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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버스 탔어 곧 보자"던 엄마···얼굴도 못보고 떠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 때문에 온갖 고생하더니…내일 장사 반찬 만든다고 시장 나갔다가 그만…”

광주광역시 철거현장 건물 붕괴로 17명 사상

9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주택재개발사업 공사장에서 건물 붕괴사고로 사망한 강모(65·여)씨 유족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되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매몰되 었던 시내버스가 밤 늦게 도로위로 꺼내졌으나 종이장처럼 짓겨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되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매몰되 었던 시내버스가 밤 늦게 도로위로 꺼내졌으나 종이장처럼 짓겨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반찬거리 장 보러 떠났다가 참변 

강씨는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기 직전 친척으로부터 식당을 넘겨받아 장사를 해왔다고 한다. 강씨는 이날도 내일 점심 장사 때 내놓을 반찬거리를 만들려고 길을 나섰다.

강씨의 유족은 “말바우시장에 들러 상추김치를 만든다고 나갔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손님이 뚝 떨어져 온갖 고생만 죽도록 하다가 이렇게 황망하게 떠날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했다.

그는 이날도 점심장사를 끝내고 광주지역 전통시장인 말바우시장을 들렀다가 오후 4시 8분에 이곳에서 출발하는 54번 시내버스를 타고 자택인 동구 학동으로 돌아가는 길이였다고 한다.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되어 도로 위로 건물 잔해를 소방대원들과 중장비들이 정리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되어 도로 위로 건물 잔해를 소방대원들과 중장비들이 정리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아들과 통화했는데 얼굴도 못보고 떠나 

유족은 “버스를 타고 아들에게 곧 도착하니 만나서 같이 가자는 전화까지 했는데 설마 내 가족이 그 버스에 탔는지 상상이나 했겠느냐”며 “두시간이나 연락이 안돼서 속을 태웠는데 마지막으로 아들 얼굴도 못 보고 떠나버렸으니 답답하고 너무도 슬프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철거 공사를 진행한 업체들이 안전하게 공사를 진행했는지 철저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붕괴 사고가 난 건물은 건물 뒤편에 흙과 폐자재 등을 쌓아 올린 뒤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사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사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사망자 대다수 버스 뒷좌석에서 발견

유족들은 “철거업체가 공사 중이던 건물이 앞으로 쓰러질 수밖에 없는 형태로 공사를 진행했는데 도로로 건물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치 않느냐”고 말했다.

당시 사고 현장이 담겨 있는 폐쇄회로TV(CCTV) 확인 결과 시내버스가 승객을 태우려고 정류장에 잠시 멈춘 사이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소방당국은 현재까지 사고 현장에서 시내버스 승객 등 17명을 최종 구조했고 이 중 9명이 사망했다. 소방당국은 철거 공사장에 있던 작업자들이 건물이 무너지기 직전 사고 현장을 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건물 붕괴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건물 붕괴 프리랜서 장정필

현재까지 파악된 부상자와 사망자는 모두 시내버스 승객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사망자 대다수가 버스 뒷좌석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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