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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살며 모은 돈인데…" 노인·주부 230명 울린 땅투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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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검, 부동산 사기범 29명 적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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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가능성이 없는 토지를 헐값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가 있는 것처럼 속여 3~6배 높은 가격으로 팔은 일당이 검거됐다. 소득이 적은 노인이나 가정주부를 중심으로 피해자가 230명에 달한다.

대구지검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수사팀은 불법 다단계 기획부동산 업체를 적발해 사기·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2명을 구속 기소하고 2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개발제한구역이나 군사보호지역 등 개발가능성이 없는 토지를 사들인 뒤 개발될 것처럼 피해자 230명에게 팔아 86억원가량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행각은 대구지검이 지난 3월 대검찰청 부동산 투기 근절 총력 대응지시에 따라 지난 5년간 처분한 부동산 사건을 점검하다 전국적 조직망을 갖춘 이 조직을 적발해 수사에 착수하면서 드러났다.

개발제한구역 등 속여 86억원 챙겨
검찰 조사 결과 회장 A씨 등이 몸담고 있는 본사가 전국 지점에서 판매할 토지를 헐값에 사들인 뒤 매수 가격보다 3~6배 부풀려 판매 가격을 책정, 각 지점에 공급했다. 지점은 다수의 텔레마케터를 모집해 불법 다단계 방식으로 토지를 판매했다. 회장 A씨는 52억원, 총괄사장 B씨는 35억원, 사장 C씨는 36억원 상당의 판매 수당을 가져갔다.

이들이 판매한 토지는 개발제한구역이나 군사호보지역, 비오톱 1등급(특정 동·식물 서식지로 절대적인 보전이 필요한 유형)에 해당해 개발이 제한된 곳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 토지가 곧 개발될 것이고, 유명 정치인들도 땅을 샀다”는 취지로 이른바 ‘뻥 브리핑’을 해 구매자들을 속였다. 특히 이들은 저소득 서민들이 쉽게 토지를 구매할 수 있도록 1㎡ 단위로 토지를 쪼개는 수법을 썼다.

불법 다단계에 동원된 텔레마케터들도 ‘일당 7만원을 받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구인 광고를 보고 온 가정주부나 고령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판매실적에 따라 1~10%의 수당을 지급했다. 이들은 법인 운영방침에 따라 토지를 판매하지 못하면 지분 강매를 당해 오히려 돈을 뜯기기도 했다. 이른바 ‘사팔가(사든지, 팔든지, 나가든지)’ 방침에 따라서였다.

 피해자들 "반 지하에 살며 모은돈인데" 
피해자들은 “77세 노모가 지인의 투자 권유에 1억원을 날려 매일 죽고 싶다고 울고 있다”, “무지한 주부들을 모집해 썩은 땅을 갖고 와 이렇게 피해를 주니 엄벌해 달라”, “엄마가 반지하에 살면서 모은 노후자금이었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호소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운영진들이 취득한 범죄 수익을 추징하고 은닉 재산을 끝까지 추적하는 등 범죄 수익을 환수하고 향후에도 검사가 직접 수사 개시가 가능한 부동산 투기 사범들에 대해 적극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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