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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가계빚 너무 늘린다 ‘과속스캔들’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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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국은행이 다시 가계 빚 주의보를 켰다. 한은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이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돌리는 방향으로 조금씩 다가가는 상황이다. 이럴 때 쌓여가는 가계 빚은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게 한은의 시각이다.

한은, 국회에 통화신용보고서 제출 #가계부채율 103.8%, OECD 6위 #집값 뛰며 빚 증가율도 점점 가속 #회복세 경제에 시한폭탄 될 수도 #4월 공모주 열풍에 5월 대출 줄어

한은은 10일 국회에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인 가계 부채에 대한 우려를 담았다. 한은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103.8%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여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ongang.co.kr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ongang.co.kr

분기별 가계부채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 기준)은 지난해 1분기 4.6%에서 2분기(5.2%)와 3분기(7%)·4분기(7.9%)에 꾸준히 확대했다. 가계부채 증가세에 가속 페달을 밟게 한 건 주택가격이다. 주택가격 상승세도 지난해 1분기(1.1%)와 2분기(2.4%)·3분기(4.5%)·4분기(7.2%)에 이어 올해 1분기(10.3%)까지 확대했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수도권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10.4배였다.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고스란히 모았다고 가정할 때 10.4년이 돼야 수도권에서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최고치(2007년 1분기, 8.6배)를 웃돈다.

일반적으로 적정 수준의 부채는 경제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유도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고 빚의 규모가 과도하면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경제 주체들이 이자와 원금을 갚는 부담이 커지면 씀씀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증가율 및 주택가격 상승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가계부채 증가율 및 주택가격 상승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제통화기금(IMF)은 1950년부터 2016년까지 66년간 80개국의 자료를 분석했다. 가계부채 비율이 1%포인트 상승한 해에 민간 소비는 0.23%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뒤에는 오히려 소비는 줄었다. 국내에선 2014년 이후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웃돌았다. 그러면서 부채 증가가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동력이 약해졌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은 “부동산 등 특정 부문으로 자금 쏠림은 경기 변동성을 확대하고 성장 잠재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소비에 도움이 될 정도의 가계부채 비율을 넘어선 지 오래”라며 “급증한 빚이 가계에 부담으로 돌아오며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가계부채비율 1%p 상승의 소비 영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가계부채비율 1%p 상승의 소비 영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은은 금융 불균형이 누적되더라도 당장은 한국의 금융체계 전반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낮아지는 추세다. 한은은 국내 은행의 자본 적정성과 손실 흡수 여력이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이상형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은 “과거 국내외 사례 등으로 비춰볼 때 내부 취약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경기와 금융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가계가 은행에서 끌어다 쓴 돈은 한 달 전보다 1조6000억원 줄었다. 월간 기준으로 은행 가계대출이 감소한 건 2014년 1월 이후 7년 4개월 만이다. 증시 상장을 앞두고 지난 4월 말 공모주 청약을 받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지난달 초 청약 증거금을 반환하면서 착시 효과가 발생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24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지난달 5조5000억원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청약 증거금용으로 실행한 뒤 반환한 대출은 8조원 내외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47조2000억원이었다. 전달보다 4조원 늘었다. 월간 증가 폭은 지난 4월(4조2000억원)보다 다소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한은은 보고 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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