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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5년’ 공과 실은?

중앙일보

입력

주민참여 확대인가? 관치의 심화인가? 7일 서울특별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이하 행자위) 주관으로 ‘서울형 주민자치회를 말하다’ 서울형 주민자치회 시행 5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현장목소리 담은 평가토론회 눈길

좌장을 맡은 김소양 시의원은 개최사에서 “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5년간 실시했다. 모든 사업을 되돌아보고 평가하는 자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민 참여를 기본으로 현장의 목소리가 없다면 주민자치도 없다. 그런 면에서 오늘 토론회가 정말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형 주민자치 시범사업의 ‘성과와 발자취’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 ‘나아갈 방향’ 3개 섹션으로 발제와 토론이 이뤄졌다.

첫 번째 순서로 곽종빈 서울시 자치행정과장은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주민자치회를 운영하고 있으나 시도 차원의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직접지원이나 인력지원 사례는 서울시가 유일하다”고 밝혔다. 시범사업 5년의 한계점에 대해서는 “양적 확대에 치중해 내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시의 획일적 지원설계를 통한 주민자치회 양적 확대에 치중했으며, 주민자치회 구성, 운영, 지원, 평가 등 전면적 검토와 체질개선이 요구된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양기열 은평구의원은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자치회로 확대하며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와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시범사업의 방향이었다. 위원 수도 25명에서 50명으로 확대해 공개모집을 진행했다. 실제 주민참여율은 어떻게 될까? 최근 1년간 비대면회의까지 모두 취합한 결과 시범동에서 62%의 참여율을 보여주고 있다. 주민자치회로 변경되며 얼핏 2배 이상의 인원을 확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참여율을 감안한다면 대여섯 명의 확장 밖에는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덧붙여 “중요한 시책사업을 특정한 시민단체에 위탁 운영한다는 것은 여러 문제점을 야기한다. 사업단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장에서 자치인지 관치인지 알 수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라고 비판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김소양 서울시의원, 곽종빈 서울시 자치행정과장, 양기열 은평구의원,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박성연 광진구의원, 양리리 서대문구의원, 이섬숙 여의동 주민자치회장, 이한동 전 마포구 주민자치회 지원관, 김경태 연구원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김소양 서울시의원, 곽종빈 서울시 자치행정과장, 양기열 은평구의원,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박성연 광진구의원, 양리리 서대문구의원, 이섬숙 여의동 주민자치회장, 이한동 전 마포구 주민자치회 지원관, 김경태 연구원

세 번째 발제는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이 ‘서울형 주민자치회의 비판적 고찰’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주민자치회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 좋은 사업으로 확장하려는 성향이 있고, 시민운동단체는 사업 중심으로 더 큰 조직으로 확장하려는 성향이 있어 대립적 관계이며, 시민단체가 주민자치회의 지배조직이 되면 정치화가 불가피하다”라고 주로 시민단체가 위탁운영 중인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또 서울형 주민자치회 체계와 관련해서는 “지원단, 지원관이 옥상옥이 되어 주민자치회장이 해야 할 역할을 독식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자치행정과-주민자치사업단-마을공동체지원센터로 구성된 ‘실행단위 협의체’에 대해서도 “주체인 주민자치회만 빼고 구성했다”고 비판했다. 동 지원관 관련해서도 “지원관의 업무는 주민자치회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당연히 해야 할 의무다. 주민자치위원회를 20년간 운영했다. 지원관에게 맡길 만큼 주민 역량이 없지 않다”고 짚었다.

전 회장은 “동 자치지원관, 지원단/마을자치센터는 실제로 주민자치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각 주민자치회, 단위협의체에 권한, 임무, 지원을 하는 것이 좋다.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시범실시이므로 자치구당 3개동 정도로 축소하되 의미 있는 시범을 할 수 있도록 다양화해야 한다. 학술, 정책, 현장을 망라한 주민자치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중간지원조직은 조속히 폐지해야 서울형 주민자치가 바로 선다”고 제안했다.

토론에 나선 박성연 광진구의원은 “광진구 15개 동 중 5개 동만 시범실시가 운영 중인데 주민들의 의견 중 예산의 효율성, 배분 문제가 가장 많았다. 물론 코로나의 영향,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사업이 다양화 되지 않은 상황이 있지만 지금 1, 2년이 도약기 인데 인건비보다 사업비 비율을 높여 달라는 의견이 많다. 이래야 진정한 주민자치를 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라며 “초기 단계의 여러 문제들 속에서도 더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위해 여러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리리 서대문구의원은 “주민자치회는 지역 문제를 논의하면서 내 지역의 발전을 위해 참여한 분들인데 회의비 지급이 오히려 이 분들의 정신을 훼손하고 자치회 설립 목적, 정체성과 맞지 않는 것 같다. 구 예산에도 부담이 된다. 서대문구에선 1억 넘는 돈이 회의비로만 지급된다. 주민자치 활성화, 역량 강화에 어떤 효용성 있나 싶다. 차라리 이 예산을 교육비 등으로 투입하면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섬숙 여의동 주민자치회장은 “서울시가 중간조직에 70% 예산을 썼는데 그걸 주민자치회에 배분해주면 필요한 사람을 쓰고, 교육이나 컨설팅을 자체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지금은 모든 것이 세팅되어 내려온다. 어려움 있겠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주민자치 과정으로 가야하지 않겠나. 주민자치회에 자율성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한동 전 마포구 주민자치회 지원관은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주인 되는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본다. 처음엔 시행착오든 뭐든 있다고 생각한다. 마포구의 경우 시범사업 3년차, 첫걸음을 뗐는데 주민의 적극적 참여로 날로 발전하고 있다. 주민자치회를 시작할 땐 중간지원단체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마포구의 경우는 지금까지는 순수함을 유지하며 잘 진행해오고 있다고 본다. 중간조직이 있었기에 행정-주민 사이에 갈등을 조율하고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해 사업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토론 말미에는 김경태 연구원(건국대대학원 박사과정)이 현직 주민자치회장 6명을 전화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해 발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의 성과로는 △주민들 직접 참여로 효능감 증대 △참여인원 증가로 인한 다양한 의견 제시 △과거 직능단체 중심에서 주민자치회로의 지역 내 권력 이동이 문제점으로는 △중간지원조직에 70% 이상 예산 배정-예산 규모 커졌지만 주민자치회로의 예산 축소 우려 △위원 교육 미흡-역량 부족 등이 꼽혔다.

한편 토론에 앞서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축사에서 “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시작 5년째다. 현재 236개동에서 운영 중이다. 주민들이 직접 마을사업, 예산 결정에 참여하고 행정에 동참하면서 자연스레 주인의식이 고양될 것이다. 풀뿌리민주주의를 향한 시민의식이 더더욱 무르익어 주민자치의 순기능을 입증했다고 생각한다. 개선안에 대해 적극 고민하고, 주민자치 발전에 유의미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응원했다.

이현찬 행자위원장은 영상 축사에서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도 제도의 안정적 운영, 주민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선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 토론회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주시고 의회에서도 집행부와 협의해 서울형 주민자치회가 주민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게 물적, 인적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이현찬 서울시의회 행자위원장

(왼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이현찬 서울시의회 행자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도 영상 축사에서 “서울형 주치민자치회 시범사업은 시민의 직접 참여를 늘렸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한편, 양적 성장에 지나치게 치중하고 제도 운영, 예산 집행에 있어서의 방만성, 대표성 측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현장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개선이 필요하면 과감히 바로 잡아 성숙한 주민자치 패러다임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여러분 의견과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제도를 정비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서울시가 해 내겠다. 주민자치회를 성숙한 방향으로 이끌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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