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 드러낸 尹 "기대와 염려 다 알아"…'애국' 강조 '친일'선긋기

중앙일보

입력 2021.06.09 17:17

업데이트 2021.06.09 21:43

“우리 국민 여러분들의 기대 내지는 염려 이런 걸 제가 다 경청하고, 다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좀 지켜봐 주십시오.”

9일 서울 남산예장공원의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좀 지켜봐 달라”고 했다.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에 대해선 “거기에 대해선 제가 아직”이라며 “오늘 처음으로 제가 이렇게 나타났는데 제가 걸어가는 길을 보시면 다 아시게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뉴스1

"대선 도전하냐" 질문에 尹 "좀 지켜봐 달라"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윤 전 총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3월 4일 검찰총장 사퇴 이후 그가 취재진 앞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윤 전 총장은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땐 기자들에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이철우 연세대 교수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이철우 연세대 교수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윤 전 총장이 참석한 행사는 서울 대광초-서울대 법대 동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증조부인 우당 선생을 기리는 기념관 개관식이다. 우당 선생을 비롯한 그의 일가족은 전 재산을 팔아 만주로 망명해 독립운동을 했고, ‘신민회’ ‘헤이그 특사’ ‘신흥무관학교’ ‘의열단’ 등 항일 운동 전반에 관여했다.

윤 전 총장은 “제가 어른들께 어릴 적부터 우당의 삶을 듣고 강렬한 인상을 많이 받아왔다”며 “우당과 그 가족의 삶은 엄혹한 이 망국의 상황에서 정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아주 생생하게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은 “한 나라가 어떠한 인물을 배출하느냐와 함께 어떠한 인물을 기억하느냐에 의해 그 존재가 드러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1963년 10월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를 기리며 한 추모 연설을 인용한 것이다.

윤 전 총장과 이 교수는 대광초 1학년 때 인연을 맺었다. 이 교수의 부친은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당숙은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사퇴 이후 지난 3월 22일 이 교수의 자택을 찾아 이 전 원장에게 인사하는 등 우당 선생 집안과 인연이 깊다.

尹의 '애국' 행보, '친일'과는 선 긋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 겸 이회영기념관 개장식에 참석하며 퇴임 후 첫 공식 행보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 겸 이회영기념관 개장식에 참석하며 퇴임 후 첫 공식 행보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의 이날 행보에 대해 “본격적인 정치 참여를 앞두고 자신의 ‘애국’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한편, 보수 진영의 일종의 굴레 중 하나인 ‘친일’과 명확히 선을 그은 것”(국민의힘 중진 의원)이란 분석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은 6월 들어 ‘안보’ ‘보훈’ 관련 일정을 잇달아 소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일 현충원을 방문해 방명록에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썼다. 윤 전 총장은 같은 날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자 이찬호씨를 만났고, 현충일인 6일엔 천안함 생존 장병 전우회장 전준영씨를 만나 3시간가량 함께 대화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내에 있는 이회영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전시물을 관람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내에 있는 이회영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전시물을 관람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뉴스1

이날 행사엔 수백명의 취재진과 유튜버 등이 몰렸다. 반면 윤 전 총장은 최소한의 수행원을 대동한 채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취재진과 지지자, 반대자들이 몰려들어 윤 전 총장이 움직일 때마다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개관식 축사에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왔다. 우당과 서울시 전체를 다 한꺼번에 알 수 있게 도와준 게 윤 전 총장 같다”며 “정말 환영한다. 앞으로 자주 모셔야겠다”고 말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이 다음 주쯤 공보 담당자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의 견제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을 겨냥해 “너무 숨어서 간 보기를 한다”며 “이젠 뛰어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빨리 수면 밖으로 나와 정치력과 비전에 대해 검증받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윤 전 총장을 지렛대로 삼아 정체된 지지율을 반등시키려는 의도란 해석이 나온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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