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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우주발사장 건설” 한국도 민간우주시대 잰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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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2018년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누리호 엔진의 시험 발사체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중앙포토]

2018년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누리호 엔진의 시험 발사체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중앙포토]

국내에도 처음으로 민간 우주발사장이 들어서고, 기업 중심의 고체연료 발사체가 개발되는 등 민간 우주시대의 발걸음이 빨라질 전망이다. 그간 스페이스X·블루오리진 등 미국의 민간기업들을 선두로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열렸으나, 한국은 정부 주도의 발사체 개발과 달 탐사 일정마저도 지연되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과기정통부, 국가우주위원회 열어 #고흥 외나로도에 민간 발사장 구축 #2024년까지 고체연료 발사체 개발 #“늦었지만 뉴 스페이스 시대 참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일 제19회 국가우주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제3차 우주개발 기본계획 수정(안)’ 등 3개 안건을 심의·확정했다. 3차 우주개발 기본계획안은 3년 전인 2018년 2월 확정됐다. 하지만 최근 미사일지침이 종료되고,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우주 분야에 협력이 진전되면서 이를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 수정(안)에 반영하게 됐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전 세계적으로 공공영역이었던 우주개발을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선진국 대비 40여 년 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수준의 지상관측 위성, 세계 7번째 규모의 우주발사체 독자 엔진 등 발전을 이어나가고 있는 우리의 우주개발 역량을 민간 산업체와 잘 조화시킨다면 뉴 스페이스 시대에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설될 민간 우주 발사장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신설될 민간 우주 발사장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기본계획 수정안에 따르면 우선 오는 2024년까지 고체연료 기반의 소형발사체 개발·발사가 추진된다. 고체연료 발사체는 우리나라가 그동안 군을 중심으로 축적한 고체 추진제(미사일) 기술을 활용해 민간 우주산업체 주도로 개발할 계획이다. 고체연료 발사체는 기본 원리가 미사일과 다를 바 없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3월 최대 사거리 800㎞의 현무4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한 바 있다. 고체연료 발사체는 액체연료 발사체와 비교해 구조와 발사장 설비가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단순 점화로 발사할 수 있다. 따라서 민간 산업체의 저비용·단기 발사체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우주산업 전문가들은 초소형위성 시장 확대에 따라 증가하는 저궤도 소형 위성 반복 발사 수요 대응에도 고체연료 발사체가 유리하다고 평가한다.

정부는 또 오는 2024년까지 다양한 민간 기업들이 발사체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민간 발사 기반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에는 최근 한화·이노스페이스·페리지로켓 등 소형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 민간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발사장이 없어 개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15t 하이브리드 우주로켓을 개발하고 있는 이노스페이스는 내년 상반기 시험발사를 목표로 브라질과 우주발사장 계약을 해놓은 상태다. 정부가 발표한 민간 발사장은 발사·통제 시설의 효율적인 연계를 위해 국내 유일의 우주발사장인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부지 내에 설치될 예정이다.

송병철 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 운영관리실장은 “민간발사장은 현재 제2 발사장 뒤쪽 산 너머 해안 기슭의 청석금이라 불리는 지역을 평탄화 작업을 해서 만들 계획”이라며 “단기 발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고체연료 발사체 기반으로 우선 구축하고, 향후 액체연료를 포함한 다양한 발사체에 활용될 수 있는 범용 발사장으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미 위성항법 협력 공동성명 관련 사항을 반영해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구축 계획을 구체화한다. 양국 간 공동성명에 따른 미국 GPS와의 공존성, 상호운용성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KPS와 미국 GPS를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한국 우주발사체 개발 일정

한국 우주발사체 개발 일정

KPS는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친 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2027년 1호기 발사를 시작으로 총 7개의 위성을 쏘아 올려 2035년에 KPS 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KPS는 최종적으로 센티미터급 서비스 정확도를 갖게 된다. 현재 국내에서 쓰고 있는 GPS 서비스의 정확도는 10m급이다.

이날 회의에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신현우 대표이사는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통해 우주기술의 민간 이전이 활성화되고 벤처 등 민간 기업의 참여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며 “한화는 이에 대비, 올해 인수한 위성전문기업 쎄트렉아이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 등이 참여하는 우주사업전담 조직 ‘스페이스 허브’를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신 대표는 또 “단기적으로는 우주 발사체와 위성 개발에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 통신·항법 위성, 우주 에너지, 우주 자원 채굴, 우주 쓰레기 수거, 우주 탐사 참여 등을 구상 중”이라며 “이를 통해 세계 우주산업을 선도하는 K-스페이스 시대 대표기업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가우주위원회는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참석했지만, 앞으로는 관련법 개정을 통해 국무총리가 위원장으로 국가우주위원회를 이끌게 된다. 일본은 국가 행정 최고 지도자인 총리가 우주위원회를 이끌고 있으며, 미국도 부통령이 당연직으로 우주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한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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