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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최태원도 푹 빠졌다, 벤틀리·포르쉐 가죽시트의 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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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컨티뉴' 브랜드 체험관 겸 카페의 앞뜰 모습. 친환경 기업을 표방하는 만큼 커다란 지구본 모양의 풍선이 놓여 있다. 이소아 기자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컨티뉴' 브랜드 체험관 겸 카페의 앞뜰 모습. 친환경 기업을 표방하는 만큼 커다란 지구본 모양의 풍선이 놓여 있다. 이소아 기자

완연한 여름이 느껴지는 6월의 한낮. 경기도 파주 야당역 근처의 골목에 들어서자 푸른 잔디 한편에 커다란 지구 풍선이 놓인 2층짜리 카페가 나타난다. 작은 사과 알만한 빨간 장미가 담벼락을 덮고 푸릇한 블루베리가 열리기 시작한 이곳은 국내 패션 브랜드 ‘컨티뉴(continew)’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장소다.

최고급 가죽은 왜 버려지나  

컨티뉴를 만드는 ‘모어댄’은 업사이클링 패션기업이다. 재활용이 버려진 제품을 다시 쓰는 것이라면, 업사이클링은 디자인을 바꾸고 가치를 더해 새로운 용도의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작업이다. 그래서 ‘새활용’이라고도 한다. 모어댄은 자동차를 새활용한다. 시트와 운전대의 가죽, 에어백·안전벨트·타이어 등으로 가방과 지갑, 사무용 제품, 액세서리 등을 만든다.

자동차 시트 가죽은 수명이 40년에 달할 정도로 튼튼하다. 하지만 아무리 멀쩡해도 제조사의 디자인과 색상이 노출될 수 있어 재활용하지 않고 땅에 묻거나 소각한다. 열과 오염에 강한 에어백이나 안전벨트도 안전성 차원에서 재활용이 금지된다. 이런 이유로 생산 과정이나 조기에 폐차시키는 시승차와 개발차(테스트용), 고객 서비스센터 등에서 나오는 폐기물만 연간 400만t에 이른다.

최이현 모어댄 대표가 공장 세척기계 앞에서 에어백 원단을 들어보이고 있다. 가죽을 분리하기 전 페라리와 벤틀리 로고가 찍힌 가죽 시트 모습. 이소아 기자

최이현 모어댄 대표가 공장 세척기계 앞에서 에어백 원단을 들어보이고 있다. 가죽을 분리하기 전 페라리와 벤틀리 로고가 찍힌 가죽 시트 모습. 이소아 기자

모어댄은 한국에 시트공장이 있는 포르쉐와 현대차·기아차는 물론, 벤틀리·페라리·람보르기니·BMW·포드·볼보 등에서 나오는 최고급 천연 가죽을 받아 활용한다. 엄청난 양의 물을 사용하고 폐수를 발생시키는 염색 과정은 생략하고 가죽을 깨끗이 세척한 뒤 건조하고 광을 내 제품을 만든다.

경기도 파주의 컨티뉴 생태공장(왼쪽)과 지붕을 내려다 본 모습. 주변 4개 건물의 지붕에서 빗물을 받아 가죽과 원단을 세탁하는 세척수를 만든다. 특히 사용한 세척수를 필터로 걸러 무한 반복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여기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100% 태양광 발전으로 조달한다. 이소아 기자

경기도 파주의 컨티뉴 생태공장(왼쪽)과 지붕을 내려다 본 모습. 주변 4개 건물의 지붕에서 빗물을 받아 가죽과 원단을 세탁하는 세척수를 만든다. 특히 사용한 세척수를 필터로 걸러 무한 반복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여기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100% 태양광 발전으로 조달한다. 이소아 기자

그래서 가방 색이 곧 자동차 시트 색이다. 페라리의 밝은 황토색, 벤틀리의 짙은 갈색, 벨로스터의 빨간색 가죽이 각각의 색을 지닌 가방이 된다. 에어백 원단의 가방도 에어백 색깔에 따라 BMW에서 나온 것은 하늘색, 볼보와 쉐보레에서 나온 것은 분홍색이다.

BTS RM백으로 알려진 컨티뉴의 인기 백팩(왼쪽)과 에어백으로 만든 가방들(오른쪽). 따로 염색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가죽과 에어백 색깔 그대로 가방이 만들어진다. 이소아 기자

BTS RM백으로 알려진 컨티뉴의 인기 백팩(왼쪽)과 에어백으로 만든 가방들(오른쪽). 따로 염색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가죽과 에어백 색깔 그대로 가방이 만들어진다. 이소아 기자

지난 2015년 모어댄을 설립한 최이현(40) 대표는 “최근엔 바다를 오염시키는 폐그물을 수거해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페트병에서 뽑은 재활용 원단, 파인애플·선인장·버섯·포도껍질 등으로 만든 식물성 가죽으로 소재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BTS·최태원 회장도 고객

해양 폐그물로 만든 가방(왼쪽 위)과 자동차 타이어를 활용해 만든 백팩(오른쪽). 작은 자투리 가죽으로 만든 고래와 조랑말 액세서리들(왼쪽 아래). 이소아 기자

해양 폐그물로 만든 가방(왼쪽 위)과 자동차 타이어를 활용해 만든 백팩(오른쪽). 작은 자투리 가죽으로 만든 고래와 조랑말 액세서리들(왼쪽 아래). 이소아 기자

그동안 친환경 제품은 취지는 좋아도 품질이나 디자인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면에서 컨티뉴는 조금 다르다. 한국에서 ‘등골브레이커’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스포츠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함께 신발과 옷을 만들자고 먼저 제안해 온 것이다.
노스페이스 경영진은 지난해 컨티뉴의 원단을 테스트한 뒤 큰 만족감을 나타냈고 즉시 새로운 라인(제품군)을 만들기로 했다. 신제품은 올가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세계적인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인 미국의 ‘파타고니아’ 역시 먼저 연락해 와 현재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패션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친환경 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다. 루이비통·구찌·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조차 재고 원단과 가죽,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등 젊은 층은 ‘친환경은 멋진 것’이라는 인식이 뚜렷하다. 중고 시장에서도 재활용 소재로 만든 제품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물건’으로 여겨져 오히려 더 비싼 값에 거래된다. 화물을 덮는 트럭 방수천으로 가방을 만드는 스위스의 ‘프라이탁’, 친환경 신발 브랜드인 프랑스의 ‘베자’ 등이 대표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글로벌 지속가능발전포럼'에 참석해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발표를 하면서 모어댄이 제작한 가방을 들어보이며 돌발 퀴즈를 내는 모습. 사진 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글로벌 지속가능발전포럼'에 참석해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발표를 하면서 모어댄이 제작한 가방을 들어보이며 돌발 퀴즈를 내는 모습. 사진 SK

컨티뉴 가방은 앞서 BTS(방탄소년단)의 멤버 RM이 2017년 유럽 여행 중 백팩을 사용하면서 ‘착하면서 멋진’ 브랜드로 알려졌다. 경제계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컨티뉴 가방을 사용하면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투미’ 백팩처럼 ‘리더들의 가방’으로 입소문을 탔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는 최 회장은 최근에도 지인들에게 컨티뉴 가방이나 사무용품을 선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미국 진출해 ‘힙환경’ 패션 이끌 것” 

컨티뉴는 베르사체 출신의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국내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MCM과 금강제화 공장에서 제작하는 등 브랜드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천보다 다루기 까다로운 가죽을 접합한 흔적 없이 매끄럽게 가공하는 건 경력 20년 이상의 가죽 장인들이 맡는다. 최 대표는 “재료비(가죽)는 크게 절약되지만 임가공비가 많이 든다”며 “그래도 가죽 장인들께 적정임금과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의 목표는 세계 패션 업계에서 ‘힙환경(멋진 친환경)’ 트렌드를 이끄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수년 내 상장(IPO)도 계획 중이다.
“코로나 탓에 제약은 있지만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 준비를 하고 있어요. 누가 아나요, 샤넬이나 루이비통이 우리 가죽으로 가방을 만들 날이 곧 올지!”

파주=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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