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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급 파면된 국정원 성비위…하태경 "은폐" 따지자 국정원 적극 해명

중앙일보

입력

박지원 국정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원 불법사찰에 대한 자체 감찰 결과 보고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오종택 기자

박지원 국정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원 불법사찰에 대한 자체 감찰 결과 보고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오종택 기자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내부 성비위 사건을 일으킨 직원 2명을 파면 등 중징계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국정원은 9일 오전 열린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성 비위를 저지른 2급·5급 직원을 지난달 21일 징계위에 회부했다. 25일 5급 직원을 징계하고, 29일 2급 직원을 파면했다”고 설명했다고 복수의 회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국정원은 다만 5급 직원의 징계 수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이 자리에서 “(부임 전) 과거 일이지만 현재 원장의 책임”이라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고 한다. 첫 피해는 지난해 6월 경 발생했다. 피해신고는 이로부터 8개월이 지난 올해 3월 이뤄졌고, 국정원도 이 때 사건을 처음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지난해 7월 국정원장에 취임했다.

국민의힘 정보위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국방부처럼 상부에서 무마·은폐하지 않았나 의심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성추행인지 성폭행인지 등 핵심 내용에 대한 보고는 거부했다. 피해 여성이 사건 직후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고 이야기하지만, 알렸다는 상당한 의심을 갖고 있다”는 이유다. 또 하 의원은 “권력기관 남성 직원의 성 문제는 일상적 감찰 대상인데 국정원은 ‘감찰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 역시 상당히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에 파견됐다가 성추행으로 고소당해 국내로 소환된 국정원 직원에 대해서도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하 의원은 “사건이 지난해 6월 23일 발생했고 피해 직원이 7월 14일 신고했다. 그런데 징계는 1년이 지난 올해 6월 14일 이뤄졌다”며 “왜 이렇게 늦었냐”고 따졌다.

9일 오전 국회에서 박지원 국정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정보위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스1

9일 오전 국회에서 박지원 국정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정보위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스1

국정원은 이같은 의혹 제기에 적극 해명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하 의원이)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 구체적으로 (내용이) 무엇이냐를 물어봐서 세부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한 것”이라며 “파면 이상의 중징계는 없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LA 총영사관 파견 직원 사건과 관련해서도 “혐의를 강력히 부인해서 조사 결과를 보고 징계했다”고 설명했다.

회의에서는 북한 동향도 일부 거론됐다. 북한의 2인자 자리로 신설된 노동당 ‘제1비서’에 조용원 조직비서가 기용될 거란 설과 관련, 국정원은 “관련 첩보가 없다”고 보고했다고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이 전했다. 김 의원은 또 “북한 내 쌀 수급이 불안해서 쌀값이 오르는 추세라는 보고가 있었다”고도 말했다. 박지원 원장의 지난달 6박7일 방미와 관련 ‘북ㆍ미 대화 움직임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화 움직임이 없다는 답변이 나왔다”고 회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예정됐던 국정원 불법사찰 감찰결과 보고는 30일 전체회의에서 받기로 합의했다. 김병기 의원은 “아직 조사 중이고 내용이 진전된 게 없어서 30일 별도 보고를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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