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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윤석열 수사..공수처는 왜 무리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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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10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2021.6.10/뉴스1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10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2021.6.10/뉴스1

윤석열 수사 이유는..한명숙 사건과 옵티머스 사건 관련 부실수사 #두 사건은 여러차례 검증돼온 정치적 사안..공수처의 정치적 선택

1.마침내 윤석열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한다..는 사실이 10일 알려졌습니다. 설마했는데..진짜 하네요. 공수처는 친여성향 사세행(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의 고발에 따라 윤석열을 지난 4일 입건했습니다. 고발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불리한 증언을 교사한 검사들을 봐줬다는 것. 둘은 옵티머스펀드 사기사건 수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2.이 두 사건을 들여다보면 공수처의 수사배경이 짐작이 됩니다.
먼저 한명숙의 경우..건설업자(한신건영 한만호 대표.2018년 사망)로부터 9억원을 받은 뇌물사건입니다. 한만호가 2010년 자백했습니다. 그런데 한만호가 법정에서 ‘돈 줬다고 거짓말했다. 실제 안줬다’고 번복합니다. 그렇지만 한명숙은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습니다. 결정적으로 한만호가 준 1억원 수표를 한명숙 친동생이 전세금으로 사용한 물증 때문입니다.

3.그런데 지난해 5월 KBS MBC 뉴스타파 등에서 연이어 ‘검사가 위증을 강요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한만호는 숨졌지만, 그와 같이 수감생활을 했던 재소자가 ‘한만호가 돈 줬다고 하는 얘기 들었다..는 위증을 (검사로부터) 강요받았다’고 주장하는 진정서를 법무부(추미애 장관)에 냈다는 겁니다. 추미애 측근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산하 인권감독관실에서 조사했지만 결론은 ‘무혐의’였습니다. 검사가 위증 강요하지 않았다..즉 재소자들의 거짓말..이란 얘기입니다.

4.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추미애가 대검찰청에 재감찰을 지휘했습니다. 역시 무혐의.
그래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3월 윤석열이 총장자리에서 자진사퇴하자 박범계 법무장관이 조남관 총장대행에게 다시 지휘했습니다. 추미애가 대검차장으로 임명해준 조남관이, 추미애가 임명한 대검부장과 고검장들을 불러모아 놓고 13시간 토론한 다음, 표결에 붙였습니다. 14명중 10명이 무혐의.

5.그럼 왜 이렇게 무리한 일들이 반복돼 왔을까요.
한명숙은 친노세력의 대모입니다. 한명숙의 옥살이는 노무현의 죽음처럼..검사들이 조작한 정치탄압이라고..현정권 핵심들은 말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한명숙 유죄확정 당시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무죄임을 확신한다’고 천명했습니다. 그래서 현정권은 한명숙의 명예회복을 주장합니다. 사면의 명분이 필요합니다. 검찰의 무리한 조작이 드러나면 그만큼 좋은 명분이 없겠죠..

6.옵티머스는 더 복잡하고, 더 파렴치한 범죄입니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는 ‘안전한 정부채권투자’라는 거짓말로 1조2000억원을 모은 다음 조폭이 운영하는 부실기업 등에 돈을 빼돌려 5500억원을 손실을 끼친 악성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복잡한 건 이혁진이란 인물 때문입니다. 옵티머스를 만든 주인공 이혁진은 2012년 민주당후보로 서초구에 출마했고, 이어 문재인 대선캠프 금융특보를 지냈습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절친입니다. 그는 2018년 문재인 대통령 베트남 순방에 동행했다가 바로 미국으로 갔습니다. 그를 둘러싼 여권 권력자들의 연루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7. 이번에 공수처가 문제 삼는 건..사건 초기인 2018년 10월 전파진흥원이 서울중앙지검에 옵티머스를 고발했는데..당시 중앙지검장 윤석열이 수사를 부실하게한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윤석열은 2020년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해 ‘보고받은 바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당시 무혐의 처리된 이 사건은 지검장 보고대상이 아니었습니다.

8.사건을 담당했던 김유철 검사는 검찰내부망에 올린 글에서‘전파진흥원이 수사의뢰했으나..정작 수사에 소극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왜냐면..전파진흥원에 따르면..옵티머스 전 사주(이혁진)가 과기부에 민원해 과기부 지시로 예정에 없던 수사의뢰를 하긴 했는데..진흥원 자체조사와 금감원 조사결과 문제가 없었다..는 겁니다. 무혐의처리될만 하네요.

9.전파진흥원의 말은 앞뒤가 맞습니다.
이혁진은 2018년 문재인 베트남 순방 당시 동행했던 과기부장관(유영민 현 비서실장)에게 ‘전파진흥원이 현 옵티머스 사주(김재현)을 고발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전파진흥원은 옵티머스 투자자였고, 과기부 산하였습니다. 이혁진은 당시 김재현과 경영권 분쟁 중이었다고 합니다.

10.이런 사건은 수사기관이 제일 싫어하는 부류입니다.
이기기 힘든 사건이니까요. 여러차례 검증을 거친 재탕이라 신선하지도 않고 뒤집기도 쉽지 않습니다.
매우 정치적이라 이겨도 남는 게 없는 사안입니다. 정치공방에 휩쓸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공수처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사건만 보자면 이해가 안됩니다. 윤석열이기 때문이라면 이해가 됩니다.
〈칼럼니스트〉
2021.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