주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일진이 좋지 않다”라며 “문제는 아직 수요일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논란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칼럼을 통해 한술 더 떴다. NYT의 베테랑 정치 칼럼니스트인 프랭크 브루니는 “해리스로는 못 이긴다”는 제목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단임으로 임기를 끝내고 해리스로 넘긴다면 이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첫 여성, 나아가 첫 유색인종 부통령인 해리스가 넘어야 할 산은 이래저래 많아 보인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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