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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합의금 2000만원 유족에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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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부 장관은 9일 성추행을 당한 공군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다.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 #국회 국방위원회서 폭로

서 장관은 “최근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 등으로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매우 송구하다”며 “국방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야 모두 서 장관과 국방부, 군 당국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 모 중사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서욱 국방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 모 중사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군을 동료나 전우로 생각하지 않고 술자리 꽃처럼 부르는 일이, 성추행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성추행 피해를 본 이모 중사가 “국가 권력에 의한 타살을 당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힘 여성의원들이 9일 오전 국회 국방위 회의실 앞에서 여중사 사망사건과 관련 국정조사와 서욱 국방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 힘 여성의원들이 9일 오전 국회 국방위 회의실 앞에서 여중사 사망사건과 관련 국정조사와 서욱 국방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성 의원은 이어 “피해자 국선변호사(공군 법무관)이 피해자측 유족 측과 통화에서 ‘1000만~2000만 원 금액으로 합의하면 어떠냐’고 제안했다”고 폭로했다. 군 당국이 사실상 사건 무마에 동조했다는 지적이다.

피해자 유족 측은 이를 거절하며 가해자 처벌을 주장했다고 한다. 이 중사 유족측 변호인인 김정환 변호사는 “국선변호사가 유족 측에게 ‘가해자 측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합의금만 제시했다’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선변호사측 이동우 변호사는 "국선변호사가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제시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합의금액을 제시한 적도 없고, 가해자가 합의의사가 없다고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말헀다.

합의금 제안에 대해 서 장관은 “보고받지 못 한 일”이라며 “해당 사안도 포함해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서 장관은 이 중사 사건의 성추행 사건을 보고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망 이후 ‘단순 사망 사건’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첫 보고 시점에 대해 “5월 22일 SNS 상황공유방에 ‘단순 사망건’이 올라온 것을 인지했다”라고 말했다. 5월 22일은 피해자 이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날이다.

국방부 검찰단·조사본부가 9일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중사 사건과 관련, 공군본부 검찰부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김성태

국방부 검찰단·조사본부가 9일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중사 사건과 관련, 공군본부 검찰부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김성태

서 장관은 이어 “5월 24일 ‘피해자 단순 사망사건’이라는 서면보고를 받았다”며 “5월 25일 이번 사건이 성추행 관련 사건임을 최초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성폭력 사건의 경우 사망 관련 보고에 관련 내용을 함께 보고하라는 지침이 있는데도 군 당국이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군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서 장관도 이번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질타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10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정조사와 합동 국회 청문회,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정부 여당이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전 국방부 군 검찰단은 공군본부 검찰부, 공군본부 법무실 내 인권나랴센터, 20전투비행단 군검찰 등 부실수사 의혹을 받는 수사기관에 대한 압수 수색을 했다.

이철재ㆍ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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