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원칙 지켜야 신뢰” 경선 연기론 일축…유시민계 일부 공개지지 움직임

중앙일보

입력 2021.06.10 18:14

10일 국회에 모습을 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당내에서 거세지는 ‘경선 연기론’과 관련해 “원래 정치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고, 신뢰는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데서 온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떻게 하는 것이 내년 대선 승리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인가가 중요한 기준”(CBS 라디오 인터뷰)이라고 한말이 경선 일정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런 발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송 대표가 연 전국 시ㆍ도지사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간담회에는 민주당 소속 시ㆍ도지사 12명 중 지역 현안 때문에 빠진 김경수 경남지사, 이용섭 광주시장을 제외한 10명이 참석했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송영길 대표와 시?도지사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송영길 대표와 시?도지사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이 지사는 이낙연계인 윤영찬 의원이 주장한 ‘경선 토너먼트제’ 도입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다양한 것은 좋지만, 정말 중요한 건 국민의 눈높이와 기대치라는 걸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위성정당 창당이나 당헌ㆍ당규를 고쳐 지방선거에 후보를 낸 것 등 이미 국민의 기대치에 어긋난 일을 했는데, 당이 또다시 원칙 훼손을 해선 안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움직이는 유시민계 친노…“이재명 지지자 많다”

당내 경쟁 주자들이 경선 연기론으로 반(反) 이재명 전선을 형성한 가운데, 이 지사를 지지하는 외곽 그룹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대선 경선을 앞두고 과거 유시민계 일부 인사들이 이 지사를 도우려는 모습이 관측된다.

유 이사장과 함께 개혁국민정당ㆍ국민참여당 등에서 일했던 인사들은 오는 12일 ‘시민참여광장’을 출범한다. 과거 유 이사장 지지모임인 ‘시민광장’의 이름을 계승한 조직이다. 상임대표는 개혁국민정당ㆍ국민참여당에 모두 몸담았던 이순희 서영대 교수가 맡았다.

김대성 시민참여광장 집행위원장이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김대성 시민참여광장 집행위원장이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유 이사장이 국민참여당 대표 시절 서울시당위원장이었던 홍용표 시민참여광장 사무처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모임 회원 중엔 이 지사를 지지하는 분들이 많다”며 “조만간 내부 회의를 거쳐, 이 지사를 공식 지지 후보로 선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대성 집행위원장은 이미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이재명의 실천적 이성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참여와 연대를 위한 모임”이라고 썼다.

“유 이사장이 모임에 관여한 건 아니다”(홍 처장)라곤 하지만, ‘유시민-시민참여광장-이재명’ 간의 접점은 이미 어느 정도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와 가까운 의원은 “유 이사장과 이 지사는 종종 만나 현안 대화를 나누곤 한다. 지난해부터 사이가 많이 가까워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6일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기콘텐츠진흥원 7대 이사장으로 박무 전 노무현재단 기획위원을 임명하고 찍은 기념사진. 경기도 제공

지난해 11월 26일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기콘텐츠진흥원 7대 이사장으로 박무 전 노무현재단 기획위원을 임명하고 찍은 기념사진. 경기도 제공

2011년 3월 19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참여당 제2차 전국당원대회에서 신임 지도부로 선출된 유시민 대표(가운데)와 박무 최고위원(유 이사장 왼쪽)이 함께 손을 들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3월 19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참여당 제2차 전국당원대회에서 신임 지도부로 선출된 유시민 대표(가운데)와 박무 최고위원(유 이사장 왼쪽)이 함께 손을 들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지사는 지난해 11월 유 이사장의 측근인 박무 전 노무현재단 기획위원을 경기콘텐츠진흥원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박원장은 유 이사장 지지 모임인 시민광장의 대표(2008년~2010년)를 지냈고, 2011년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체제에선 최고위원을 맡아 함께 일한 오랜 측근이다. 그는 이번 시민참여광장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지사는 12일 열릴 발대식에 영상 축사를 보낼 예정이다.

원희룡 ‘입도(入島) 금지’에 ‘도장 깨기’ 주춤

그런 가운데 이 지사에 대한 야권의 견제도 거세지고 있다. 이 지사는 4ㆍ7 재ㆍ보궐 선거 후 5월 7일 울산을 시작으로 전북(5월 17일), 대구(지난 4일)와 잇달아 정책 협약식을 맺으며 보폭을 넓혀왔다. 외관상 지방단체 간 업무 협약이지만 “선거 운동에 제한을 받는 현역 도지사가 정책을 고리로 전국 ‘도장 깨기’에 나선 것”(수도권 초선)이란 평이 있었다.

지난 4일 오후 대구시청 별관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ICT융합신산업 육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경기도청 제공

지난 4일 오후 대구시청 별관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ICT융합신산업 육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경기도청 제공

하지만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대응 정책 협약식’을 위해 오는 11일 방문할 예정이었던 제주행 일정은 이날 전격 취소됐다. 전날(9일) 원희룡 제주지사가 페이스북에 “지금 제주도는 코로나19와 힘겨운 싸움 중”이라며 행사 취소를 요청해서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9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원희룡 제주지사가 9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이에 이 지사는 10일 페이스북에 “경기도 공무 방문단 10여 명이 제주도 방역 행정에 지장을 준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면서도 “제주 일정을 중단하겠다”고 썼다. 이 지사는 11일 제주에서 정책협약 외에도, 제주상공회의소 간담회, 제주민주평화광장 출범식 참석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지만 원 지사의 ‘입도(入島) 금지령’으로 모두 보류된 셈이다.

이재명계인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즉각 페이스북에 “원 지사가 일방적으로 일정을 취소 통보하고 제주도에 오지 말라고 하는 것은 정말 ‘쪼잔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도청 관계자도 “아무리 제주지사라지만, 제주에 발을 들이지 말라고 일방 통보하는 게 어디 있나. 불쾌감을 떠나 납득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관계자는 이어 “오는 17일엔 김경수 경남지사가 있는 경남과의 정책 협약식이 있다. 지방단체들과의 협약식은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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