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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미국투자이민 프로그램 연장 여부로 시험대 오른 미 이민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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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해외이주 클리닉(11)

미국 이민 정책은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공약 중 중요하고도 무거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본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정반대로 그의 선거 기반인 민주당의 신념을 반영해 친이민 정책의 기치에 내걸고 대선에 승리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우선순위로 개선하겠다고 천명한 이민 관련 문제들은 대략 다음과 같다. 일부 무슬림 국 출신 국민의 입국 금지 해제, 멕시코 국경 재개, 다카(DACA, 불법 체류 청소년 구제안)의 보존과 강화, 난민 수용 인원 증대, 망명 절차에서 인권 회복, 비 범죄자인 서류 미비자 표적 구속 중지, 이민법 위반자를 투옥하는 사설 수용소 이용 축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적 부조 규정 폐지, 취업 이민 재활성화, 국제 학생의 체류 기간 제한 폐지, 이민국 서류 심사 기간 단축 등이다.

모든 일을 한 번에 이룩할 수 없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초 취임 이래 이민 정책을 차근차근 이어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 정책 행보를 몇 가지 적어 본다.

지난 2월 18일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이민 개혁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11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내의 서류 미비자들에게 8년에 걸쳐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가족 초청 이민의 미국 입국 대기를 줄이며, 취업 이민의 숫자를 늘리는 것을 그 골자로 한다.

2월 24일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이민비자 발급을 금지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 명령을 폐지해, 그동안 막혀 있던 가족 초청 이민과 추첨을 통한 이민의 문을 다시 열었다.

3월 9일 관세 국경 보호청은 2019년부터 시행되어온 트럼프 표 공적부조 규정을 폐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시행령이 영구 폐지 됨으로써 이민관들은 1999년에 개정되어 2019년까지 시행되던 규정으로 복귀해 적용한다. 1999년 시행 지침은 이민자가 수령할 수 없도록 규정한 공공혜택을 더 적게 포함하고 있으며, 덜 제한적이다.

미국 투자이민 (EB-5) 프로그램 중 지역 센터를 통한 간접 투자 이민의 법적 실효 기간이 올해 6월 30일이어서 재연장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 pixabay]

미국 투자이민 (EB-5) 프로그램 중 지역 센터를 통한 간접 투자 이민의 법적 실효 기간이 올해 6월 30일이어서 재연장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 pixabay]

4월 14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민 정책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해온 인사들을 미국 이민국과 관세 국경 보호청의 책임자로 임명할 의사를 밝혔다.

미국투자이민(EB-5)는 미국 경제에 자본이 투입되고 고용을 창출하는 윤활유가 되어 미국의 국익에 보탬이 되기 때문에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추진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도 EB-5에 대해서는 별반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다른 카테고리의 이민 비자 인터뷰 예약이 중단되는 동안에도 EB-5는 예약 중단에 해당하지 않았다. 이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EB-5 프로그램 중 지역 센터를 통한 간접 투자 이민의 그 법적 실효 기간이 올해 6월 30일이기 때문에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재연장 여부에 관심이 쏠려 있다. 지역센터를 통한 간접 투자 이민 방식은 1993년 5년 기한으로 실험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것인데, 그 이후 몇 번의 연장 조치를 거쳐서 현재까지 계속되어 왔다.

투자이민 프로그램 중 투자자가 직접 사업체에 90만 달러 혹은 180만 달러를 투자해 10명 이상의 직접 고용을 창출하는 직접 투자 프로그램은 기간 마감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 대부분의 미국 투자이민이 지역 센터를 통한 간접 투자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6월 30일 이후의 EB-5 지역 센터 프로그램의 운명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EB-5 프로그램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측면을 볼 때, 그 중심이 되는 EB-5 지역 센터 프로그램은 다시 연장되리라는 낙관론이 주를 이루지만, 프로그램 연장이 6월 30일에 바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2018년 말 미국 정부의 셧다운 때의 경우처럼 단기간 프로그램이 시행되지 않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그리고 희박한 경우의 수이기는 하지만 프로그램이 아예 중단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법 체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려고 노력해왔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기꺼이 미국 경제에 투자한 이민 신청자를 배려하는 조치가 나올 것으로 조심스럽게 믿어 본다.

이지영 미국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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