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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분납기간 10년으로 늘리자"…최태원, 국세청장에 요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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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김대지 국세청장(왼쪽). 뉴시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김대지 국세청장(왼쪽). 뉴시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상속세 개편 논의에 불을 댕겼다. 10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 회관을 찾아온 김대지 국세청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다. 최 회장은 김 청장에게 “아무리 좋은 (세금 관련) 제도라도 기업 현장과 맞지 않으면 당초 취지 달성이 어렵다”며 상속세 납부기간 연장 등 12가지 세정·세제 개선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이 자리엔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등 대한·서울상의 회장단 14명이 함께 참석했다.

최 회장, 김대지 국세청장에 12가지 세제 개선 요구

김 청장에게 전달된 문서에 적힌 12가지 건의사항 중 상속세 관련 항목은 두 건이다. 현재 상속세는 최대 5년에 걸쳐 나눠낼 수 있는데, 이를 10년으로 늘려달라는 게 하나의 요구안이다. 또 사망자의 기부 내역을 상속세 공제에 반영하는 해석 조건을 완화해달라는 내용도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별세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가족들과도 관련된 일이어서, 경영계에선 최 회장의 건의 발언 수위와 김 청장의 반응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현 상속세 납부 규정대로라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일가 구성원들은 약 12조원의 상속세를 5년 안에 내야 한다. 이 회장이 1조원을 의료분야에 기부하고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 미술품 2만3000여점도 사회에 기증했는데, 이것이 상속세 공제에 어느 정도 반영될 지도 해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만 해당하는 것 아냐”

대한상의는 삼성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걸 경계하는 분위기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삼성도 주요 사례로 꼽히긴 하지만, 대학 기부금이나 현물 사회 환원 등이 공제 요건으로 인정받지 못한 기업가의 가족도 많다”며 “중소기업 가업 상속에서의 애로사항도 반영된 요구안”이라고 설명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오른쪽)과 김대지 국세청장. 연합뉴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오른쪽)과 김대지 국세청장. 연합뉴스

직접언급 대신 ‘현장’ 강조

최 회장도 간담회 공개발언에서 ‘상속세’나 ‘삼성’ 등 특정 법안과 기업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다. 대신 건의 문건에 상속세 개선 요구안을 ‘기업현장의 애로 개선’ 항목으로 구분하고 ‘현장’이란 말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흔히 ‘현장에 답이 있다’고 하는데 현장을 잘 아는 국세청과 경제계가 더욱 자주 소통하고 협업했으면 한다”며 “기업 현장에 맞게 납세서비스를 선진화하고 기업은 성실납세풍토를 확립해 기업성장과 재정확충이 선순환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 공개발언 중 ‘현장’이란 말은 4차례 쓰였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경영계 뜻을 지속적으로 듣겠다”는 취지로 답변을 했다고 한다.

대한상의는 또 조세법령에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분쟁이 일어나는 점을 개선해달라고도 했다. 최 회장은 “공무원과 납세자간 해석이 달라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분쟁예상 사안들을 발굴해 합리적 유권해석을 내리고, 법률개정 필요사안도 함께 논의하는 ‘국세청-경제계 납세분쟁 제로화 TF’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밖에 정기 세무조사 시작 통지 시점을 15일 전에서 30일 전으로 늘리는 방안,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인정 범위 확대, 대기업에도 모범납세자 포상 기회 제공 등이 건의 사항에 담았다.

김 청장은 “국민경제의 빠른 회복과 도약을 적극 뒷받침하기 위해 전체 세무조사 건수를 지난해 수준으로 감축했다”며 “대면조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소기업 현장조사 기간을 단축하고 온라인 자료제출시스템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납세자에 대해  납부기한을 연장하고 국세환급금을 조기 지급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판 뉴딜 참여 기업의 경영 애로사항을 즉시 해결하는 등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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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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