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초과예약 50만회···"우리한테 취소 설득하라니" 병원도 불만

중앙일보

입력 2021.06.09 12:46

업데이트 2021.06.09 13:37

9일 오전 대전시 동구 가양동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콜센터에서 구청 직원들이 '접종 증명 스티커'를 확인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달 말부터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이 스티커를 발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9일 오전 대전시 동구 가양동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콜센터에서 구청 직원들이 '접종 증명 스티커'를 확인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달 말부터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이 스티커를 발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백신 수량이 부족해 질병관리청이 더 이상 공급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보건소 보유 물량을 최대한 보내도(공급해도) 병원당 1바이알(병) 밖에 줄 수 없습니다. 현재 인원을 최대한 조정해서 접종하고, 그래도 모자라면 예약 취소가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백신 초과예약 50만회 두고 병원 불만 폭발
"우리한테 설득하라니, 분명한 대책 나와야"

부산광역시의 코로나 19 백신 접종 위탁의료기관 A의원은 8일 밤 10시께 이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관할 보건소가 보낸 것이다. 그때부터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어르신들이 접종할까 말까 고민하다 접종을 결정했을 텐데 무슨 말로 설득할지 도무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9일 오전 "예약을 당장 취소하지 말고 기다려달라"는 메시지가 왔다. 40분가량 지났을까, 또 메시지가 왔다. '백신 접종 관련 협조 요청' 안내 문자였다. 보건소는 "예약자가 백신 물량보다 일부 많다. 14~19일 일부 예약자 접종이 어려울 수 있다"며 몇 가지 협조 사항을 전달했다. 보건 당국은 "최소잔여 주사기(LDS)를 사용해 최대한 (많이) 접종하고, 얀센 잔여량이 발생하면 아스트라제네카(AZ) 예약자 동의를 받아서 얀센을 접종하며, 그래도 접종하지 못하는 예약자는 이달 말~내달 초 접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AZ백신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국 백신 접종 의료기관에서 이런 유사한 혼란이 잇따르고 있다. 60~74세 고위험군 예약이 정부 기대치보다 50만회 초과 예약이 발생하면서 이런 일이 생겼다. 정부도 예상하지 못한 혼란이다. 기피 대상이던 AZ백신이라 초과 예약이 발생할 것이라고 정부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A의원은 14~19일 69~74세 어르신에게 AZ백신을 접종한다. 19일 60명이 예약돼 있다. '노쇼 백신' 예약자가 아니라 정부 등록시스템에 정식으로 신청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LDS 주사기를 사용하더라도 36명은 맞힐 백신이 없다. A의원의 원장은 "백신 접종을 독려할 때는 언제고, 밤중에 취소를 요청하는 게 말이 되느냐. 36명을 어떻게 선정하고, 뭐라고 설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취소하는 게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긴 하지만 초과 예약자 대책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19일 접종을 못 받게 되는 36명에게 욕먹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초과 예약자 대책으로 AZ백신을 추가로 들여오거나 화이자 등의 다른 백신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청 관계자는 "예방접종 등록시스템에서 취소 버튼을 누르게 되면 순서가 연말로 밀리기 때문에 그리하면 안 된다"며 "이번에 접종을 못 하는 예약자는 다음 달 초 최우선 순위로 접종받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Z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와 개별 계약 물량이 이미 다 들어왔거나 들어올 예정이어서 초과 예약자를 위한 물량을 추가로 받을 게 없다. 백신 구매 국제협의체인 코벡스 퍼실리티에서 받는 수밖에 없다.

A의원 원장은 보건 당국의 또 다른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는 "LDS주사기 공급이 달려 거의 매일 보건소에 줄 서서 받아와야 한다. 그게 싫어서 별도 비용을 들여 주사기를 샀다"고 말했다. 4월 하순 접종 시작 후 당국이 지금까지 접종 비용을 정산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하루에 50~80명을 접종한 뒤 안내문(A4용지 4매)을 프린트해서 지급하는데, 토너와 종잇값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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