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귀신같은 광고’ 철퇴? “사용자 데이터 넘보지마” 애플 개인정보보호 더 힘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팀 쿡 애플 CEO가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열린 WWDC 2021에서 강화된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팀 쿡 애플 CEO가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열린 WWDC 2021에서 강화된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애플이 사용자 데이터를 제3자가 함부로 추적·수집하지 못하게 운영체제(OS)를 강화한다. 애플은 지난 7일(현지시간) ‘세계 개발자 회의(WWDC) 2021’에서 개인정보보호에 방점을 찍은 새로운 OS를 선보였다. 아이폰 iOS 15, 아이패드OS 15, 맥OS 몬터리, 워치OS 8 등 올 가을 주요 제품에 모두 적용될 업데이트다. 일부 외신이 관측했던 맥북 프로, 신형 에어팟 등 신제품 공개는 없었다.

사용자는 ‘앱 개인정보보호 리포트’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아이폰·아이패드 등에 깔린 앱들이 최근 7일간 사진, 카메라, 마이크, 연락처 등 내 정보에 얼마나 자주 접근했는지, 어떤 제3자에게 내 정보를 공유했는지 볼 수 있게 됐다. 나도 모르는 새 내 정보를 수집해 귀신같이 맞춤형 광고를 노출하던 앱·웹사이트 등이 어떤 경로로 내 정보를 입수했는지 알 수 있게 되는 것.

애플이 새로운 OS에 도입하는 앱 개인정보보호 리포트. 사용자들은 이 기능을 통해 각 앱이 자신의 정보에 얼마나 자주 접근했는지, 누구에게 정보를 공유했는지 알 수 있다. 사진 애플

애플이 새로운 OS에 도입하는 앱 개인정보보호 리포트. 사용자들은 이 기능을 통해 각 앱이 자신의 정보에 얼마나 자주 접근했는지, 누구에게 정보를 공유했는지 알 수 있다. 사진 애플

이메일 앱에는 사용자 위치와 IP 주소, 이메일을 읽었는지 여부 등을 숨기는 기능이 도입된다. 각종 마케팅 이메일 등이 사용자의 온라인 활동을 추적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애플이 부여한 별도의 주소로 메일을 보내는 ‘나의 이메일 가리기’ 기능도 추가됐다. 자신의 메일 주소를 알리고 싶지 않은 사용자를 위해서다.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시리’는 기기 내에서, 인터넷 연결 없이도 음성 명령을 처리하는 기능이 강화됐다. AI 비서 회사들이 사용자의 음성을 무단으로 녹음해 제품 개발에 사용한다는 논란을 의식한 조치다. 애플은 지난 2019년 계약업체 직원들이 시리에 녹음된 대화를 듣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집단소송을 당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아이클라우드에는 ‘프라이빗 릴레이’라는 새로운 인터넷 개인정보보호 서비스가 들어갔다. 웹사이트에 접속할 때 사용자의 IP 주소 대신 애플이 만든 임시 주소가 찍히는 기능이다. 이를 통해 사무실이나 카페의 공공 와이파이를 사용해도 제3자는 물론 애플도 사용자가 누군지, 어떤 사이트를 방문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없도록 했다.

시리(Siri)는 사용자의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서 곧장 음성을 인식한다. 외부로 음성을 내보내지 않는다. 사진 애플

시리(Siri)는 사용자의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서 곧장 음성을 인식한다. 외부로 음성을 내보내지 않는다. 사진 애플

애플vs페북 ‘2라운드’ 예고

애플은 그간 꾸준히 개인정보보호를 강조해왔다. 지난해 공개한 iOS 14부터는 사용자가 앱을 열 때 ‘이 앱이 당신의 데이터를 추적하는 것을 허용하시겠습니까?’라는 알림창을 띄우는 ‘앱 추적 투명성’ 기능을 추가했다.

사용자의 데이터 주권을 강화한다는 취지였으나, 당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페이스북에서 사업 중인 소상공인들을 내세우며 ‘애플이 수많은 사람들의 비즈니스를 방해하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요한다’는 비난 성명을 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 데이터 추적을 통한 맞춤형 광고가 핵심 수익모델이다. 이 업데이트 이후 저커버그와 팀 쿡 애플 CEO는 공개석상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OS 업데이트를 주도한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은 “개인정보보호는 애플이 하는 모든 일의 중심”이라며 “사용자들은 자신의 어떤 데이터가 누구에게 공유되는지 투명하게 알 권리가 있고, 더 큰 통제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iOS 15에는 아이폰 문자(아이메시지)로 주고받은 사진과 링크를 모아주는 기능, 영상통화(페이스타임) 중 보고 있던 영화나 앱 화면 등을 공유하는 기능 등 소셜미디어(SNS) 성격의 서비스들도 추가된다. 앞서 저커버그가 올 1월 “아이메시지가 많이 쓰이는 이유는 애플이 우선권을 주기 때문”이라고 비판한 만큼, 양사 간 경쟁구도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요즘 뜨는 기업 궁금하세요?

이메일로 구독 신청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기업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는 ‘기사 +α’가 찾아갑니다. 구독신청 → https://url.kr/factp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