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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얀센 수백만명분 폐기 위기…2주 뒤 유효기간 끝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앤디 슬래빗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선임보좌관은 8일(현시시간) 유효기간 만료로 백신 일부를 폐기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앤디 슬래빗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선임보좌관은 8일(현시시간) 유효기간 만료로 백신 일부를 폐기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미국에서 사용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세 종류 중 하나인 얀센(존슨앤드존슨) 백신 수백만 회분이 이달 중 유효기간이 만료돼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얀센 백신 상당량의 유효기간이 6월 23일께 끝나는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한국에 보낸 101만 회분도 대부분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이 절실한 저개발국가가 많은데, 미국은 백신 일부를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자 바이든 행정부가 백신을 보다 적극적으로 다른 나라와 나눠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앤디 슬래빗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선임 보좌관은 8일(현지시간) 전화 기자회견에서 "기한이 만료될 것으로 우려되는 백신을 보유한 주지사들은 적절한 저장 방법에 대해 미 식품의약국(FDA)과 협의하라"고 말했다.

백신 유효기간 논란은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가 제기했다. 드와인 주지사는 전날 "유효기간이 6월 23일까지인 얀센 백신 20만 회분을 보유하고 있다. 법적 제약 때문에 이를 다른 주 또는 다른 나라와 공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한 백악관의 해법에 관한 질문이 기자회견에서 나왔고, 슬래빗 선임보좌관은 이같이 답했다.

오하이오를 비롯해 펜실베이니아, 웨스트버지니아, 오클라호마, 아칸소주 등이 이달 중 유효기간이 끝나는 얀센 백신 수십만 회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필요한 곳에 재분배하지 못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얀센 백신은 냉동 상태로 보관하다가 사용처로 운송할 때 냉장으로 전환한다. 냉장 상태로는 3개월간 보관할 수 있다.

아칸소주 등은 유효기간이 하루라도 빠른 백신을 먼저 쓰기 위해 병원 간, 지방정부 간 백신을 돌리기도 했지만, 접종률이 확 떨어진 상황에서 백신을 낭비 없이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시간주 한 병원 관계자는 WSJ에 "6월 말이 되면 백신 수천 회분이 유효기간을 넘기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를 인정한다. 슬래빗 선임보좌관은 "백신 한 회분도 낭비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각 주에 보낸 백신 수억 회분 가운데 극히 일부는 결국 사용되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단기간에 최대한 많은 미국인에게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속도(speed)'와 '형평(equity)'에 입각해 각 주에 백신을 배포한 만큼, 일부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얀센 백신은 모두 2140만 회분이 배포됐다. 이 가운데 절반 넘는 분량을 접종했고, 약 1000만 회분이 남은 상태다.

지난 4월 얀센 백신 접종자에서 치명적인 희귀 혈전증이 나타나자 접종을 중단한 게 원인이었다. 열흘 뒤 접종을 재개했지만, 얀센 백신 예약 대부분은 화이자와 모더나로 옮겨갔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미국 전역에 배포한 물량의 83%가 사용됐다.

백신 기사 댓글과 소셜미디어에는 '옆 나라 멕시코에 줘라' '필요한 나라에 빨리 보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백신을 적극적으로 나눠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아무에게나 줄 수 없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고민이다. 보관, 운송 및 접종이 단시간에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주는 연방 정부에 유효기간이 임박한 백신을 저개발국에 보내도 되느냐고 문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운송과 법적 문제가 복잡한 데다, 상대 국가들이 신속하게 백신 접종을 마칠 능력이 없어 해법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백신을 받고도 단시간에 접종 계획을 마련해 미국 관료들을 놀라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얀센 백신 접종 예약이 첫날 18시간 만에 마감됐다는 소식에 미국 관료들은 '원더풀'이라며 감탄한 것으로 전해졌다.

CDC와 주 보건당국은 백신 유효기간이 지나면 폐기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WSJ은 전했다. 장기적으로는 백신 유효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백신 제조회사와 FDA는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슬래빗 선임보좌관은 밝혔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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