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부 폐지하겠다는 박범계…작년 마약사범 역대 최다였다

중앙일보

입력 2021.06.09 15:23

업데이트 2021.06.09 19:46

6월 9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출근길에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스1

6월 9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출근길에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마약류 사범이 전년 대비 2000명 이상 늘면서 역대 최고치인 1만8000여 명을 기록했다. 검찰은 “일반인들이 다크웹이나 텔레그램 등 온라인으로 손쉽게 마약류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탓”이라고 분석한다. 이런 가운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전국 6대 지검에 있는 강력부를 반부패부에 흡수·통합시키는 조직개편안으로 마약수사 전담조직 축소를 추진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만8000명 돌파…전년보다 13%가량 늘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가 지난 7일 발간한 『2020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역대 최다인 1만8050명으로 전년(1만6044명) 대비 12.5% 증가했다.

대검찰청 '2020년 마약류 범죄백서' 신종 마약 증가 추이

대검찰청 '2020년 마약류 범죄백서' 신종 마약 증가 추이

특히 신종 마약류 관련 범죄가 급증하는 추세다. 압수된 신종 마약류는 162.8㎏으로 전년(82.7㎏) 대비 97% 불었다. 같은 기간 전체 마약류 압수량(321.4㎏)은 전년(362.0㎏)보다 다소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종 마약류 확산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신종 마약인 엑스터시는 지난해 11.9㎏ 압수됐는데, 전년(3.1㎏)과 비교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엑스터시는 ‘도리도리’로 널리 알려진 향정신성 의약품이다. 원래는 식욕 감퇴제로 개발됐다. 필로폰 등 전통적인 마약류보다 값이 싸지만, 환각 작용은 3~4배에 달한다. 부작용으로 정신착란·우울증·불안감·불면증·편집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필로폰에 마약성 진통제 코데인과 카페인 성분을 혼합한 신종 마약인 야바도 3.1㎏(2019년)→11.9㎏(2020년)으로 늘었다.

엑스터시. 중앙포토

엑스터시. 중앙포토

비공개 다크웹·텔레그램서 대규모 유통, 암호화폐 결제도

마약 범죄가 역대급으로 늘어나는 데 대해 대검찰청은 “국민 누구나 홈쇼핑에서 영양제를 사듯이 손쉽게 마약류를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온라인·소셜네트워크(SNS) 등을 통해 대규모 유통이 가능해진 게 한국에서 마약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는 것이다. 2019년 1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한 상가 건물 지하에서 대마초를 재배하고 다크 웹을 통해 수백 회에 걸쳐 유통한 조직이 적발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다크웹(Dark web)이란 특정프로그램을 사용해야만 접속할 수 있는 비공개 웹사이트(인터넷 정보교환 시스템)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접속자나 서버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범죄에 자주 악용된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를 운영했다가 징역 1년 6개월형을 복역했던 손정우씨도 다크웹을 활용했다.

고도의 보안성을 자랑하는 텔레그램도 주요한 마약류 유통 경로라고 한다. 최근 수년 사이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등의 발생에 따라 텔레그램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어났고, 자연스레 텔레그램을 통한 마약류 거래 역시 증가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지난 1월 구속된 국내 최대 규모의 마약 공급책 ‘바티칸 킹덤’ A(26)씨가 텔레그램을 공급 통로로 쓴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암호화폐 투자 붐을 타고 마약류 결제에 암호화폐도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약 홈쇼핑 시대” 미성년자 사범 5년 전보다 160% 급증

마약 구매가 쉬워지면서 미성년자 사범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은 313명으로 전년(239명) 대비 31% 많아졌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증가율은 160%에 육박한다.

검찰은 앞으로 문제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올해 초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은 마약류 범죄와 관련해 500만원 이상의 밀수 사건에 대해서만 직접수사가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나머지 밀수 사건이나 국내 유통 사건에 대해선 수사 공백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나가 박범계 장관이 마약수사 조직을 축소하려는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법무부는 검찰 내 마약수사를 전담해 온 강력부와 반부패수사부를 반부패·강력부로 통폐합하는 검찰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넘쳐나는 마약 범죄를 막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중요한 시기에 마약수사 역량을 강화하기는커녕 축소하려고 해 걱정이 많다”며 “수사 공백에 따른 피해는 결국 국민이 본다”고 우려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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