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골프숍] 옷 이전에 장비, 타이틀리스트 어패럴

중앙일보

입력 2021.06.10 10:25

스윙에 좋게 가동성이 좋은 타이트릴스트 의류. [사진 타이틀리스트]

스윙에 좋게 가동성이 좋은 타이트릴스트 의류. [사진 타이틀리스트]

“파리지앵들은 가봉할 때 곡예사처럼 행동한다. 옷을 입고 일어섰다, 앉았다, 숙였다, 비틀기를 반복한다. 옷이 자기 몸에 편한지 살피는 것이다…그들이 매장을 나갈 때 완전히 흡족한 표정이 아니면 우리가 뭔가 잘못한 것이다.”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인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1957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에 이렇게 말했다. 폼생폼사의 파리 멋쟁이들도 옷의 가동성에 꽤 신경 쓰며, 디오르는 그런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하게 해줘야 한다고 여긴 것이다.

골프의류는 오죽할까. 골프는 예민하다. 옷이 불편하면 스윙이 잘 안 된다. PGA 투어에선 날이 추워 털모자를 써도 상의는 반소매에 조끼만 걸치는 선수가 있는데 그만큼 옷이 스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은 제품이 나오기 약 1년 전부터 투어 프로들에게 옷을 입혀 스윙하게 해보고 의견을 듣는다. 패턴, 디자인, 소재 등이 전부 테스트 대상이다.

패션과 기능이 결합된 타이틀리스트 의류. [사진 타이틀리스트]

패션과 기능이 결합된 타이틀리스트 의류. [사진 타이틀리스트]

이유가 있다. 타이틀리스트는 본래 골프 장비 회사다. 선수의 피드백을 거쳐 용품을 만든다. 이 회사 박성준 마케팅팀장은 “일반 의류 브랜드와 달리 의류도 옷 이전에, 스윙 장비로 보고 철저하게 테스트한다. 옷 디자인이 아니라 장비 설계를 하려 했고, 프로페셔널처럼 보이게 하는 옷을 만들려 했다. 디자이너들이 모두 골프를 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의견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의 특징은 타이트한 핏이다. 윤여진 디자인 본부장은 “수영복 소재로 쓰는 고급 원단이 신축성 등이 뛰어나 골프 의류에 적합하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이 소재는 펑퍼짐하면 오히려 마찰이 생긴다. 넓은 바지통이 바람에 날려 소리가 나면 스윙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여겼다”고 설명했다.

짧은 스커트가 많다. 패션 요소도 고려됐지만, 반바지가 긴 바지보다 편한 것처럼 스윙에는 짧은 스커트가 편하다고 봤다. 스커트는 뒤쪽 기장이 긴데, 어드레스시 민망하게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상의 지퍼가 사선으로 된 것도 있다. 역시 스윙이 편하게 하기 위해서다.

타이틀리스트는 모델로 프로 선수만 쓴다. 일반 모델보다 인지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골프에서 가장 멋진 건 선수들의 아름다운 스윙이라고 여겨서다.

컬러는 강렬하다. 타이틀리스트 드라이버의 메탈 컬러와 프로V1 공에 들어가는 흰색, 검정, 빨간색을 주로 쓴다. 골프장의 빨간 바지를 유행시킨 게 타이틀리스트다. 김현준 홍보팀장은 “한국에서 골프장은 자기표현이 가능한 곳, 패션 파격이 허용된 공간이다. 한국 골퍼에게 맞는 과감한 트렌드를 만들었다"고 했다.

상의 뒷부분에 펀칭이 되어 있는 타이틀리스트 의류. 공기가 잘 통해 시원하고 땀이 잘 배출되어 스윙에 좋다. [사진 타이틀리스트]

상의 뒷부분에 펀칭이 되어 있는 타이틀리스트 의류. 공기가 잘 통해 시원하고 땀이 잘 배출되어 스윙에 좋다. [사진 타이틀리스트]

이게 통했다. 프로처럼 보이는 룩을 소비자들이 좋아했다. 타이틀리스트는 출범 2년 만에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골프 의류가 됐다. 용품 시장 규모가 7배인 미국보다 한국의 골프 의류 시장이 크다.

퍼포먼스와 패션이 결합한 이전에 없던 새로운 장르를 만든 타이틀리스트가 큰 역할을 했다. 이 장르에 많은 의류 브랜드가 생겼지만, 오리지널 타이틀리스트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디오르는 “브랜드의 역사, 디자이너의 철학은 카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성호준 골프전문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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