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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코로나 호황’에 안주 말고 골프산업 도약 계기 삼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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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문휴 한국골프문화포럼 회장

최문휴 한국골프문화포럼 회장

전국의 골프장들이 2년째 호황을 누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아마추어 골퍼들이 국내 골프장으로 한꺼번에 몰린 결과다. 국내 골프장 수는 한정돼 있는데 골프를 즐기려는 사람은 급증하다 보니 골프장 예약이 쉽지 않다. 특히 골프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 골프장의 경우 주말 부킹이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요금 인상해 이용자들 불만 많아 #시설과 서비스 개선에 집중해야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501개 골프장을 방문한 내장객은 4673만명이었다. 2020년보다 약 12% 늘어난 규모다. 이 조사는 전국의 6홀 이상 골프장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집계되지 않은 인원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약 5000만명이 골프장을 찾았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그만큼 전국 골프장이 코로나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모처럼 골프 경기가 살아나면서 골프 관련 요금도 크게 올랐다. 특히 수도권 명문 골프장의 경우 캐디피를 15만원으로 올린 곳도 생겨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캐디피는 12만원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14만~15만원을 받는 골프장이 많아졌다. 여기에 이용 요금(그린피)까지 많이 올린 골프장이 한둘이 아니다.

심지어 수도권 골프장을 주말에 이용하려면 1인당 그린피로 30만원 가까이 내야 한다. 캐디피에 카트 이용료까지 합치면 주말 골프 이용요금은 3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이 때문에 이용객들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끝나면 두고 보자”는 말까지 들린다.

자본주의 사회이니 시장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수요가 늘다 보니 가격이 올라간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측면도 있다. 그러나 골프 소비자들과 골프장 업계는 골프장 요금 인상을 우려 어린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지금은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탓에 골프 동호인들이 국내 골프장으로 몰린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종식된 뒤에도 지금처럼 골프장들이 호황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비싼 골프장 이용 요금에 불만을 갖고 다시 해외 골프장으로 몰려나갈 것이다. 4명이 골프를 즐기는 비용이 150만원을 넘는다면 골프 애호가들이 계속해서 국내 골프장을 찾을까.

골프는 이제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스크린 골프의 발전과 더불어 골프는 이제 대중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적잖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명실상부한 미래산업이기도 하다. 골프 관련 산업이 발전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비가 촉진된다. 따라서 모처럼 맞은 호황은 골프 산업의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국내 골프장은 시설과 서비스를 개선해서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에도 골프 소비자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골퍼들의 발길이 해외로 향하지 않도록 쾌적한 시설을 갖추고,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대한민국 골프장만의 특별한 서비스를 개발해야 할 때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을 골프장에 접목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골프 산업이 발전하면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국의 스크린 골프장이 어느덧 1만개를 넘어섰다. 스크린 골프장 1개당 일자리 3개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최소한 3만개의 일자리를 만든 셈이다. 여성 골프 인구가 늘면서 골프 의류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골퍼들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리지 않고 가장 패션 감각이 뛰어난 편이다. 골프 인구가 증가하면서 골프 의류 브랜드도 하루가 멀다고 새로 생겨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모처럼 맞은 골프 업계의 호황이 한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기회를 골프 산업 발전은 물론 대한민국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의 계기로 살리길 기대한다.

최문휴 한국골프문화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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